노란 버스야, 안녕 즐거운 동화 여행 82
조연화 지음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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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 중 한 사람이지만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사람으로서,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일들이 정말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특히나 어린아이들 관련하여 발생하는 일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날 지경인데요.
<노란 버스야, 안녕>은  유치원 통학버스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답니다.
어른들의 부주의로 통학버스 안에서 고통스럽게 생명을 잃어야 했던 어린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데요.
시간이 흐르면 분노는 사그라들고, 잘못은 잊혀지게 되는 것이 더 무섭기도 합니다.
<노란 버스야, 안녕>을 통해 잊지 않고 늘 기억하고 조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답니다.
 

 

?


채은이는 늘 동생 시은이만 챙기는 엄마의 모습에 속이 상합니다.
어린 시은이를 두고 일하러 가야 하는 것이 마음 아파서라고 하지만 채은이도 엄마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인데 엄마는 그걸 놓치고 있는 듯해요.
그래도 채은이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함께 놀 수 있는 친구 한별이가 있어 다행입니다.
시은이만 챙기는 엄마, 주말에만 오는 아빠의 허전함을 한별이가 잘 채워주고 있거든요.
 


 

엄마 대신 하원하는 시은이를 챙겨야 하는 채은이는 평소와 다른 시은이 모습에 의아해합니다.
멍한 눈, 얼어버린 듯한 얼굴빛, 불안한 걸음걸이 등 평소의 발랄한 시은이와는 전혀 달랐지요. 채은이는 시은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고 시은이는 자신이 유치원 버스에 갇혔었다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어요.
문도 잠긴 채 낯선 곳에 주차된 차 속에서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열어주지 않는 공포 속에서 시은이는 한참을 울어야 했지요. 다행히 지나가는 할머니가 발견하고 차량 운전 아저씨가 데리러 왔지만 미안하다고 달래주기는커녕 오히려 시은이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어요.
정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제가 다 화가 나더군요.
 



더 화가 나는 건 아이의 고통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인데 어른들의 대응이 너무나 무책임하고 무감각하고 비전문적이라는 사실이에요.
사실 본인이 아니면 그 고통의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잘못을 한 운전 아저씨나 심리상담사 선생님들이나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정말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이게 비단 책 속의 이야기일 뿐일까요?
아마도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남직한 일들이 아닐까 싶네요.
 

 


시은이는 점점 괴팍해지고 퇴행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아이의 고통은 그대로인데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도,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시은이네 가족을 더 혼란스럽고 고통스럽게 합니다. 그래서 채은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리게 되고 이 이야기는 사회적 이슈가 되어버리는데요.
 

 


하지만 부모님들은 이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시은이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부모님과 상의도 없이 일을 벌인 채은이를 혼내게 되지요.
자신의 동생을 위해 한 일이고,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잘못한 사람은 벌도 받지 않는 이 상황에 채은이의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요?
부모님도 시은이를 위해 애를 쓰고 있었지만 시은이도 힘들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에게 사과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좋은 어른이 유치원 원장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유치원 원장이 되어 아이들을 돌본다는 사실이 동화 속의 허구일 뿐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현실에도 분명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수많은 유치원 사건사고를 통해 알고 있지요.
참 답답할 노릇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잘 알고 있어요.
치유의 힘은 가족과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요.
힘들었던 채은이도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고 좀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었고, 부모님들도 상처는 숨기고 가릴 것이 아니라 드러내놓아야 아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요.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렇지만 그 사고를 어떻게 해결해가는가에 따라 고통이 치유가 되느냐 고통이 더해지느냐가 달라진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어요.
사실 우리가 뉴스를 보면서 화가 나는 것은 잘못을 했다는 사실보다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책에서도 운전한 아저씨도, 유치원 원장도 누구 하나 아이에게 용서를 빌고 가족에게 사과를 하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요.
어린 채은이만 애를 쓰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울 지경이었지요.
책을 읽으면서 채은이의 노력과 가족의 노력으로 분명 시은이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만 우리가 부끄러운 어른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참 많이 들었어요.
노란 버스는 아이들에게 희망이자 즐거움의 공간이 되어야지 공포와 불행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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