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
정갑숙 지음, 김미화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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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어린이의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열일곱 번째 이야기 <한솥밥>이랍니다.
가문비어린이는 꾸준하게 동시집을 출간하고 있어요.
사실 고학년만 되어도 동시를 잘 읽지 않는데 제가 전문가의 강의에서 국어 어휘력을 높이는데 동시를 외우는 게 굉장한 효과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외우지는 않더라도 꾸준하게 동시를 읽으면서 언어의 유희를 즐기고 함축된 내용을 상상하는 과정들을 즐겨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동시는 유아들에게 잠자리 동화처럼 읽어줘도 너무 좋겠다 싶어요.
<한솥밥>은 자연에 대한 내용이라 울림도 더 크게 다가오네요.
 


차례를 보면 자연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하고 있는 시들을 만나볼 수 있겠구나 싶어요.
특히나 저는 역사적 접근을 한 시들이 있는 4부가 궁금해지더군요.
역사적 유물과 시의 만남이라니~ 신선했어요.
 


 

1부의 시들은 자연의 생명력, 포용력, 생존력, 자생력을 따뜻하게 그리고 있어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지만 그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들의 삶을 아름답게 느끼게 합니다.
또한 그것들이 살아야 하는 이유와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면서 그것들을 우리가 보호해야 할 의무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죠.
동시의 즐거움은 역시 의인화인데요. 자연을 의인화하면서 아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도 맘에 드네요.
 


 

자연은 스스로 잘 살아가는 게 제일 좋지만 인간과의 공존도 무시할 수 없죠.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의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시들을 2부 '벌레 먹은 복숭아'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3부 '1인 촛불 시위'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해치고 있고 그것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강렬한 시로 보여주고 있어요.
앞에서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시들을 읽다 보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우리 인간이, 불평을 할 수 없고 힘이 약한 작은 생명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죠. 이들이 살 수 없는 지구라면 머지않아 인간도 살 수 없는 지구가 될 거란 걸 기억했으면 좋겠네요.
앞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려내서 그것들을 지켜줘야 한다는 느낌을 더 강렬하게 보여주는 듯합니다.
 


 

역사도 시로 만나면 재미있네요.
역사 유적도 어찌 보면 시간이 준 자연의 일부란 생각이 이 시집을 통해서 느껴집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또 하나의 자연인 셈이죠.
구석기인들이 남긴 동굴 벽 들소 그림, 신석기인들이 남긴 바닷가 조개 무덤, 청동기인들이 남긴 고인돌도 이제는 자연의 일부인만큼 그것들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어요.
그 소중함을 이 동시집의 시들이 전하고 있답니다.
 

마지막은 역시 인간!
5부 ' 연필의 고백'에서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결국 인간도 넓은 의미로 보면 자연이니까요.
우리가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네요.
우리가 걱정이 있고 고민이 있고 살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아픔도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걸 시들을 통해 느끼게 하는데요.
전체적인 흐름이 저는 참 좋네요.

자연은 소중해, 우리 인간이 무조건 지켜줘야 해 이런 게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고 그것들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인간도 역시 자연의 일부로 소중히 여겨질 필요가 있다는 걸 하나의 동시집에서 보여줍니다.
자연과 인간과 역사는 모두 한솥밥을 먹는 가족 같은 존재니까요.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는 것을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책이라 동시집이었지만 기승전결이 있는 동화책을 읽은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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