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등딱지 즐거운 동화 여행 77
최미정 지음, 이효선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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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자마자 아들이 읽는 걸 보면 제목도 책을 선택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게 하더라구요.
<바퀴벌레 등딱지>라고 하면 과연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기지 않겠어요?^^
<바퀴벌레 등딱지>는 즐거운 동화 여행 77번째 책으로, 6개의 단편동화가 들어있어요.
그중에 첫 번째 단편 동화의 제목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되었더라구요.
이 책의 큰 주제는 바로 '화해'랍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도 많지만 친구들 간의 갈등도 참 많아서 그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되는데요.
이 책이 어떤 화해의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더군요.
 



제일 궁금한 이야기 <바퀴벌레 등딱지>는 바퀴벌레를 척추장애가 있는 지호 옷 속에 집어넣는 장난을 쳐서 선생님께 벌을 받다 깜빡 잠이 들었던  수철이가 꿈을 꾸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지호에게 용서를 비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수철이는 꿈속에서 바퀴벌레들의 포로가 되어 재판에 넘겨지게 되는데요. 그런 과정에서 바퀴벌레들이 인간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지요.
바퀴벌레들은 그저 인간의 손톱이나 머리카락을 탐냈을 뿐인데 인간들은 바퀴벌레를 없애려고만 하기 때문에 그들 나름대로 지하에서 진화를 했고 인간을 물리칠 무기까지 가졌다는 거예요.
수철이는 자신이 지호를 못살게 굴어서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자신이 나쁠 뿐, 인간이 모두 나쁜 건 아니라며 바퀴벌레들에게 사과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바퀴벌레들이 수철이를 죽이려 하는 순간 꿈에서 깨어나게 되지요.



수철이는 다음날, 아파서 학교에 오지 않은 지호를 찾아가 용서를 빕니다.
자신이 괴롭혀서 네가 병이 난 거라며 울면서 사과를 하죠.
지호는 예전에 창고에 갇힌 사건에서도 수철이를 용서한 것처럼 이번에도 수철이를 용서합니다.
바퀴벌레들의 계획처럼 마을 곳곳에 싱크홀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그저 우연이었겠지요?^^
장애가 있는 지호를 괴롭히는 수철이는 어쩌면 지호에게 있어 바퀴벌레보다 더 두렵고 싫은 존재일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호는 늘 수철이의 잘못을 덮어줍니다.
 그 고마움을 수철이가 더 빨리 알아주었으면 좋았겠지만 끔찍한 꿈을 꾸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잘못과 친구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지요.
수철이가 그러한 꿈을 꾼 이유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는 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있었기 때문일 텐데요.
바퀴벌레 덕분에 수철이가 정신이 바짝 든 거 같아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지호와 수철이가 좋은 친구가 될 거란 생각이 드네요.
화해는, 용서는, 이렇게 지호처럼 멋있고 따뜻하게 포용하는 것이라는 걸 이 책을 읽는 친구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갈등은 가족 사이에서도 많이 일어나게 됩니다.
특히나 아이의 성적 때문에 생기는 부모와의 갈등은 낯선 모습이 아니지요.
<일등급이 뭐야!>에서도 성적 때문에 아빠와 갈등하는 고등학생 언니의 모습을 유치원 동생인 지원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뭔가 씁쓸합니다.
'일등급 학원'을 운영하는 아빠는 고등학생이 된 언니가 일등급을 받지 못해 혼을 내는데요.
언니는 그런 아빠 때문에 울고 말아요.
지원이는 일등급이 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사 오면 안 되냐고 물어 그나마 언니를 웃게 만들었죠.
그리고 언니를 기분 좋게 해주고 싶어 계란 후라이도 해주었지요. 역시 언니가 계란 후라이를 먹고 웃었어요.
 


아빠는 언니를 밤새워 가르쳤어요.
하지만 언니는 이등급에서 일등급으로 올라가지 못합니다.
지원이는 아빠의 학원 이름을 이등급 학원으로 바꾸면, 언니가 그렇게 힘들게 일등급이 되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죠.
그러나 엄마는 아빠의 학원 이름을 이등급으로 바꾸면 아이들이 안와 돈을 벌 수 없다고 하는데요. 참 씁쓸한 엄마의 말이었어요.
그런데 언니의 성적표가 나오는 날, 언니는 집에 돌아오지 않아요. 휴대폰도 꺼져 있었구요.
지원이는 이게 다 일등급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언니는 강가에 쓰러져 있다가 청소미화원 아저씨에게 발견이 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어요.
엄마는 지원이 보고 유치원에 가라고 했지만 지원이는 유치원에 가지 않았지요.
저금통을 털어 마트에서 무언가를 삽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언니가 있는 병원으로 갔지요. 눈물로 얼룩진 언니 앞에 지원이는 까만 봉지에 들어있던 계란을 보여주며 집에 가서 계란 후라이를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계란 깨는 건 무섭지만 언니를 위해 매일 해줄 거라고 생각하죠.
아빠의 지나친 욕심은 가족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어갑니다. 아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딸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는 살피지 못했기 때문에 딸은 결국 쓰러지고 말죠.
그런 언니를 웃게 만드는 것이 지원이는 계란 후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원이는 저금통을 깨서 계란을 사고 버스를 타고 언니에게로 갔던 거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큰 무엇이 아닐 거예요. 어린 지원이가 엄마 아빠보다도 더 어른스럽게 그 해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이외의 단편 동화들도 화해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요.
 갈등이 일어나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과 이해심이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요즘은 아이들도 그렇고 어른들도 그렇고 자신의 의견이 강해 굽힐 줄 모르고, 무조건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 같아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도 그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를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싸움을 하고 다툼이 일어나도 화해의 손을 먼저 내밀기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데요.
어릴 때부터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고 먼저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며 서로 간의 관계에 있어 당연한 일임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런 동화책도 많이 읽어야 하겠죠?
바퀴벌레가 알려준 화해의 비법, 유치원생 지원이가 보여준 화해의 비법을 독자들도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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