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뉴베리 대상을 수상한 <안녕, 우주>
읽어봤어요.
뉴베리 대상 심사평을 먼저
읽어보았는데요.
"필리핀 전통문화와 실제 삶이 한 우물의 바닥에서
만난다. 불길한 징조나 징후를 따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은 창조적 조합을 이뤄냈다.
변화하는 관점을 통해 완벽하게 전달된 현대적 모험은 유머와 진정성 있는 감정으로 더욱
빛난다"
필리핀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며 필리핀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있지만 그것이 이질감보다는 그냥 그 자체로 주인공을 이해하게 만드는 느낌이 들더군요.
초반에는 이 책의 주인공들인 네 명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버질과 귀가 들리지 않지만
영리한 발렌시아, 그리고 버질의 친구이자 미래가 보인다기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카오리, 친구들을 괴롭히는 황소같이 못된 쳇이 그
주인공들이지요.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먼저
정리해보는데요.
관계가 만들어져가는 과정이
흥미롭답니다.
전혀 서로 알지 못했던 카오리와 발렌시아가 아주 우연하게
연결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 애들은 서로에게 가깝지 않았지만 서로에
대해 자신만의 느낌들을 갖고 있었고 누군가는 무관심을, 누군가는 지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있었지요.
그러한 교차되는 부분들이 흥미로웠고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는 표현법이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그냥 한 명 한 명 아이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지극히 평범한 내용임에도, 서술 방식, 표현 방식에 따라 얼마나 특별해지는가를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어요.
이 책의 주인공들이 평범하지 않아서
일까요?
평범이라는 기준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는 주인공들은 생각도,
일상도 평범하지 않아서 글을 읽다 보면 다름이 느껴져요. 그리고 주인공의 결여가 나중에 채움이 되는 모습들이 느껴져서 독자들은 주인공들을
지켜보며 함께 성장하는 느낌을 받게 돼요.
이것이 작가의 필력이라는
거겠죠?
이상하게도 버질, 쳇, 발렌시아는 전혀 가까운 친구가
아님에도 자주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자주 그렇게 되죠.
그리고 서로에 대해 호기심이나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 셋이 우물을 매개체로 자신들도 모르게 모였다 헤어지는 과정 속에서 저는 마음이
두근거렸어요.
그 세 명이 하필 그날 그 순간에, 각자의 이유로 숲에
있었고 우물 속에 걸리버가 든 버질의 가방을 쳇이 던져버렸으며, 걸리버를 찾기 위해 우물로 들어간 버질, 그 우물의 뚜껑을 닫아버린
발렌시아!
문득 카오리가 버질의 어두운 미래를 예언했던 게 생각나더군요.
맙소사! 카오리는 진짜 점성술사였던 걸까요?
세 명의 돌고도는 운명의
고리가 그들의 앞날을 어떻게 만들어갈지가 너무 궁금해지더군요.
"눈을 감고 입을 다문 다음,
우주를 통해 네 생각을 보내는 거야."
이 말을 읽는 순간 이 책이 훨씬
더 좋아졌어요.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마구마구
궁금해졌죠.
멋지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이 말이
좋았어요.
또 이런 문장이 있었어요.
"사람은 수많은 질문을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야?'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마. 세상에서 가장
나쁜 질문이니까."
이 말은 제가 꼭 기억하고
있어야겠어요.
이렇게 제 가슴이 와서 콕 박히는 좋은 문장들이 툭툭
튀어나오네요.
버질에게 뭔가 일이 생김을 직감하고 카오리와 발렌시아는
버질을 찾아 나서게 되고 뱀에 물렸던 쳇을 찾으면서 우물에 갇혀있던 버질까지 찾아내게 됩니다.
이
모든 일들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은 하나의 원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책의 주인공 아이들 사이에서 직접적으로
무언가가 이어지고 연결된 것이 없음에도 뭔가 뒤이어질 결과에 대해 미리 감동과 환희가 느껴져 더 큰 여운이
남아요.
현재의 나를 극복함에 있어 좌절과 실패는 당연한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버질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되었어요. 늘 자신만의 우물 속에 갇혀있던 버질이 진짜 우물 속에 갇혀있다가 빠져나오면서 자신만의 우물에서도
빠져나오게 된 부분에서는 짜릿한 희열도 느껴지더군요.
엄마에게 거북이라고
하지 말아달라고 직접 이야기했을 때는 통쾌함마저 느껴졌답니다.
처음에
제목이 <안녕, 우주>라는 걸 알았을 때 그 의미가 뭘까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면 아하~ 이해가 된답니다.
그리고 작가님께도 말하고 싶어요. 이 책이 뉴베리 상을 수상하게 된
것에 대해 말이죠.
"세상에 우연이란
없어."
"때가 되면 우주가 말해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