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산국 이바구 - 순우리말 바람 동시집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16
김이삭 지음, 정다연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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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 어린이 출판사는 꾸준하게 동시집을 출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요즘 아이들이 동시를 읽기는 할까 싶은데 제가 동시집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읽으면 정말 좋겠다 싶거든요.
어휘는 물론이고 감성 키우는 데는 동시가 최고가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사실 유아들의 표현들은 때로 다 동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한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이 클수록 표현들이 거칠어지고 현실적인 표현만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참 아쉬운데 이렇게 동시집으로 한 번씩 환기를 시켜보는 것도 좋겠어요.
가문비 어린이책으로는 드물게 하드커버 표지의 <우시산국 이바구>는 제목부터가 독특하지요.

우시산국은 원삼국시대의 현 울산 지역 일부에 걸친 소국이었는데요. 울산이라는 명칭이 우시산국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며, 이바구는 경상도 방언으로 이야기라는 뜻이라고 해요. 울산의 이야기쯤으로 생각하면 되겠지요?^^
 



이 동시집 부제가 <순우리말 바람 동시집>이랍니다.
동시를 읽다 보면 각 동시마다 다양한 바람의 용어가 하나씩은 들어있어요.
그리고 그 의미도 동시 아래에 설명이 되어 있답니다.
물론 책 말미에는 이렇게 동시에 등장했던 바람의 용어들이 세 페이지에 걸쳐 정리가 되어 있어요.
바람을 일컫는 단어들이 이렇게 많았고, 바람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네요.
이 부분을 미리 읽고 읽으면 동시에서 왜 이 바람을 썼을까 조금은 더 이해를 할 수 있을듯합니다.
 


이 동시집은 저자이신 김이삭님이 울산에서 21년간 살면서 정든 울산을 바람이라는 소재로 동시를 지어 만들었답니다.
울산에 숨어있는 다양한 유형, 무형의 것들을 동시에 담았는데요.
이 동시집을 읽고 나면 울산이라는 곳에 대해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작가가 이 부분을 이렇게 표현했는데 실물은 어떨까 궁금한 마음이 들어서요.
이 책이 의도하는 바에 제가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는 거겠죠.^^
요즘 아이들은 자기가 먹는 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자라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
그런 면에서 오리 농부가 지은 쌀이라는 의미를 떠올릴 수 있을까요?^^
그래서 실제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해요.
이 시를 읽고 오리가 어떻게 농사를 지어요? 하는 궁금증을 갖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구요.
 


역사도 동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춤추는 처용>이랍니다.
처용이 외부에 나간 사이 역신이 처용의 아내와 동침을 하였으나 처용은 분노하지 않고 향가인 <처용가>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고 해요. 이에  역신조차 그의 인품에 감격하여 처용이 있는 곳에는 역신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데 그 이야기를 동시에 담았네요.
 


<선바위>라는 시를 읽고 뭔가 유래가 있을 듯하여 찾아보니 시에서 표현한 내용이 설화로 남아있더라고요.
입암마을에 예쁜 처녀가 있었는데 시주하러 마을에 내려온 스님이 그녀에게 반해 빨래하러 가던 처녀를 따라갔고, 때마침 우뚝 선 바위가 강을 따라 떠내려오다가 처녀를 덮칠듯하여 스님이 처녀를 구하려다 함께 바위에 깔리고 말았고 바위가 그곳에 멈춰 섰다고 합니다.
설화도 동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재미나죠?
울산에 가면 선바위를 꼭 보러 가야겠어요.

 

역사가 아니어도, 설화가 아니어도, 복어 한 마리도 예쁜 동시가 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샛바람(뱃사람들의 은어로 동풍을 이르는 말) 같은 스트레스를 줘서 배가 더 빵빵해진 복어, 더 이상  뱃살 빼라고 스트레스 주면 안 되겠어요.
배가 빵 터져버릴지 모르니까요.^^
나사리 해수욕장은 여름내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본 적 없는 그곳이지만 싹쓸바람(배가 뒤집힐 정도로 세게 부는 바람)이 사람을 내보내고 자신이 놀고 싶다고 떼쓰는 정도라면 사람들도 반할 만한 곳이겠지요?
여름의 활기와 가을의 쓸쓸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동시였어요.
 


처음엔 동시 제목을 보고 '슬도'라는 게 뭘까 궁금했어요.
동시를 다 읽고도 슬도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죠.
그런데 설명을 보니 아하! '슬도'가 울산 동구에 있는 바위섬이구나, 바위 구멍 사이로 파도가 드나들면서 소리를 내기에 이런 동시를 쓰셨구나 이해할 수 있었죠.
그래서 동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울산이라는 곳을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느껴야 제대로 저자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겠구나 싶었답니다. 저도 슬도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네요.
 



작가님이 친절하게도 동시에 등장하는 특산물이나 지형 등에 대한 설명을 책 말미에 다 해놓으셨어요.
'바람' 역시 동시 아래에 다 설명이 되어 있구요.
'울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알아야 동시도 이해가 잘 되는 부분이 분명 있기에 저도 동시를 읽으면서 등장하는 특산물이나, 지역, 환경 등을 찾아보게 되더라구요.
그런 부분에서 울산에 대해서 동시집을 읽기 전보다 많은 걸 알게 된 것은 분명하네요.

작가님은 머리말에서 동시집을 가이드 삼아 울산을 한 바퀴 둘러봐도 좋다고 하셨는데요.
정말 가이드가 되기에 손색이 없는 동시집이에요.
물론 가이드북처럼 친절한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지만 그곳에 대해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장소의 현실의 모습이 아닌 뭔가 상상하면서 얻는 즐거움이 있을 테니까요. 특히 아이들에게는 말이죠.
'지역'을 큰 무대로 하여,' 바람'을 소재로 연극을 벌인 듯한 동시집이라 색달랐고 흥미로웠던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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