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참 많지요. 잘
몰라서 엉뚱한 실수를 하거나 결례를 범하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면서 모든 경험을 다 하면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알려고 노력하고 변하려 노력하고 애써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중에서도 장애인에 대해 비장애인들의 이해와
배려가 가장 필요한 부분일 텐데요.
이러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야
하고 몸에 익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각장애 어린이들의 꿈과 우정
이야기를 담은 <소리당번>을 읽으면서도 우리가 얼마나 그들에 대해
무지하고 무례한 지가 느껴져서 안타까웠답니다.
새린이는 시각장애인이에요. 태생부터가 아닌 9살 때
포도막염을 앓고 난 후 온 세상이 까맣게 되어 버렸지요.
새린이는 날씨를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만지며 느낀답니다. 날씨를 만져보며 마음속으로 풍경을 그려보는데요. 기분이 안 좋을 때는 핸드폰 마법사에게 날씨를
물어보곤 하죠.
보이지 않게 된 새린이보다도 엄마 아빠가 더 가슴
아파했지만 새린이는 엄마 아빠의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 얼굴 마사지도 열심히 하는 의젓한 아이랍니다.
새린이는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하자
귀가 열리기 시작했어요.
소리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된
거죠.
소리를 들으며 엄마가 어떤 요리를 하는지를 알게 되는데 그
표현들이 재미나게 되어 있더군요. ^^
이 책은 시각 장애인에 대한 큰
특징을 내용 중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우리가 시각장애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답니다.
시각 장애인이 1급부터 6급으로 나뉘며 크게는 전맹(전혀 안 보이는 상태)과 저시력으로 구분이 된다는
사실 도 알 수 있었죠.
새린이는 전혀 안 보이기 때문에 전맹
상태구요.
새린이네 학교는 맹학교지만 전맹인 아이를 큰 빛, 저시력인
아이를 작은 빛으로 칭하며 '빛날 학교'라고 부르는데요. 소리당번을 정해 운영을 해보기로 했다고 해요.
소리당번이란 모둠의 리더로 길을 갈 때 앞장서서 걸어가며 잡다한 소리를 전달하면서 안내를 해주는
역할을 말한답니다.
귀가 눈의 역할을 대신하는
거죠.
시각 장애인들은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세상과 사람들은 그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지요. 그러기에 소리당번을 정해 독립심도 키워주고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경험을 갖게 해주는 것이죠.
이번에 소풍을 갈 때 소리당번은 바로
새린이가 맡았어요. 새린이와 친구들은 소풍날 목적지에 가기 전에 중앙시장까지 가야 했어요.
일단 횡단보도의 시각장애인용 음향 신호기를 눌러 신호음을 듣고 길을
건너갑니다.
점자블록을 따라 지하철을 타러 승강장으로 내려가지요. 이때
흰 지팡이는 필수!
새린이가 여자 화장실을 찾는 방법도 역시 눈이 아닌
귀로 듣는 소리였어요.^^
일단 지하철도 잘 타고 화장실도 잘 다녀왔는데 시장에서
소리를 듣고 길을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시각장애인 아이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시끌벅적한 시장의 소음이 아니라 사람들의 몰이해였답니다.
지팡이 부대라고 놀리지를 않나, 아이들의 눈과 같은 흰 지팡이를 그냥 막 만지지를 않나, 아이들의
몸을 함부로 만진다거나, 정말 아이들에게 너무나 무례한 모습들이었지요.
시각 장애인들은 낯선 손이 몸에 닿으면 놀라게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했거든요.
그만큼 제가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걸 이 책
읽으며 많이 느꼈답니다.
"상상하고 듣고 냄새 맡으며 길을 만들어라. 세상은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란다. 귀와 코와 손끝으로 느껴지는 세상도 충분히 아름답잖니."
솔직히 이 글을 읽으며 과연 캄캄한 세상을 귀와 코와 손끝으로만 만나면서 아름답다고 느끼기가 쉬울까
싶더라구요.
물론 시각 장애인들 스스로가 그렇게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비시각장애인들의 노력도 분명 필요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무조건적인 도움이 아니라 그들이 그들의
삶을 편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선생님이 아이들을 직접 도와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며 도우려 했던 부분을 보더라도
그래요. 아이들이 보이지 않아 넘어지기도 했지만 바로 일으켜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일어나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남들이
모르게 도와주는 부분이 감동적이었죠.
새린이가 소리당번을 했던 이유는 친구를 돕는 좋은 일이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새린이는 이번 소리당번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답니다.
이번 일이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요.
친구들을 도운 것은 물론이고 자신감도 생겨났기에 다음 기회가
있다면 또 소리당번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스토리도 좋았지만 좀 더 시각장애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좋겠죠.
알고 있어야 실수를 하지 않을
테니까요.
시각장애인과 함께 할 때의 에티켓 7가지와 시각장애인들이 들고
다니는 흰 지팡이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점자블록, 점자책, 시작장애인 안내견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어요.
이 부분을 좀 더 반복해서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는 게 상식일 거예요.
장애인에 대해 비장애인들이 더 관심을 갖고 더 자세히 알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구요.
직접 경험해볼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일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를 한다면 그들을 어떻게 돕는 것이 진짜 도움이 될 것 인지는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소리당번>을 통해서 시각장애인에 대해 깊이 있게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꼭 알아야 할
부분은 알게 된 것 같아서 뿌듯해요.
요즘은 너무 자기중심적이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정말 속이 부글부글하죠.
그런데 우리는 장애인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그런 사람은 아닌가 한번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조금이라도 알고, 조금이라도 배려하고,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모두 필요한 시점에, 이 책이 초등생들에게 권장 도서가 되어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