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의 송언 선생님의 책가방 고전 6번째 이야기
<조선시대 선비 문학편> 만나봤어요.
요즘에야 워낙 아이들을
위한 동화들이 많이 나오고 또 많이 읽어볼 수 있는데 이솝우화와는 또 다른 우리의 옛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글씨가 큼직해서 저학년도 쉽게 읽을 수는 있으나 사실 그
이야기의 내용이 담고 있는 의미는 가볍지 않기에 엄마 아빠가 함께 읽고 설명해주시면 훨씬 아이가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우리의 옛이야기는 단순히 즐거움만 주기보다는 그 안에 풍자라든가
해학이 담겨있기에 이 부분을 풀어주시면 좋겠죠.
송언 선생님의 책가방 고전은 우리의 고전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도록 풀어낸 어린이를 위한 우리 고전 문학 시리즈인데요. 이번에 나온 책이 6권이고 앞으로도 박씨부인전,
당태종전, 홍길동전, 콩쥐팥쥐•장화 홍련 전이 출간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시리즈 중 한 권을 읽다 보면 다른 책들도
자연스럽게 읽고 싶어지는데요. 이 시리즈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송언 선생님의 책가방 고전 6권
<조선시대 선비 문학편>에서는 총 4개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답니다.
저는 다 처음 읽어보는 이야기였어요.
보통 고전하면 외국의 유명한 이야기들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이렇게 우리의 문학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싶네요.
<이상한 거지 스님>은 송언 선생님이
이름을 붙이시고 원작의 이름이 <부목한전>이겠죠?^^
<부목한전>은 이옥 선비가,
<오대검협전>은 김조순 선비가 남긴, 작가가 명시된 이야기이고, <삼사횡입황천기>와 <황새결송>은 작자 미상인
이야기인데요. 조선시대에는 선비가 이야기를 짓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야기를 만든 두 선비는 꽤 용기가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시간이 흘러 이제 자신의 이름과 이야기가 후대에 전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때 용기를 내길 잘했다
생각하시겠죠?^^
<이상한 거지 스님>, 즉
<부목한전>은 이옥이라는 분이 쓴 한문소설이라고 해요.
그렇다면 이것은 송언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읽기 쉽게 풀어놓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죠?
옛날 충청도 진천 지방의 작은 절에 늙은 중과 어린 동자승이
살았는데요. 둘을 스승과 제자 사이였어요. 제자는 스승이 술을 담그라고 이르면 술을 담갔고 그 술이 익을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거지꼴의
스승의 친구와 스승님이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했지요. 두 사람을 술을 마시며 제자가 알아듣지 못하는 어려운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어요. 서너
달에 한 번씩 술을 담갔고 그 술이 익을 무렵이면 그 거지 같은 중이 또 찾아왔지요.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그날'에 대해 언급을 하고
스승님은 그날이 오면 거지 중 친구가 스승님을 찾아올 거라고 했지요.
몇
달 뒤 어느 날, 난데없이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스승님을 잡아갔고 숲속에서 상처하나 없는 스승님의 시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스승님의 시신을
화장하려는 날, 그 거지 중이 나타났고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깨달은 제자는 그를 따라나서기로 하지요. 스승님이 안 계신 절을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거지 중은 자신을 따라오는 제자에게 절로 돌아가라
꾸짖었지만 제자는 온갖 고생을 하며 그의 뒤를 따라갔어요.
거지 중은
제자에게 자신을 따르겠다는 정성은 갸륵하나 제자에게 남은 시간이 3년밖에 되지 않으니 편하고 자유롭게 살라고
말합니다.
그 뒤 제자는 하늘이 정해준 목숨이 그러하니 그 시간 동안
보통 사람으로 자유롭게 하루하루 즐겁게 살았어요. 그래도 이 제자가 남겨질 여자를 위해서 장가를 들지 않은 것을 보면 인품이 훌륭하다 할 수
있어요.
자신의 생이 얼마간 정해져 있다면 그 안에 난봉꾼처럼 사는 이도
분명 있을 텐데 이 제자 역시 스승님과 살면서 분명 어깨너머 배운 것이 있었을 테니 그 생각이며 인품이 남다름을 느낄 수 있답니다. 역시 환경과
주변 사람이 중요해요.^^
제자는 정말로 꼬박 3년을 살다가 거지 스님이
예언한 날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이 제자는 거지 옷차림으로 떠도는
스님의 범상치 않음을 알아보고 그의 말을 믿고 따르죠. 세상 사람들이 다 믿지 않아도 말이에요.
신분이 낮아도, 겉모습이 허름해도 우리는 그 속의 본질을 잘 가려낼 필요가 있어요. 특히나 요즘같이
외형적인, 보여지는 것이 어필이 많이 되는 시대엔 말이죠.
제자가 스님의
본질을 들여다보지 못했다면 그의 남은 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기 힘들었겠죠?
<저승에 간 세 선비- 삼사횡입황천기>는 작자
미상이랍니다. 이때는 작자 미상인 이야기가 훨씬 많겠죠?
작자 미상임에도
지금까지 전해져 올 수 있었다는 게 정말 신기하기도 하네요. 이 이야기는 한문소설이 아닌 한글소설이라고 해요.
이러한 설명은 책 말미에 <조선의 선비 문학 제대로
알기>에 소개되어 있어요.
많은 내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내용들이 적혀있답니다.
사이가 좋은 세 선비가 모처럼 금강산으로 소풍을 떠났는데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진탕 먹고 마시다 보니 밑으로는 설사를, 위로는 음식물을 모두 토해냈지요.
그러면서 세 선비는 배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굴렀어요.
한편 한동안 죽는 이 없어 허탕을 치던 저승사자가 이 세 선비를 보게 되고 숨통은 끊어지지 않았으니
이미 반쯤은 죽은 듯하여 그들을 저승으로 데려가고 맙니다.
놀다가 배가
아팠을 뿐인데 갑자기 저승에 잡혀온 세 선비는 염라대왕과 마주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30년 후에나 죽을 사람들이었단
거죠.
그래서 세상으로 내려보내려 했으나 이미 이승에서는 육신이 남아나질
않았을 터, 염라대왕은 선비들이 원하는 대로 환생할 수 있도록 약속합니다.
이 이야기 읽으면서 저희 아이들은 영화 <신과 함께>가 생각난다고 하더라구요.^^
세 선비는 각자 원하는 삶을
이야기합니다.
한 선비는 훌륭한 장군이 되기를, 다른 선비는 훌륭한
문관으로서 임금님을 모시고 백성을 보살피기를, 마지막 한 사람은 세상 온갖 부귀영화와 욕심을 훌훌 떨어 버리고 신선처럼 살다가 죽고 싶을 때
죽게 되기를 바란다 하였는데요.
이 말에 앞의 두 사람의 소원은 모두
들어주기로 했으나 마지막 사람의 소원에는 염라대왕이 벌컥 화를 냈답니다.
저는 오히려 마지막 선비가 욕심 없다 생각했고 앞의 두 선비는 생각이 훌륭하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염라대왕은 살고 죽는 일, 좋은 일과 나쁜 일, 행복한
일과 불행한 일, 오래 사는 일과 죽는 일을 다 정해서 살려 하니 그것은 어떤 위대한 인물도 이루지 못한 꿈이며 그 욕심이 대단하는 것이었죠.
그것이 가능하다면 염라대왕 역시 그렇게 살겠다는 말도 덧붙였구요.
사람답게 살다가 바르게 죽는 것이 도리인데 신선처럼 살기를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 지나쳤다는
이야기였어요.
제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건드린 느낌이었어요. 우리는 늘
일안하고 편한 삶을 살기를 바라죠. 오죽하면 건물 있는 백수가 꿈인 세상이 되었을까요?
그렇지만 사람으로 태어나 해야 할 몫이 있음에도 그것을 안 하려 한다면 그것 또한 직무유기라 할 수
있겠죠.
역시나 옛 선비들의 통찰이 느껴지는
글이었어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심청전이나 토끼전, 옹고집전,
홍길동전 같은 고전이 아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살아있던 선비 문학이라는 장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야기를 남긴 선비도 있고, 차마 이름은
남기지는 못했지만 좋은 글은 남긴 선비도 있었을 테죠.
그들이 남긴
이야기에는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을 테고 그것을 우리가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던 시대가
아니었던 만큼 그 안에 숨겨둔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아이와 함께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