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어떻게 살아야
옳은 삶을 사는 건지, 나이가 들수록 알 것도 같고 더 모르겠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더 못된 사람들도 떵떵거리고 잘 사는데 그 양심이라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은, 선량한 사람들은, 오히려 더 잘 흔들리고 더 괴로워하기도 하지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적당히 눈 감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나를 속이며 살아야 하는 건지, 그럼에도 내가 옳다고 여겨지는 대로
힘들고 외롭게 살아야 하는 건지 뉴스만 봐도 갑갑합니다.
그 답을
사마천은 알고 있을까요?
차례만 봐도 쉽지 않은 내용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살면서 사실 이런 것들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그냥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내가 가벼운 사람이면 가벼운 아이로밖에 키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머리는 채워야겠고 입은 무겁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이런 책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거세혼탁 유아독청 (擧世混濁 唯我獨淸)
-세상은 온통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 글이
정말 마음에 와닿아요.
옳은 길은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었다는 문구도
선명하게 뇌리에 남네요.
'세상은 온통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모두가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있다'
외눈박이만 사는 나라에서는 두 눈을 가진
사람이 비정상이고 까마귀 노는 곳에서는 백로가 따돌림을 당하는 것처럼 너무 곧은 사람은 엉망진창인 이 세상을 살아내기가 참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이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다는 말에 무릎을 탁 치게
되네요.
그들은 세상을 사는 게 버겁겠지만 그들이 있어 옳은 것을 분명히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참 어려운 문제처럼 느껴지네요. 옳고 그름의 기준은 내 안에 있을 텐데 그 기준을 잘 잡는 것도 선인들이 남겨준 것들에서
찾을 수 있겠죠.
거정절빈 (擧鼎絶臏)
-솥을 들다가 정강이뼈가 부러지다-
진나라의 27대 왕인 무왕이 진나라 왕들 중에서 괜찮은 리더에 속했지만 힘자랑을 하는 흠이라 이것이
그의 죽음을 불러온 결정적 계기가 되는데요.
무왕은 맹열이란 역사와 솥
들기 내기를 하다가 정강이뼈가 부러져 솥에 깔려 죽었다고 하네요.
요즘은
워낙 sns에 자신을 알리고 자신의 일상을 자랑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세상이라 이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많은
듯합니다.
'허영과 허세를 추구하는 삶에서 남는 것이라곤 세상의 비웃음만
사는 호화판 무덤밖에 더 있겠는가' 하는 마지막 문구를, 힘으로, 권력으로, 돈으로, 없는 자, 약한 자에게 자랑하고 과시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네요.
-양심적인 사람은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부끄러움)를 들을 수 있다.
반면 염치를 모르는 사람은 죄를
짓고도, 심지어 죗값을 치르고도 뉘우침이 없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딱 드는 생각이네요.
얼마 전 한 정치인의 선택은 바로 이 부분
때문이 아니었을는지...
그래서 더 안타깝고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왜 양심적인 사람은 견디지 못하고, 죄를 지은 사람은 그것이
죄인 지도 모르는지~~
과염선치(寡廉鮮恥)
마음에 새기고 염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마음이 하는 소리에 늘 귀 기울이는 그런
사람!
책을 읽다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글이 참 많아요. 물론 그렇기에 사마천의 <사기>가 오래도록 인정받으며 전해져 내려온
것이겠지요.
옛 글이지만 현대에 모두 필요한 말들이며 지혜더군요. 우리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부귀와 영화를
오래 누리다 보면 화가 미치는 경우가 많다. 부귀와 영화는 사람을 교만하게 만들고, 주위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부유하면서 겸손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어쩜 요즘 세상에 딱
필요한 말 아닌가요?
가진 자들의 갑질 논란이 연실 터지는 걸 보면 가진
자들이 겸손하기란 태생적으로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가진
것을 나눌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것도 참 힘든 일이죠.
그래서 여기에
소개된 범려라는 사람이 참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드네요.
대부분 잘 모르는 고사성어였지만 관포지교(管鮑之交)를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더군요.
<사기> 전편에 인간관계의 최고
경지를 보여주는 우정 이야기 중 대표적인 성어 중 하나가 관포지교인데요. 진정한 친구를 만들기 힘든 요즘인지라 이 관포지교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네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저이지만 그래도 불혹의 나이가
지나고 보니 세상이, 사람이, 어느 정도 보이더군요.
젊은 날에는 내가
세상의 중심인 듯 오만하게 굴었었고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는데, 이제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자신이 살아온 삶의 모습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는 말도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저자는 <사기>에서 배우는 인간의 도리와
세상의 이치를 이 책에 담았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 인간의 도리와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고 읽어야 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두요.
제목 단 한 줄로도 명치를 딱 때리는 깨달음이 있는데, 저자가
그 내용을 쉽게 풀어주셔서 저 같은 평범한 독자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울 수 있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필요한 말들도 많지만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구요.
요즘 사춘기를 맞은 아이에게
이제는 조금씩 사고의 깊이를 더해주고 싶고, 삶의 방향을 찾아갔으면 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려고 하는데요. 사실 아이는 별로 듣고 싶어
하지 않더라구요. 그런 말들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건드리는 것 같아서 듣기가 힘든가 봐요.
이 책을 보면서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책을 권해야겠구나 싶었어요.
아직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한두 살 더 먹으면 엄마가 전하고 싶은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책을 읽으며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저의 내공이
깊지 않아서 많이 전하긴 힘들겠지만 이 책은 꼭 아이에게 읽기를 권해야겠어요. 물론 나중에~~^^
세상 사는 게 참 어려운 시대인 것 같아요. 먹고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든 세상이기에 잘 사는 것,
제대로 사는 것, 옳게 사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게 어쩌면 사치일 수도 있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제대로 살아야 하고, 옳은 선택을 하고
현명하고 지혜롭게 살아야 하는 인간이기에 김영수 작가님의 재해석을 통한 사마천의 문장들에서 그 방향성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어렵지만 읽다 보면 깨달음을 느끼고, 반복하다 보면 내재화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