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상의 아리스 - S큐브
마사토 마키 지음, 후카히레 그림, 문기업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일어일문학을 전공했음에도 일본 문학은 썩 좋아하지 않았어요.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고 뭔가 번역본을 읽으면서 어색하다고나 할까요? 감정을 탁 쳐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뭔가 맞지 않는 옷처럼 껄끄러운 느낌이 들어서 쉽게 읽게 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드나 봅니다.
일본 책을 읽다 보면 그 상냥함이 느껴져서 예전만큼 낯설지가 않네요.
특히나 청소년 문학에 눈을 뜬 딸아이를 위해 다시 한번 읽어볼까 싶은 마음이 들어 선택한 책이 바로 <폐선상의 아리스>랍니다.
표지부터 나는 일본 책이야~ 하고 말하고 있네요.^^
 

 


큰 줄기로 보자면 사춘기의 고뇌와 사랑을 담은 책이에요.
표지를 두른 띠에 '찾아냈어. 네가 나의 고동'
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그 고동이 뭘까 궁금했거든요. 책을 읽다 보니 로우가 이름 모를  소녀를 만났을 때 예쁜 얼굴로 웃는 모습이 내 고동을 크게 뛰게 만들었다고 표현하더라구요. 아마 심장이나 가슴, 혹은 사랑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싶었죠.
언제나 그렇듯 알듯 모를 듯 신비감을 지닌 소녀와 낯선 곳에 덩그러니 떨어진 소년의 만남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앞으로의 일들을 궁금하게 합니다.
 


그런데 금세 아리스의 정체가 드러나네요.
로우가 집에 찾는데 도움을 주었던 나나미에게 폐선 위에서 만났던 여자아이에 대해 물었는데 폐선의 유령이라고 말해주었어요.
그리고 다음날 아리스를 만나고 싶어 다시 찾은 폐선 위에서 또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소년의 풋풋한 사랑이 시작되는 느낌으로 흐뭇하게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더군요.
아리스가 자신에게 산소이며 깊은 바다 밑에서 질식하기 직전이었던 자신의 폐를 채워준 달콤하고 신선한 공기 같다고 느끼는 로우.
하지만 아리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찾으려 하지 말라고 하는데요. 점점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진해져갑니다.
로우와 아리스는 '스노 구스'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뭔가 둘 사이에 모르는 사연이 있는 듯해요. 아리스가 로우에게 '나의 고동'이라는 표현을 했고 로우는 아리스의 심장이 되고 싶어지는데요.
 


로우가 아리스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놓기 전에는 가벼운 미스터리 판타지물인가 싶었는데 역시 슬픈 사연이 있었군요. 로우가 이곳에 올 수밖에 없었던 사건들, 케이와 후미 선배와의 오해와 그 오해들이 불러일으킨 충격적 결말들~
물론 로우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결국 슬픔과 자책은 남은 사람의 몫이 되니까요.
로우가 쫓겨나듯 이런 후미진 곳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듣고 나니 로우에 대한 애잔한 연민과 그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네요.
하지만 여전히 아리스는 미스터리하고
이해하기 힘든 말들로 로우와의 선을 긋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어요.
로우는 아버지의 앨범에서 아버지 어릴 적 찍은 사진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 사진에서 아리스를 보게 된 거예요.
아버지와 다정하게 찍은 아리스의 사진을 발견한 로우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한데요.
특히나 엄마한테 아빠와 미래를 약속한 친구가 10대 때 죽었다는 말을 듣고는 더욱더 충격을 받았죠.
지금 자신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을 안아준 아리스가 한참도 전에 죽은 아빠의 여자친구였다는 얘기니까요. 하지만 이것도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전개가 되네요.
점점 이야기가 궁금증을 더해가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아리스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더욱더 재미를 더해갑니다.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며 정말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만나게 되었는데 놀라웠어요.
 
딸아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 만나게 된 책인데 제가 더 재미있게 읽은 것 같아요.
판타지 옷을 입은 듯 보였지만 청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었고 그 사랑이 다소 위험해 보여도 그 사랑을 응원하고 싶어졌지요.
불완전하고 맹목적이지만 그 나이이기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그들의 불꽃같은 사랑이 부럽기도 했답니다.
오래간만에 가볍지만 즐거운 독서를 한 것 같아요. 열린 결말이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나고 싶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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