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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검은 여우 - 산이 들려주는 소망 이야기 ㅣ 즐거운 동화 여행 72
정임조 외 지음, 신외근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8년 4월
평점 :
가문비 어린이 즐거운 동화여행 72번째 이야기
<백두산 검은 여우> 만나봤어요.
이 책은 8분의 작가들의
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즐거운 동화여행 62 <크리스마스 섬>과 비슷한 구성이에요. <크리스마스 섬>은 섬에 대한
글이, <백두산 검은 여우>는 산에 대한 글이 담겨있답니다.
작가 고유의 색이 담긴 산 이야기는 진짜 산의 사진과 함께 하기에 좀 더 진실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각각의 산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때로는 전래동화 같은 느낌도
들고, 일상적인 내용도 있지만 모두 따뜻한 감동이 전해져요.
문득 산에
오르고 싶어집니다.
처음 들어본 산 이름이 많은 걸 보면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산들도 이야기를 품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먼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산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나온답니다.
고헌산은 처음 들어보는데 울산에 있는 산이군요. 언양
사람들이 가뭄이 되면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라고 합니다.
산에 대한 신적인
믿음이 있는 곳이란 뜻이겠지요.
그래서 이야기도 살짝
전래동화스럽습니다.
건강이 나빠지시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만나러 간
손자가 할머니를 통해 고헌산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그
이야기가 동화 속 이야기처럼 신비스럽지요.
할머니가 임신한 채로 나물을
하러 산속 깊이 들어갔다가 길을 잃고 지쳐 잠들었다 깨어보니 비구니 스님이 입안에 생쌀을 넣어주며 기운차리도록 도와주고 있었다고 해요. 기운을
내서 다시 나물을 꺾으며 점점 더 산속으로 들어간 할머니는 호랑이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호랑이가 길을 잃은 할머니를 등에 태워서 집까지
데려다주었다고 하네요. 손자에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저 산이 할머니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알게 해줄 뿐이지요.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살 게 된 것이 좋은
소식으로 여기고 고헌산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는 것을 기뻐하는 것 자체가 고헌산이 할머니와 손자에게 준 선물이 아닐까 싶더군요. 고헌산의 품을
떠날 수 없었던 할머니에게 마지막 삶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불러주었으니까요.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시고 할머니의 호랑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상상인지는 알 수 없어요. 다만 산이란
그렇게 사람을 품어주고 내어주는 곳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네요.
저자의 설명글은 이야기를 읽고 난 후 깔끔하게 생각을
정리해줍니다.
이야기를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독자 개개인의 몫이겠지만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안다면 또 다른 느낌으로 글을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요.
할머니와 손자의 따뜻한 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글이었어요.
백두산은 우리가 가볼 수 없는 곳이기에 그곳이 품고 있을
이야기에 더 호기심이 일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가볼
수는 없는 곳!
작가의 상상이 이끄는 그곳으로
가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은 늘 배고프고 고단한 느낌이 강한듯
합니다.^^
현재가 아닌 과거를 사는 듯한 주인공들의 삶을 보면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 견고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 몰입하기 쉽기도 합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범위 안에서 주인공들이 움직여서 일까요?
여하튼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가난하지만 언제나 일등을 놓치지 않는 평강이와 친구
대호랍니다.
할머니와 살고 있는 평강이는 백두산 기슭에서 약초와 나물을
캐다 다친 할머니를 대신해 돈을 벌기 위해 백두산으로 고사리를 꺾으러 가기로 하는데요. 친구 대호가 같이 가겠다고
하네요.
평강이와 대호는 백두산에 올라 고사리를 꺾다가 아기 여우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귀여운 아기 여우에 가까이 가서 쓰다듬어 주다가 엄마 여우에게 쫓기게 되었어요. 힘들게 꺾은 고사리 자루로 여우를 쫓아내야
했기 때문에 고생한 보람이 없어졌지만 백두산 여우를 본 평강이와 대호는 호탕하게 웃어넘길 줄 아네요. 자연에서의 선을 지킬 줄 알게 되고 자연을
사랑하게 되고 친구와의 우정까지 확인하게 된 사건이라면 이 사건을 통해 아이들은 앞으로 그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겠지요?^^
이야기 속에 북한 사투리가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요.
이야기 끝에 작가의 말과 함께 정리가 되어 있어요.
저야 별도의 해석이
없어도 글의 흐름을 통해 이해를 하지만 아이들은 북한 사투리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또 하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거짓말을 꽝포라 하고 라면을 꼬부랑 국수라고 한다니 재미있기는
하네요.^^
한라산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너무
예뻤어요.
하나의 그림책으로 나와도 정말 좋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갈 수 없는 북한의 백두산이 듬직하고 묵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아름다운 제주의 한라산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답니다.
처음엔 한라산 떡갈나무 포장마차가 나오길래 여기서 누가
장사를 하고 있을까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몸 한구석이 움푹 패자
떡갈나무가 다람쥐 아가씨에게 집으로 내어주었다는 글에 주인이 다람쥐구나 알 수 있었죠.
다람쥐가 왜 포장마차를 열어서 칼국수를 팔았을까? 그것도 마른 나뭇가지 한 움큼을
받고서~
한 겨울 먹을거리가 없는 산속에서 다람쥐의 칼국수는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동물들을 달래주기에 딱 좋은 곳이었지요.
배고픈 동물들은
나뭇가지를 들고 오면 누구나 칼국수를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삵도 나무를 들고 와 칼국수를 먹고 갔어요.
그래서 다람쥐는 겨울잠도 미루고 칼국수를 만들었지요. 이제 문을 닫고 할머니에게 가려던 찰나 홀쭉한
배를 한 곰 아저씨가 들어옵니다. 다람쥐 아가씨는 곰에게 칼국수 값으로 나뭇가지 대신에 그동안 모은 나뭇단을 옮겨달라고 부탁을 하는데요. 다람쥐
아가씨는 그 나무를 어디에 가져가려는 걸까요?
바로 자신의 다친 다리를
고쳐주었던 할머니를 위해 대신 나무를 해주었던 거예요.
할머니가
가르쳐주신 도토리 칼국수를 팔아서 말이죠.
도토리 칼국수 레시피를 보니 맛이 없을 수
없겠는걸요?
반죽을 100번 이상 치대니 얼마나 쫄깃쫄깃
맛있겠어요?
삵을 순한 양처럼 변하게 한 이유를
알겠네요.^^
상부상조하며 추운 겨울을 지혜롭게 보내는 동물
친구들과 할머니의 이야기가 굉장히 따뜻했어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살 때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운지를 보여주는 동화였어요. 인간은 늘 자연을 파괴하는 입장에 서게 되는데 서로 존중하면서 공존하면 참
좋겠다 싶네요.
그래야 다 같이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산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가 역시 다양한 감동과
재미를 주었어요.
산이란 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고 인간과 동물들이 그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요. 산은 빼앗아 가지 않아요. 그저 내어줄 뿐이죠. 그 안에서 불행을 만들어 내는 건 우리의 욕심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산이 그러하듯 이야기를 통해 피톤치드를 가득 뿜어내고
있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건강해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