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키워드 경제사전 - 경제에 관한 모든 지식
곽해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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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10 키워드 경제사전

유럽발 재정위기로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서브프라임사태 이후로 2년이 넘게 지속된 경제위기가 이제 끝이 보이는가 싶더니 다시 어두 컴컴한 터널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다. 

지난 10년간 있었던 부동산과 주식폭등, 그리고 금융위기와 실물경제위기까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겪으면서 온국민이  재테크박사에 이어 이제는 경제학박사가 됐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과거 우리경제의 고도성장기 시절에는 일반인이 경제, 재테크 따위는 몰라도 먹고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저 다달이 수입을 착실히 저축하기만 해도 자식교육부터 내집마련까지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그런 일은 이제 꿈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손에 쥐는 월급만으로는 집장만은 커녕 오히려 자식교육비 걱정에 아기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여유롭게 생활하기 위해선 재테크 뿐만 아니라 경제도 잘 알아야 한다. 이제는 경제를 단순히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 생존을 위해 배워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경제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

 

경제를 잘 알고 싶다라는 다짐과 함께 경제신문을 처음 구독하기 시작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경제현상이나 이론에 대한 이해는 둘째 치고 모르는 용어 투성이라 매일 신문하나 붙잡고 몇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그때 그때마다 모르는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던 중 문득 두툼한 경제용어사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검색속도와 편리성을 생각한다면 무척 비효율적이겠지만 항상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종이사전을 차르륵 펼쳐가며 단어를 찾는 게 은근한 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고 치면 그 무모함은 둘째치고 우선 필요성부터 의문을 제기해 봐야 할 것이다. 그 수많은 단어들을 머릿속에 집어넣는다 한들 과연 몇%나 쓰임새가 있겠는가. 그래서 저자는 책에 모든 용어를 담기 보다는 어떤 용어를 해설할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경제용어는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지고 현실에 비추어 중요도가 수시로 바뀐다는 이유인데, 2010년 한해 독자들의 경제활동을  위해 저자가 엄선해 놓은 사전이라 할 수 있으며 충분히 통독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학발전소라는 경제상식코너가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기회비용,보이지 않는 손 등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론이나 개념들을 읽기에 부담 없이 풀어놨는데 나름대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유럽발 재정위기를 처음에 언급했는데 소버린리스크를 포함해 그와 관련된 용어들이 빠진 것은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시기적으로 출판일과 맞물렸기 때문일거라 짐작이 되는데, 아마도 올 한해 동안 경제에 있어 주요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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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 세계 경제를 비추는 거울
도시마 이쓰오 지음, 김정환 옮김, 강호원 해제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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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식이 조정기를 맞고 부동산시장도 온기가 식어버린 지금 투자대상으로서 단연 금이 화두의 정점에 올라있다. 온스당 1185달러.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1200달러를 넘어 짐 로저스의 예언대로 2000달러를 돌파할 기세로 힘차게 행진하고 있다. 20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인류의 가장 오래된 화폐로 자리를 지켜온 금. 저자는 금 시장에 세계의 정치,경제 동향이 응축되어 있다고 말한다. 정말로 금의 자취를 따라가면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적,경제적 움직임들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인가.

금이 기본적으로 희소성이 있고 잘 열화되지 않는 물리적 특징이 있다. 때문에 일찍이 화폐로 통용 되었지만 거래시 실물을 직접 지니고 다녀야 하는 한계 때문에 결국 지폐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금은 언제든지 현금화 하기가 쉽다. 즉 유동성이 좋으며 때만 되면 한번씩 찾아오는 경제위기 때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가지고 있는 채권,주식증서등이 종이조각으로 둔갑해버리는 비극을 면할 수 있다. 알기 쉽고 단순하기 때문에 위기가 찾아오면 사람들은 조건 반사적으로 금을 찾는다.

1980년대, 레이건의 취임과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을 필두로 한 시카고학파가 대두되면서 시장에서 규제완화와 자유방임을 강조한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었다. 이때 경제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의 소비문화에도 변화가 일어났는데 ‘과소저축, 과잉소비’라는 일단 쓰고 나중에 갚고 보는 패턴이 이때부터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것은 결국 과도한 부채를 유발해 미국이라는 나라가 재정과 경상수지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체질을 갖게 되었으며 각 가정 역시도 빛더미에 익숙해져 오늘날 서브프라임사태까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정부는 달러를 남발해 부채를 더욱 늘리게 되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세계 각국이 달러라는 기축통화에 대해 의문을 품는 수준을 넘어서 불신까지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금본위제는 통화남발을 막는 ‘수비’에는 적합하지만 경제성장이라는 ‘공격’에는 약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62쪽)

달러가 나날이 힘을 잃어가면서 세간에서 그 대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간혹 금본위제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있는데, 경제성장과 한정된 자원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비현실적인 얘기다. 먼저 늘어나는 인구에 비례해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통화가 경제에 공급되어야 하는데 금본위제는 금과 화폐의 태환비율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가 통화를 마음대로 찍어서 공급할 수 가없다. 이것은 통화남발을 막아 인플레이션 방지에는 상당히 유리하지만 반대로 경제성장을 촉진하기에는 불리하며, 특히 경제 위기 시에는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유사 이래로 채취된 금의 총량은 16만톤 정도, 1년에 생산되는 금의 양은 2500톤 가량 된다고 한다. 앞으로 캐낼 수 있는 매장량은 7만5천톤 정도인데, 그것도 쉽게 캐낼 수 있는 금들은 거의 고갈되었고 해저같이 채취하기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곳들이 대부분이며, 단순 계산해보면 약30년 후엔 모두 고갈되고 만다. 이런 현실에 비춰봤을 때 금본위제로의 회귀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요즘 같은 때에 금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장신구나 여타 다른 용도보다는 투자대상으로서의 것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너무 올라버린 가격 때문에 아기의 돌잔치 때 금반지 대신 축의금을 내도록 세태를 바꿔 놓기까지 했다. 금 가격은 99년도에 유럽 각국 중앙은행들의 집중매도를 시작으로 9.11사건, 서브프라임사태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전에는 70년대 두 번에 걸친 석유파동 때 넘치는 오일머니들이 금으로 몰려들면서 가격이 온스당 800달러를 넘어 폭등한 이후로 20여년의 세월 동안 금은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해왔다. 이것은 금을 투자대상으로 바라보았을 때 상당한 애매모호함을 가져다 준다. 미국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금 가격은 1802년부터 1997년까지 약 200년동안 12배 상승했다고 한다. 1896년 개장 첫날 40포인로 출발한 다우지수가 지금 몇 배나 상승했는지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초라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게다가 금은 자체적인 현금흐름이 없다. 즉 예금이나 주식처럼 이자나 배당이 생기지 않는다. 그 자체의 가치만 지니고 있을 뿐이다. 또 한국으로선 환율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지금같이 금 가격이 계속 올라도 환율 역시 계속 떨어지면 원화로 돌려받는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10월에 IMF에서 400톤(보유고 약3200톤)의 금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최근 위안화의 기축통화 만들기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중국이 전량 매입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는데, 의외로 한 달 뒤 인도가 절반인 200톤을 67억 달러에 매입했다. 인도중앙은행은 매입이유를 ‘외환보유고의 다변화를 위해서’라고 발표했는데, 사실 지금 같은 때에 누가 달러를 고이 손에 쥐고 있고 싶겠는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금 시장의 큰손은 인도와 중국이다. 두 나라는 문화적으로 금 선호도가 높은데다가 인구만해도 합이 23억명으로 잠재수요가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인도는 90년대에, 중국은 최근 들어 금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시장이 이제 막 무르익기 시작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세계의 자원을 빨아들인다’는 표현이 자주 쓰이는데 금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또 중국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서 필수로 금이 필요하다. 2008년 기준으로 금 보유량이 1000톤 정도로 미국(약 8000톤)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이다. 앞으로 민간수요와 정부의 정치적 목적측면에서 봤을 때 말 그대로 중국이 세계의 금을 엄청나게 자국으로 빨아들일 거란 예상이 된다. 인도의 날씨와 금시장과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흥미롭다. 인도의 노동인구중 6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강수량에 따라 수확량이 달라지고 그것은 또 금의 구입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때문에 런던의 금 전문가들은 항상 인도의 일기예보를 관심 있게 살피고 있다고 한다.

금 때문에 한국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었다. 알다시피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으로 모인 250톤의 어마어마한 금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는데, ‘유사시에 금’이라는 말이 이처럼 잘 들어맞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 국내에 금이 그야말로 씨가 마르게 되었고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도 14톤으로 경제규모와 외환보유액을 따져봤을 때 너무 적은 양이다.(유럽의 중앙은행들은 보통 외환보유고의 50~60%를 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세계 6위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도 작년 리먼사태때 곤욕을 치뤘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여러 대처방안중 금 보유고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보통 원유를 비롯한 상품의 가격은 수요-공급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금은 수요보다는 달러가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작년 중반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섰던 금 가격이 9월에 리먼사태가 터지고 손실을 본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각국에 퍼져있는 달러를 회수하고 달러가 귀해지면서 반대로 금 가격은 온스당 60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다. 그 이후 대규모 구제금융이 투입되면서 사태가 진정되었고 연방금리가 제로금리까지 내려가면서 다시 달러가 약세를 띠고 반대로 금은 강세를 띠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미국의 실업률과 경기 회복세를 감안했을 때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정도 일진데 어쨌든 이처럼 달러와 금의 관계에는 경제의 흐름 또한 녹아 들어가 있다. 금이 다시 달러를 대신해 기축통화로 자리매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서 얘기한 경제성장과 제한된 양 때문에 이미 은퇴한 금이 다시 복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한나라의 경제역량은 그 나라 돈의 신용도를 나타내고 그 돈의 신용도는 금이 보증한다. 중국이 위안화의 신용도를 보증 받기 위해서 막대한 양의 금을 모으기 시작한 것처럼 금은 그 자체의 통화가 아닌 화폐의 ‘후견인’으로써 앞으로도 그 자리를 굳게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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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경제학 2 - 서민 경제의 미래 위험한 경제학 2
선대인 지음 / 더난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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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근거리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 어렸을 적부터 한 동네에서 지내 온 죽마고우인지라 틈나는 대로 가서 운동을 하곤 한다. 경제에 관심이 조금 있는 본인은  월말 쯤이면 친구의 수입을 항상 묻곤 한다. 이유인즉슨 헬스장이나 태권도장 같은 운동관련업종이나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외식업은 경기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이다.(아 참 택시도 포함) 경기가 곤두박질치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받는 업종이라 경제상황을 체감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실제로 서브프라임위기가 터지고 본격화되면서 친구의 앓는 소리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요즘은 장사 시작이래로 이보다 더 안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란다. 

 저번주의 일이다. 친구의 헬스클럽에서 런닝머신에 부착된 TV를 통해 뉴스를 시청하며 걷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날 보도된 뉴스 중 사상처음으로 상품수지가 일본을 앞질렀다라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매일 받아보는 조간신문에도, 그리고 인터넷상에 각 포털사이트에도 난리였다. 사실 이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닐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한국의 경제회복은 희망사항이 아니라 기정사실이며, 이런 류의 뉴스들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신물 나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적어도 언론을 통해 말이다. 이렇게 경제에 꽃 피는 봄이 이미 왔건만, 친구는 왜 그렇게도 힘들어할까? 친구의 장사수완이 형편없어서일까? 

 현상을 바로 봐야 할 때가 많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방금 전에 말한 언론이라는 게 특히 그렇다. 언론은 각 회사마다 특유의 논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정성,진실성을 가장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땅의 상당수 언론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멀쩡한 언론사가 변절을 해 버렸고 나머지도 그렇게 될지 모르는 운명에 처해 있다.  

 상품수지에서 일본을 이겼다고 각 언론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국제대회에서 무슨 타이틀을 딴 것 마냥 말이다. 본인은 이것을 무조건적으로 폄하하고 싶진 않다. 우리나라가 좋은 성과를 올렸다면 당연히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의 침체기에 상품수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은 사실이나 원화약세로 인한 영향이 크며 일본은 서브프라임위기 이후 유례없는 엔고로 허덕이는 중이다. 게다가 정작 중요한 상품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는 여전히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우리가 언제부터 상품수지에 이렇게 목을 메었던가? 결국 상품수지에서 일본을 이겼다는 사실은 참이지만 이것은 특정 부분을 부각시켜 경제의 회복을 강조하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연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경제회복이 진실인가? 정말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경기침체에서 탈출하고 있는 모범생이며, 이제는 침체가 문제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며 출구전략을 가늠해야 하는 단계란 말인가? 

 90년대 말의 외환위기는 동남아시아의 몇 개 국가에 한정 되어 있었다. 미국, 유럽 등의 나머지 나라들이 피해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수출을 통한 빠른 위기탈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동시에 불황에 빠졌다. 불황을 이른 시기에 탈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말대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과 교역을 해서 흑자를 내는 방법밖에 없다. 이것은 사실상 이른 시기의 경제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실제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현재 경기가 바닥이거나 바닥에 근접해있지만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하려면 적어도 3년에서 5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심지어는 회복세를 보이는 듯 하다가 재차 위기에 빠져드는  W자형의 더블딥을 경고하는 학자도 있다. 왜 이렇게 국외와 국내의 소리가 서로 다른 걸까? 아니면 세계경제는 침체기라도 한국만은 혼자서 살아날 수 있는 것일까? 

 세계경제의 회복 없이는 한국경제의 회복도 있을 수 없다. 나라경제의 절반가까이를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가 무슨 수로 혼자서 살아난다는 말인가? 다만 지금의 회복세는 작년부터 세계각국에서 일제히 시작된 저금리와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에 기인한다.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돈을 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 시장의 자연복원력에 의한 회복이 아니란 말이다. 이것은 정부의 돈줄이 떨어지기 전에 민간경제가 바통을 이어받아 살아나야 한다는 것인데, 만약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더 심한 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 그때 가서는 쓸 수 있는 돈의 여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언론에서 떠드는 대로 완연한 회복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차 위험에 빠질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상을 바로 봐야 한다고 말한 이유이다. 

 또한 재정지출이란 게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바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돈이 우선적으로 그리고 꼭 필요한 곳에 알맞게 지출 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해서 마지못해 포기하는척하며 꺼낸 30조원 규모의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5년간 56조원의 예산이 잡혀있지만 대부분인 53조가 항만,도로 등에 투입되는 광역 경제권 프로젝트. 이 두 가지만 해도 건설,토목분야에 엄청난 국민세금이 들어가는데, 지식산업시대에 건설업이 왠 말이며, 대부분을 기계,중장비로 시공하는데다가 노동자의 30%가 외국인인 마당에 무슨 경기부양효과가 있을까? 물론 효과가 없진 않겠다. 그리고 건설이 아직 필요한 곳도 있기야 하겠다. 하지만 그 엄청난 돈을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고, 미래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IT나 여타 분야에 주로 투자하는 게 맞지 않을까? 경인운하의 경우 국민의 반대여론이 분명했는데도 시공식조차 하지 않고 착공에 들어갔다. 차로 한 시간 걸리는 인천까지 운하를 뚫겠다는 한심한 발상이 현실화 되기까지 정부,고위관료,재벌기업들 그리고 언론의 단합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꽤 전부터 보고 느껴 왔던 것인데,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안티가 꽤나 많아 보인다. 한국 경제에 관해 일관적으로 비관론을 주장해왔기 때문인데, 특히 몇 년 전부터 강조해 온 부동산 거품붕괴론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책의 저자인 선대인부소장 역시 같은 처지이며 사실 이 책 역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비관적인 사실이 가득 담겨 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비난이나 터무니없는 주장이 실려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본인이 책을 읽어보고 느낀 바로는 저자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걱정이 엿보였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미래의 아이들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자 하는 열망이 느껴졌다. 혹자는 말한다. 저자가 부동산 거품붕괴를 선동하고 있다고. 특히 주택가격의 폭락을 선동하고 있다고. 백 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치자. 그럼 지금의 집값이 시장원리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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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투자자가 알아야 할 돈에 관한 진실
김항주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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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Street Reform First

‘월가 개혁 먼저’. 2009년 9월 14일 뉴욕 월스트리트의 페더럴홀에서 미대통령 오바마의 연설이 진행되고 있을 무렵 건물 밖의 한 시위자의 손에 들려 있던 피켓의 문구다. 이날 오바마는 월가 관계자들 앞에서 ‘월가 개혁에 저항하지 마라’라는 요지의 연설을 해 페더럴홀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찬물을 끼얹은 듯한 분위기였다. 서브프라임위기가 터진 지 2년, 그리고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그 동안 무엇이 바뀌었나?

천문학적인 액수의 구제는 있었지만 개혁은 없었다. 위기의 시발점이자 근원인 월가는 그동안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구제금융덕분에 생명연장의 꿈은 이룰 수 있었다. 이제 위기가 잦아들고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니 그들은 슬금슬금 다시 고액연봉의 돈 잔치를 벌이고, 전 세계를 파탄에 몰아넣었던 파생상품을 취급하고 있다(저번에는 모기지였지만 이번엔 연금을 베이스로 상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파생상품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변변한 규제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위기의 현장에서
 
서브프라임위기의 중심에 모기지채권이 있다. 집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가면 은행은 이걸 기반으로 모기지 채권을 발행해 자산회사에 팔고 자산회사에서 이걸 쪼개고 합쳐서 CDO(부채담보부증권)를 만들어 낸다. 자산회사는 이 CDO를 보험사 같은 기관에 팔아 넘기는 데 저자는 바로 이 CDO같은 모기지채권을 만들어 팔던 트레이더였다. 저자는 이것을 독극물이라고 표현했는데 사실 자신도 이번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고백한다.
 
탐욕 그리고 무책임. 이 두단어가 이번 위기에 대해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적인 설명은 가능할 것 같다.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 집값에 대출자들은 너도나도 앞다투어 은행으로 몰려갔고 은행은 소위 말하는 닌자(NINJA), 즉 수입도 없고(No Income) 직업도 없고(No Job) 자산(No Asset)마저 없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대출을 해주었다. 또 투자은행들은 대출을 기반으로 한 모기지채권들을 사들여 정체를 알 수 없는 독극물로 둔갑시켜 팔아재끼기 바빴고 신용회사들은 이 독극물에 친절하게도 AAA라는 우량등급을 부여했다. 물론 신용회사들은 자신들이 부여한 등급과 관련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실물경제는 한정된 자원을 매개로 움직이지만 금융경제는 무한대의 영역이다. 바로 신용과 레버리지라는 개념 때문에 그런 것인데, 금융경제는 신용만 있으면 돈을 마음대로 꿀 수 있고 또한 레버리지를 통해 가진 자본의 100배까지 늘려 투자를 할 수 있다. 월가는 더 많은 수익, 더 많은 돈을 좇아 될 수 있는 데로 돈을 빌렸고 다시 그 돈을 불려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데에 혈안이 됐다. 이번 위기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진 이유이기도 한데, 재미있는 사실은 저자의 말대로 이들은 정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기껏해야 손실을 낸 것에 대해서 해고 당하면 그만이었다. 모든 손해는 투자자과 투입된 구제금융의 주인인 납세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저자는 채권전문가인데 책에서 적지 않은 부분에 걸쳐 주식에 대한 비관론을 이야기한다. 이유인즉슨  알다시피 채권은 원금과 이자가 보장이 되는 안정적인 투자처인 반면 주식은 사는 순간 어떠한 것도 보장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좀 극단적인 예지만) 다음날 액면가가 10원으로 하락하더라도 거기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만이 질 뿐이다. 또한 주식은 근본적인 돈의 흐름이 없으며 그저 누군가가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내 주식을 사주기를 바라는 다단계상품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본인은 주식투자를 하지 않지만 투자에 대한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니 귀담아 들어서 굳이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 모든 시장이 파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손익의 정당성이 확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213쪽)
맞는 이야기다. 펀드매니저는 돈을 잃거나 따는 것에 상관없이 수수료를 챙긴다. 물론 책임도 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경우라면 어떻겠는가? 황당하게 펀드매니저 비판론을 이야기하고자 함은 절대로 아니지만, 비단 펀드뿐만 아니라 타인의 돈을 맡아서 운용하는 주체의 손해와 이익에 대한 처우와 책임이 적어도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나지 않은 위기
 
사실 이번 위기가 IT버블 붕괴 이후로 이어진 저금리기간 동안에 생성이 된 것은 아니다. 특히 부동산버블은 90년대 이른바 골디락스(저물가 고성장) 호황기 때부터 서서히 만들어 졌다고 볼 수 있는데, 그보다 좀 더 앞선 기간부터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다. 분위기란 먼저 쓰고 나중에 갚는 소비풍조를 말하는데,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규제완화와 시장경제로 인해 미국인들은 저축보다는 오로지 쓰는 데에만 열중하는 소비문화를 갖게 되었다. 게다가 한국 또한 일전에 겪었던 카드대란과 현재의 부동산버블을 통해 같은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문화와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묻지마투기와 같은 한탕주의로 인해 땀 흘리며 열심히 번 돈을 저축하는 미덕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남들 다 쉽게 쉽게 돈 버는 것에 비교하면 정직하게 일해서 번 돈을 차곡 차곡 저금하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작금의 이러한 습성들을 버리지 못한다면 재차 위기를 겪고 또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 이상 고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새마을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저자의 주장을 한번 쯤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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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돈의 흐름 공부하라 경제에 통하는 책 4
윤채현 지음 / 한빛비즈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금리인상


지난 9월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직후의 기자회견에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껏 달아오르고 있는 주식시장과 (특히 과열되고 있는)부동산시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꼭 1년 전에 일어났던 리먼사태 이후 1년 동안 이어졌던 저금리기조가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어쨌거나 금리의 방향이 바뀌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금리의 방향이 바뀌는 것은 시장에 변화 혹은 전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돈의 흐름을 공부하자


“투기성이 강한 재테크시장은 정보를 무기로 다른 투자자의 재산을 내 호주머니로 이전시킬 수 있는 도박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관계자 대부분이 모럴헤저드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로 알려진 사람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으므로 기본에 충실하면서 정보 분석 능력을 높여야 한다.” (p318)


돈은 한곳에만 오랫동안 머물지 않는다. 수익을 좇아 부지런히 움직여 다닌다. 올 봄에 대기성 자금이 자그마치 800조원에 달한다는 기사가 얼마간 언론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저점에서 횡보하는 주식시장과 싸늘하게 식은 부동산시장 덕분에 갈 곳이 없어진 돈들이 임시거처에 기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신호가 오기 무섭게 다시 돈들은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했다. 비록 불황형 흑자지만 무역수지가 꾸준히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최근의 FTSE 선진국지수 편입효과까지 더해져 주식시장에는 연일 훈풍이 불었지만, 이제 금리인상이라는 불청객을 만났으니 머지않아 시장에 변화가 오리라 예상이 된다. 돈은 다음 목적지를 정해 이동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과거에 비해 돈의 이동속도가 빨라졌다. 정보와 학습효과 덕분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시장에 대한 실시간 정보와 분석이 이제는 아주 빠른 속도로, 손쉽게 개개인들에게 전달이 되고 있다. 또한 서브프라임사태에 이은 금융위기 동안 막대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학습효과로 인해 특정시장에 쏠림현상이 재빠르게 일어나고, 빠져나가는 속도 또한 더욱 빨라지고 있다. 속된말로 정신줄 놓고 있으면 손해보기에 딱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돈의 흐름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돈이 다음 움직일 곳에 제때 찾아 가서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

 

천수답 재테크 VS 전천후 재테크


투자에 있어 포트폴리오는 필수다. 시장이 예측한대로만 움직여 줄 리는 없기 때문에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이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주식(+펀드),부동산,채권,현금으로 나눠서 투자 한다. 여기서 시장의 상황에 맞게 각 대상의 비율을 유동적으로 조정한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환율 또한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급부상했다.


환율은 주식,부동산,채권과 상충관계다. 경기가 침체기에서 호황기로 넘어갈 때를 보자.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금리는 바닥수준일 테고 시중에는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이 충분히 풀린 상태다. 이제 수출호조를 통한 흑자로 달러가 유입되면 환율은 하락하기 시작하고 기업의 실적개선과 함께 시중의 유동성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 간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주식이나 부동산은 대세상승기로 접어들어 장기간의 상승랠리를 펼치게 된다.


하지만 시장이 마냥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시장에서 거품논쟁이 발생하고 과열된 시장을 식히기 위해 정부가 개입을 시도하면(금리인상) 거꾸로 대세하락기가 오게 된다. 이럴 경우 앞서 말한 포트폴리오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주식,부동산,채권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때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환율을 이용해 외화예금이나 외화표시자산에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다음 호황기가 올 때 까지 그저 목놓고 기다리는 것은 하늘이 내리는 비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재테크전략이요, 돈이 움직이는 시장을 찾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저자가 말한 전천후 재테크전략인 것이다.

 

결국 역사는 반복된다


저자는 시장의 환경이 2008년을 기점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구감소,실업증가,양극화 등의 국내변화. 그리고 달러약세와 불신에 따른 기축통화 전쟁, 전세계적인 중산층의 붕괴, 미국중심의 자본주의에서 급부상하는 브릭스국가 등등. 특히 과거에는 오일쇼크때의 석유시장, 닷컴 버블붕괴때의 주식시장등 개별시장에 타격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금융시스템에 이어 실물경제까지 무너진 총체적인 위기였다. 이로 인해 시장의 환경과 여기에 영향을 줄 변수들이 전과는 동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초저금리 시대에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지출한 천문학적인 돈들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어디론가 부지런히 움직일 것이다. 여기에 더욱 더 열심히 공부하고 대비해야만 자산을 지키고 불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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