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흐려도 모든 것이 진했던
박정언 지음 / 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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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흐려도모든것이진했던
#박정언 #박정언에세이
#달 #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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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중 한 신문의 기자를 거쳐, 라디오 PD를 하고 있는 '박정언'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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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서서 지난 날을 돌아보는 마음이 제목에 드러난다. "날은 흐려도 모든 것이 진했던" 나날들.
_ "선택은 미래를 바꾸기도 하지만, 과거를 새로 기억하게 합니다. 미래를 바꾼 대신 과거를 다시 쓸 수 밖에 없는 것, 이것도 선택의 대가중 하나인 걸까요?"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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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기억하는 과거는 흐리게 기억이 되고, 왜곡되고, 퇴색되어 있기도 하지만, 진하게 각인되어 드러나는 것도 있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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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도 그러지 아니한가.
선택의 기점에서 바뀌어버린 이후. 그러면서도 진하게 남아있는 과거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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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 모음은 그런 책이다. 빨리 지나가다 보니, 혹은 내 시선이 닿지 않아 흐리게 남겨져 버린. 하지만 내가 걸음을 멈추고, 옆을 돌아보자 진하게 내 족적에 남겨져 있는 순간들을, 작가의 감성이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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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이 존재한다. 가능성이 보여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꿈꾸는게 아니었다.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가 안되는 일이 있다" p.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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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장소에 대한 사랑은 마음이 만들어 낸 최후의 방어선일지도 모른다. 더이상 사람에게서 위로를 얻을 수 없을만큼 지쳤을 때, 마지막으로 우리 곁에 남는 것은 오로지 공간, 장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공간이 주는 위로에는 말없이 가만히 마음을 쓸어내려 주는 것 같은 조용한 다정함이 있다. 오래되고 사려깊은 이상적인 친구처럼 말이다."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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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함께 한 그 시절의 기억은 대부분 장소와 연관되어 있다. '우리 그 무리들과 거기 갔던 것 기억나? 그때는 뭐가 그리 좋아서 깔깔댔던지...' 라든가, '그때 그 광장에 가투 나갔을 때 노동자 한분이 분신하는 것을 목격하고 우리가 얼마나 하염없이 눈물 흘렸는데....지금은 그 광장은 꽃들로 가득찼더라...' 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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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들이 흐릿하지만, 진하게 새겨진 부분이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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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순간을 담아내는 작가의 시선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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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읽기의즐거움
#책을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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