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 - 지금은 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할 시간
이화자 지음 / 책구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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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집어삼키고 난 이후로 ‘여행’은 아득히 먼 그리운 옛 시절 속에나 존재하는 무언가가 되어버린 듯했다. 해외여행은 감히 꿈꿀 수 없고 국내여행도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주변인들의 눈치를 보면서 몰래 가야만 하는 상항이 된 거다.

이런 상황에서 대범하게도 여행책이 출판되었다. 여행을 가라고도, 그렇다고 무조건 가지 말라고도 말할 수 없는 이 묘한 상황에서 무려 “여행처방전”이란 말을 제목에 붙여서 말이다. <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이라. 여행이 과연 바로 코로나 시대 이후의 시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접촉(contact) 하지 않는(un) “언택트시대(untact)”에 대한 처방전이 될 수 있을까?

언택트시대와 여행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론 궁금하다. 앞으로 여행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할지 말이다.

나는 올해 육아휴직을 했다. 무려 10년 만에 처음으로 쓴 휴직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여러 계획을 세웠다. 그중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아홉 살 딸과 한 달에 한 번 국내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딸과 함께 어디를 가자, 무엇을 하자 하면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퍼지면서 거의 모든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충주와 제주로 한 번씩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는 어느 순간부터 여행은커녕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조차 거의 나가지 않았다.

그저 여행이 삶에서 지워졌을 뿐인데 나도, 딸도 조금씩 우울해졌다. 어쩌면 우리에게 여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을지도 모른다. 어디론가 떠나긴 해야겠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세계 100여 개 국가를 돌아본 여행가 이화자 씨가 한적한 국내 힐링 여행지를 소개한 책이라고 했다. 세계 곳곳을 다녀 본 여행가가 국내 여행지로는 과연 어떤 곳들을 선택했을까 궁금했다. 목차를 살펴보니 익숙한 여행지보다 처음 들어보는 여행지가 더 많았다. "지금은 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할 시간입니다."라는 에필로그의 문구도 마음에 들어왔다. 흥미가 생겼다.

책은 섬으로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언택트시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섬만큼 맞춤한 여행지도 없을 것 같다. 사실 개인적으로 섬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뱃멀미가 심한 게 가장 큰 이유다. 가능하면 여행을 하면서 배를 타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책에 소개된 옹진 굴업도부터 강화 교동도까지, 각각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일곱 개의 섬을 만나면서 섬이 이전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섬 여행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언젠가는 굴업도 낭개머리에 오르며 야생 사슴을 만나보고 싶다.

작가가 100여 개 국가를 돌아본 전문 여행가라서 그런지 분명 국내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인데 해외여행지가 툭툭 튀어나온다. 해외여행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지금, 작가가 독자들을 해외여행지로 초대해 주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면 곰배령에서 일본 생태의 섬 야쿠시마를, 양평 세미원에서 태국 우돈타니 레드 씨(fea sea)를, 춘천 중도물레길 카누를 타면서 태국 끄라비에서의 선셋 카누를 소환해 주는 식으로 말이다.

책은 과하지 않은 감상과 여행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어우러져 편안하게 읽혔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랜선 여행을 떠나 온 기분이 들었다.

모든 여행지가 좋았지만 특히 ‘동네책방 아날로그 여행’ 챕터는 무척 반가웠다. 나와 딸은 어느 여행지를 가든 그 지역의 책방에 들러 책을 사서 여행 내내 읽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통영에 있는 ‘봄날의 책방’으로 떠나고 싶어 마음이 근질거렸다. 제주에 있는 책방들도 너무나 근사해 보였다. 특히 조천읍에 있는 '시인의 집'을 알게 되어 기뻤다.

반가운 곳은 또 있었다. 바로 양구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이다. 얼마 전 <꿈꾸는 징검돌>이라는 그림책을 보고 박수근 미술관에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책에 소개된 걸 읽고는 더 가고 싶어졌다. 고성에 있는 바우지움조각미술관도 멋질 것 같았다. 딸이 미술을 좋아해서 미술관에도 많이 가는 편인데 한적하고 좋은 미술관을 알게 되어 좋았다.

이 책 덕분에 나와 딸은 바로 오늘, 양평으로 여행을 떠난다. 양평은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마침 책에 세미원이 나온 게 아닌가. 그래, 떠나자! 연꽃은 다 졌겠지만 분명 다른 무언가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이 책은 우리에게 훌륭한 처방전이 되어 주었다. 그동안 떠나지 못했던 여행을 과감하게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 이 책은 여행에 대한 내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기도 했다. 여행지를 알면 알수록 여행은 우리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고,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줄 것이다. 이번 양평 여행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듣고, 어떤 것들을 보게 될지 기대된다.

언택트시대, 사람과의 접촉은 어려워졌어도 여행은 계속될 수 있다. 여전히 그 자리에 아름답게 존재하는 자연에게, 함께 여행을 하는 서로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더 가깝게 접촉(contact) 할 수 있는 우리나라 힐링여행지를 소개해 준 『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 여행을 그리워하는 주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어딘가 다녀오고 싶지만 사람 많은 곳은 꺼려진다"면, "국내 여행은 해외여행보다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면, "국내 여행은 그리 많이 해보진 못했다"면, "사람 많은 거 차 밀리는 거 딱 질색이"라면, "걷기를 좋아하지만 내내 걷는 건 싫다"면, "중간에 멋진 카페나 박물관, 미술관 한두 개 들르는 걸 좋아한다"면, "파도 멍, 불 멍, 커피 멍을 좋아한다"(본책 2쪽에서 인용)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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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 - 지금은 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할 시간
이화자 지음 / 책구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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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술술 잘 읽히는 여행책은 처음이에요. sns에 올라오는 유명 맛집이나 카페, 혹은 똑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은 이제 질려요.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가보고 싶은 곳들이 너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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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첫걸음 한글 교육 길라잡이 한국초등국어교육연구소 미래엔 연구총서 10
이경화 외 지음 / 미래엔(총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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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해득에 어려움을 겪는 초등1학년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한글 해득 진단과 지원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는 점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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