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친구'의 앞표지에는 무서운 할아버지 앞에서 야단을 맞고 있는 세 친구가 있다. 식은땀을 흘리고 눈물, 콧물까지 줄줄 흘리면서 잡혀있는 모습을 보니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저러나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은 흰색 바탕으로 인해서 더 잘 눈에 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삼총사, 올망졸망한 꾸러기들이다. 정겨운 골목길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열 살 언저리의 아이들은 요놈 할아버지 나무에서 장수풍뎅이를 잡다가 그만 걸리고 만다. 무서운 할아버지는 "요놈! 요놈! 요놈!"을 외치며 아이들을 혼내고 어쩔 줄 몰라 하던 아이들은 그중 한 명이 도망을 치자 나머지 아이들도 뒤따라 도망친다. 요놈 할아버지가 천둥같이 큰 소리로 아이들에게 호통칠 때의 장면을 묘사한 그림은 사건의 긴장감과는 대조적으로 익살스럽다. 의도적으로 크게 그린 할아버지의 얼굴이 감정을 더 잘 드러내는 역할을 하지만 이런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모습은 웃음도 자아낸다. 맨 먼저 도망간 히데토시가 넘어져서 할아버지에게 잡힌다. 나머지 친구들은 빈터까지 달려가 간신히 도망에 성공하지만 두고 온 친구 걱정에 '다시 돌아가야 할까?'하고 갈등을 겪는다. 갈등하는 장면을 줄글이 아닌 입말로만 묘사하여 아이들의 갈등이 더욱 현장감 있게 느껴진다. 또 울고 있는 울보 친구 그림 위에 울음소리를 묘사한 글자를 여러 번 크게 써 놓아 마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청각적 효과를 내고 두 친구의 갈등의 절정을 형상화한다. 좋을 따만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한 두 명의 아이들은 무서워 죽을 것 같지만, 꾹 참고 다시 요놈 할아버지 집으로 간다. 잡았던 장수풍뎅이를 할아버지에게 돌려드리고 용서를 구한다. 요놈할아버지는 처음에는 화를 내셨지만, 친구 소중한 줄 아는 대견한 아이들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시며 진짜 친구들을 용서해 준다. 다시 만난 세 친구는 서로에게 사과하고 서로를 용서한다. 친구의 실수를 비난하기보다는 친구를 먼저 생각하고 걱정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아름답게 나타난 대목이다. 이 책은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보았을 일을 소재로 삼아 아이들의 언어로 재미있게 쓴 작품이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도 자신의 이야기를 또래 친구에게 말해 주는 것 같은 구어체를 사용하여 친근감을 준다. 일본 작가의 글이지만 어느 나라 아이들이 읽어도 공감이 가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 친구에게 배려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하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진짜 친구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