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대지 세계문학의 숲 43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윤진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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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비행]
그는 인간의 삶을 따스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시간이 있을 때‘를 위해 언제나 노년으로 조금씩 미루어두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언젠가는 정말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마치 인생의 끝자락에 이르러 사람들이 상상하는 지복한 평화를 얻을 수나 있는 것처럼 말이다. p. 222

˝만일 그들이 친분 때문에 자네에게 복종한다면, 자네는 그들을 속이는 것이 돼. 자네는 어떠한 희생도 요구할 권리가 없단 말이지.˝
˝네...... 물론입니다.˝
˝자네와의 친분 덕분에 고된 일을 면하게 된다고 그들이 생각한다면, 그 역시 자네가 그들을 속이는 걸세. 그들은 복종해야 할 테니까.˝ p. 246

‘사람들의 호감을 사려면, 남을 동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지만 나는 동정을 하지 않거나 혹은 그런 마음을 숨기지. 나도 사람들의 우의와 애정으로 둘러싸여 보고 싶어. 의사는 직업상 그런 우의와 애정을 만나지. 그러나 내가 맡은 일은 사건들이다. 그러니 사람들을 단련시켜 그들이 사건들에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 저녁에 내 사무실에서 항공지도를 펼쳐놓고 있으면 그 알 수 없는 법칙이 확연히 느껴진다. 만일 내가 손을 놓고 정해진 사건들을 그 흐름에 맡겨버리면, 묘하게도 사고가 생긴다. 마치 내 의지만이 비행 중인 항공기의 추락을 막거나 혹은 폭풍우로 인해 항공기 출발이 지연되는 것을 막는 것처럼 말이다. 때로는 나도 그런 나의 힘에 놀라곤 해‘ p. 273

사람들이 그에게 모든 위험을 배제할 수 있는 완벽한 해결책을 요구할 때면, 그는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법칙을 끌어내는 것은 경험입니다. 법칙을 인지하는 것이 결코 경험에 앞설 수 없습니다.˝ p. 275

‘우리는 영원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와 사물들이 갑자기 그 의미를 잃는 것을 보지 않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럴 때에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공허함이 드러나기 때문인데......‘ p. 312

승리...... 패배...... 그런 말들은 의미 없다. 삶은 그런 이미지들 저 아래에 있으며 벌써부터 새로운 이미지들을 마련하고 있다. 승리는 어떤 사람들을 약하게 만들고, 패배는 다른 사람들을 일깨운다. 리비에르가 당한 패배는 어쩌면 진정한 승리로 다가가는 약속일지도 모른다. 오직 진행 중인 일만이 중요하다. p. 32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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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 세계문학의 숲 43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윤진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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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는 저 모든 책들보다 우리들에 관해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그것은 대지가 우리에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장애와 맞서 겨룰 때 스스로를 발견한다. p.11

병이나 돈 문제,서글픈 집안의 근심사들. 그 이야기들은 저 사람들이 스스로를 가둔 음울한 감옥의 담벼락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운명의 얼굴이 내 앞에 나타났다.
여기 있는 나의 동료 늙은 관료여, 그 어느 것도 너를 탈출시켜주지 않는데, 너는 거기에 대해 일말의 책임도 느끼지 못하는구나. 너는 흰개미들처럼 빛으로 향한 모든 출구들을 시멘트로 꽁꽁 틀어막은 덕에 너의 평온을 일구었다. 너는 소시민의 안온함 속에 몸을 둥글게 말았고, 틀에 박힌 일과와 숨 막힐 듯한 시골 생활의 관례들로 바람과 파도와 별에 맞서 그 초라한 성벽을 쌓았다. 너는 커다란 문제들로 근심하려 들지 않고, 너의 인간 조건을 잊으려 무척이나 애를 썼다. 너는 떠돌이별의 주민이 아니며, 스스로에게 대답 없는 질문은 던지는 법이 없지. 너는 그저 툴루즈의 소시민일 뿐. 아직 시간이 있을 때, 그 어느 것도 너의 어깨를 붙잡은 적이 없다. 이제 너를 이루고 있는 진흙은 말라붙어 굳어버렸고, 앞으로 그 무엇도 네 안에 잠들어 있는 음악가나 시인 혹은 이전에 네 안에 살고 있었던 천문학자를 깨우지 못하리라. p.24-25

설령 아무 사고 없는 여행이라 해도, 자기 노선의 어딘가를 비행하는 조종사는 단순한 풍경 속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대지와 하늘의 빛깔, 바다 위로 남겨지는 바람의 흔적, 석양 무렵의 황금빛 구름, 조종사는 그것들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p.34

이처럼 동료가 죽으면 아직은 그의 죽음 또한 직무상 행위처럼 보이고,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죽음보다 더 큰 상처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분명 그는 자신의 마지막 기항지를 변경하여 멀리 떠나갔지만, 아직까지는 빵이 아쉬운 만큼이나 그의 존재가 사무치게 그리운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에겐 다시 만날 날을 오래도록 기다리는 습성이 있다. 왜냐하면 항공 노선의 동료들은 파리에서 칠레의 산티아고까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고, 별로 말을 나누지 않는 보초들처럼 다소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흩어져 있는 같은 직업을 가진 대가족의 일원들이 여기든 저기든 한자리에 모이려면 비행하다 우연히 마주쳐야 한다. 카사블랑카, 다카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저녁식탁에 둘러앉아, 수 년간의 침묵으로 끊어졌던 대화를 다시 시작하며 옛 추억으로 다시 엮인다. 그러고 나면 다시 떠나는 것이다. 대지는 이렇게 황량하면서도 또한 풍요롭기도 하다. 풍요롭다는 것은 감춰져 있고 찾아가기 어렵지만 우리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어느 날인가는 가게 되는 비밀스런 정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생할이 바빠 떨어져 있고 자주 생각할 수도 없지만 동료들은 말없이 잊힌 채로, 알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 있으며, 서로에게 무척 충실하다! 그래서 어쩌다 길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환하게 터지는 불꽃같은 기쁨으로 우리의 어깨를 흔드는 것이다. 분명 우리는 기다리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렇지만 차츰 우리는 그 동료의 환한 웃음소리를 결코 다시 듣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가 있는 정원에 우리는 결코 갈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애절하진 않지만 약간 씁쓸한 우리의 진정한 애도가 시작된다. p.39-40

사실 그 어느 것도 잃어버린 동료를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랜 친구들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함께한 그토록 많은 추억들, 함게 겪은 수많은 고된 시간들, 그토록 잦았던 다툼과 화해, 마음의 움직임, 그런 보물만큼 값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우정은 다시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떡갈나무를 심어놓고 곧바로 그 그늘 아래 몸을 피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건 헛된 일이다.
삶이라는 게 그렇다. 처음 우리는 풍요로웠고 여러 해 동안 나무를 심었지만, 시간이 그 작업을 해체하고 나무를 베어내는 그런 시기가 온다. 동료들은 하나씩 우리에게서 자신의 그늘을 걷어낸다. 그리고 우리의 슬픔에는 늙어간다는 말 못할 회한이 서린다. p.40-41

오로지 물질적인 부만을 위해 일한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감옥을 짓는 셈이다. 우리는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재와 같은 돈을 움켜쥐고 고독하게 스스로를 가둔다.p.41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발견함으로써 스스로를 넓혀 간다. 우리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서로 바라본다. 그런 우리는 감옥에서 풀려나 바다의 광활함에 경탄하는 죄수와도 같다. p.43-44

다행인 것은 그래도 한 걸음을 내딛는다는 것이지. 한 걸음 더. 항상 똑같은 걸음을 다시 시작하는 거야..... p.53

그의 진정한 장점은 거기에 있지 않다. 그의 위대함, 그것은 자신의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다. 자기 자신, 우편 비행기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있는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 말이다. 그는 그들의 고통 혹은 기쁨을 자신의 손에 쥐고 있다. 저 아래 살아 있는 자들이 사는 곳에 새로이 세워지고 자신도 참여해야 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 자신의 일의 한도 내에서 인간의 운명에 대해 어느 정도 가지는 책임감.
그는 자신의 잎사귀들로 기꺼이 넓은 지평을 덮고자 하는 대범한 존재들에 속한다. 인간이라는 것, 그것은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탓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비참함을 마주했을 때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그것은 동료들이 거둔 승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몫의 돌을 놓으며 자신이 세상을 구축하는 데에 기여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p.55

인간의 제국은 내면에 있다. p.88

다른 이들이 기다리다 지쳐 초라한 행복에 머물 때, 바르크는 노예 상태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노예 주인의 선심을 자신의 기쁨으로 삼지 않았다. p.115

그는 유대인 노점 앞을 어슬렁거렸고, 바다를 보았으며 이제 자신은 자유로우므로 어느 방향이든 마음대로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자유가 그에게는 씁쓸해 보였다. 왜냐하면 그 자유는 무엇보다도 얼마만큼이나 그가 세상과의 연관성이 없는가를 깨닫게 했기 때문이었다. p.121

그는 자유로웠으므로 기본적인 재산, 사랑받을 권리, 북쪽이나 남쪽으로 걷고, 노동으로 자신의 빵을 벌 권리가 있었다. 그러니 그깟 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가 강렬한 배고픔을 느끼듯이, 그는 사람들 틈에서의 한 사람이 될 필요를 느꼈고 사람들과 엮인 사람이 될 필요를 느꼈다. 아가디르의 무희들은 바르크 영감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는 왔던 것처럼 수월하게 그녀들과 작별했다. 왜냐하면 그녀들은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랍 카페의 종업원, 길거리의 행인들, 그들 모두 자유인으로서의 그를 존중했고, 그와 함께 평등하게 자신들의 햇빛을 나누었지만, 그 누구도 그가 필요하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유로웠지만, 무한히 자유로워 더 이상 대지 위에서 무게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그에게는 걸을 때 거치적거리는 인간관계의 무게, 눈물, 작별, 비난, 기쁨, 사람이 어떤 몸짓을 할 때마다 아껴주거나 고통을 주게 되는 그 모든 것, 그를 다른 사람들과 묶어 무겁게 만드는 수많은 관계들이 없었다. 하지만 바르크에게는 벌써 수천 가지의 희망의 무게가 생겼다...... p.123

다시 한 번, 난파당한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난파당한 사람들, 그들은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침묵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끔찍한 실수로 이미 가슴이 찢길 대로 찢긴 사람들이다. 그들을 향해 달려가지 않을 수 없다. 기요메 역시 안데스 산맥에서 돌아오자 내게 자신은 난파당한 사람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것은 보편적인 진리다.
˝내가 이 세상에 혼자라면, 난 그냥 누워버릴 텐데˝하고 프레보가 내게 말한다. p. 163-164

한 번이라도 바닷바람을 맛본 사람들은 그 자양분을 잊지 못한다. 동료들이여, 그렇지 않은가? 위험하게 산다는 것이 아니다. 위험하게 산다는 그 말은 잘난 체 하는 것이다. 나는 투우사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위험이 아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 그것은 삶이다. p. 174

오직 정신만이, 그 바람이 진흙 위로 불어올 때에만 비로소 인간은 창조된다. p.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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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물건을 액자에 넣으니 그 형태와 색, 울림을 관성적으로 무시하지 않게 되었다. 액자는 이런 의미였다.
[여기서 특별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릴 코널리가 저널리즘은 한 번만 고민하는 것이요 문학은 다시 보는 것으로 정의한 데 따르면, 통조림은 ‘저널리즘적‘(액체를 담은, 한번 쓰고 버릴 용기)이었다가, 워홀이 액자에 넣음으로써 ‘문학‘ 반열(벽에 진열하고 반복해서 관람하는 것)로 격상된 셈이었다. (...) 그렇게 사소한 것에 감탄하는 것은 수프 통조림이 벽에 전시되는 일만큼이나 우스꽝스럽지만, 그런 사소함이 더 크고 중요한 전체, 이를테면 온전한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의 일부이기에 찬탄 받을 만한 것이다. 어떤 것을 큰 그림의 ‘일부‘로 보면, 그것은 그저 사소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넘어선 어떤 것이 되었다. p. 29-31

인상이란 불충분한 증거에 기인하기 쉽다. p. 68

사랑을 사랑하는 연인은 단순히 X가 멋지다고 여기지 않고, ‘X처럼 멋진 사람을 찾아냈다니 대단하지 않아?‘ 하는 생각을 먼저 한다. p. 74

북적북적한 식당에서 손님들은 서로 흘끔대면서, 사회적으로 가치가 인정된 인물을 부지런히 찾았다. 14번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15번 테이블의 손님들이 자신들과는 달리 재치가 있으며, 자신들이 읽지 못한 책들을 읽었으며, 자신들보다 더 흥미로운 친구들과 어울릴 거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15번 손님들은 똑같은 염원을 담은 눈길을 어깨 너머 16번 테이블에 보냈으며, 16번 손님들은 17번 손님들을, 17번 손님들은 18번을 마찬가지로 건너다보았다. p. 92

그녀의 자신감은 늘 확인을 받아야만 자라는, 불안전한 구조였다. p. 114

편집증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따르는, 극히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상대를 높이 평가하니 내가 버려질 가능성이 점점 커질밖에. p. 165

‘나는 나를 사랑해‘가 부족함을 벌충하므로 ‘당신을 사랑해‘란 말이 덜 필요하다. ‘당신이 왜 날 사랑하지 않겠어?‘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의 기본 태도다. ‘내가 나한테 느끼는 감정을 당신이라고 못 느끼겠어?‘
하지만 앨리스의 경우, 기둥이 훨씬 촘촘히 박혀야 했다. 그녀의 기본 감정은 항상 ‘당신이 어떻게 날 사랑할 수 있겠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에릭을 신뢰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자신을‘ 누군가가 오랫동안 성실하게 애정을 바칠 만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게 관건이었다. 앨리스는 에릭이 자신의 곁에 머무를 수 있을까 의심하는 것 이상으로, 자심의 매력을 불신했다. p. 168-169

사랑의 권력은 아무것도 주지 않을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상대가 당신과 같이 있으면 정말 편안하다고 말해도, 대꾸도 없이 TV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바꿀 수 있는 쪽에 힘이 있다.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p. 176-177

그녀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래서 결국 그녀의 본모습을 알게 해주는 사람에게 신뢰가 생겼다. p. 220

누구와 사귈 때, 사람만 달랑 올 수가 없다 ㅡ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문화가 따라오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관습이 따라온다. p. 298

이 일을 겪으며 앨리스는 자신이 단일한 사람이 아님을 상기했다. 내력과 생활 방식이 같은 복제 인간 수백 명이 런던, 파리나 뉴욕을 돌아다닌다는 뜻이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에 따라서 그녀가 다른 사람이 된다는 뜻이었다. 더욱이 그중 어떤 모습은 다른 경우보다 더 낫고 더 ‘그녀답기도‘ 했다. p. 314

비트겐슈타인(오스트리아 태생인 영국 철학자 - 옮긴이)의 주장을 빌리면, 타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계의 폭이 된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ㅡ 그들이 우리의 농담을 이해하면 우리는 재미난 사람이 되고, 그들의 지성에 의해 우리는 지성 있는 사람이 된다. 그들의 너그러움이 우리를 너그럽게 하고, 그들의 모순이 우리를 모순되게 한다. 개성이란 읽는 이와 쓰는 이 양쪽이 다 필요한 언어와 같다. p. 318

관계의 기반은 상대방의 특성이 아니라, 그런 특성이 우리의 자아상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 p. 319

앨리스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흥미로운 인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스스로 아주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결론지었다. 에릭과 같이 앉아 저녁을 먹을 때면, 적당한 상대만 있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리라는 자신감을 잃고, ‘할 말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ㅡ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어할 수 있는 것‘까지 타인이 결정한다는 증거다. p. 323

행복은 배타적이지만 불행은 끌어안는다. 불행을 추구하는 일은, 만족한 표정에 함유된 경쟁심을 피하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p. 336

앨리스는 항상 에릭의 성격을 독창적으로, 어쩌면 빗나간 방법으로 읽었다. 상대적으로 사소한 면을 그 남자의 본질이라고 판단했다. p. 37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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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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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p. 12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p. 93

왜냐하면 행복이란 손 닿는 곳에 있을 때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p. 126

내 의견을 말하자면, 무장강도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된 것은 어렸을 때 사람들이 찾아내서 보살펴주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p. 141

마치 그는 아직도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타고 환승역에서 갈아탈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탄 기차가 이미 종착역에 다다라서 이제 내릴 일만 남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p. 165

˝모모야, 그들은 나를 억지로 살려놓으려 할 거다. 병원이란 데가 원래 늘 그 모양이야. 법이 그러니까. 나는 필요 이상 살고 싶지는 않다. 이제 더 살 필요가 없어. 아무리 유태인이라도 한계가 있는 거야. 그들은 나를 죽지 않게 하려고 온갖 학대를 다 할 거다. 의사는 처방전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어. 그들은 끝까지 괴롭히면서 죽을 권리조차 주지 않을 거야.˝ p. 202

엄마가 죽기 전에 집단학살이 있었다고 한다. 로자 아줌마는 그 얘기를 늘 입에 달고 살았다. 그녀는 교육도 받고 학교도 다녔다고 했다.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p. 252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p. 275

사랑해야 한다. -p.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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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반양장) -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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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건 언어가 아니라 공통분모다. - 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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