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3부작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로 말하자면 즐거운 날도 있었고 힘든 날도 있었다. 힘든 날이 오면 즐거웠던 날들을 생각하지. 기억이란 위대한 축복이란다. p.133

 

- 그리고 이것도 기억해 둬라. 달걀을 한 바구니에다 모두 넣어 두면 안 된다는거. 또 그와는 반대로 달걀이 부화하기 전에 병아리 수를 세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 알았어요.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할게요. p.134

 

밤과 낮은 상대적인 단어에 불과할 뿐, 절대적인 조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느 때건 밤과 낮은 동시에 있기 마련이니까. 우리가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동시에 두 곳에 있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p.196

 

어쩌면 그것이 그의 가장 큰 재능일 것이다. 절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절망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 p.243

 

그는 남은 평생을 방 안에 앉아 책만 읽도록 선고받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것은 정말 이상하기 짝이 없다 ㅡ 기껏해야 절반만 산 채로 글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서만 산다는 것은. p.261

 

그 당시 팬쇼의 집에는 몇 가지 변화를 가져다 주었음에 틀림없는 일들이 일어났는데, 거기에 대해서 얘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아마도 잘못일 듯싶다. 그런 일들이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켰느냐 아니냐는 또 다른 얘기지만, 나는 그 어느 것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누가 뭐래도 삶이란 우발적인 사실들의 총계, 즉 우연한 마주침이나 요행, 또는 목적이 없다는 것 외에는 달리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 무작위적인 사건들의 연대기에 지나지 않는 거니까. p.333

 

자네가 노크를 해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해서 안에 아무도 없다는 얘기는 아니야. p.381

 

혹자는 라 셰르가 이제 안전할 것이라고, 그토록 끔찍한 처벌을 견디고서 살아났으니 더 이상 참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것도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삶에는 유리하게 접어줄 조건도 없고 불운에 제한을 둔다는 규칙도 없다. p.385

 

만약 누가 10년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했다면 난 웃었을거야. 그게, 삶이란 정말로 이상하다는 게, 결국 우리가 삶에서 배우는 교훈이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몰라. 상상조차 할 수 없어. p.400

 

친구, 화를 내지는 말게. 나같은 늙은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사람이 바뀌기엔 때가 너무 늦고 말거든. p.421

 

- 자네 혹시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 자네한테 그렇게 보인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지는 않아, 정말일세. 그런 얘기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고. 다만 나한테 필요한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과 전혀 다를 뿐이지. p.4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