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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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흔적을 남긴다. 이를테면, 몽골군의 침입을 막기가 간절했던 고려의 조상들이 만든 팔만대장경이 있다. 그런가하면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절한 부부애가 전설처럼 남겨져있는 불국사의 석가탑(또는 무영탑)이 역사의 흔적처럼 남겨져 있다. 구태여 앞뒤를 구분하지 않더라도 한반도의 몇천년 혹은 몇백년 전 이야기를 품고 있는 문화재들은 곳곳에 놓여 있다.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는 우리가 가보기 어려운, 또는 가보지 않았던 곳의 문화재를 이야기와 함께 간접적으로 여행 가능하게 한다. 새로 나온 '남한강'편은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시대 구별 없이 누군가의 고향에, 삶의 터전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전해준다.


학창 시절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특별한 책이다. 역사를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어 공부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시험을 보기위해서 암기하는 것은 좀처럼 곤욕스럽기 그지없었다. 이해를 기반으로 한 과목들에 강했던 나로선 역사와 같이 외우는 것이 필수였던 과목은 시험 점수가 좋게 나오지 않았다. 특히나 문화재와 관련한 주관식 문제는 가장 난감한 부분이었다. 어떻게든 좋아하는 과목이니 점수를 높게 받고 싶은데, 하며 고민하던 찰나에 집에 꽂혀있는 1, 2, 3권을 보게 되었다.


'답사기'라는 제목에 걸맞게 한 교수가 문화 유적지를 탐방한 이야기를 기록해 둔 기행문이나 다름없는 것인데, 고등학생인지라 시간적인 여유가 크게 많지 않았던 나에겐 공부와 여행이라는 기회를 동시에 제공해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읽게 된 남한강편 역시 취업 준비로 매일을 바삐 지내고 있는 시점에선 고마울 따름이었다. 유홍준 교수님의 눈과 발을 쫓아 돌아본 영월, 단양, 충주 그리고 원주까지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어 도서관에 앉아 있는 나를 훌쩍 강원도 한복판에 데려다 준 것만 같았다. 특히나 새로이 알게 되는 사실과 알고 있었음에도 자세히 몰랐던 부분까지 얽혀 있는 이야기가 빼곡하게 전달되고 있어 흥미로웠다.


얼마 전 케이블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 '관상'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계유정난을 가장 핵심적인 사건으로 다룬지라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대립각이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이었다. 아역배우가 분한 단종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서 등장하는 정도의 인물이었다. 첫 장에서 나온 영월이 가장 인상 깊어 간략하게 스포일러(?)를 하자면,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의 이야기가 나온다. 솔밭 한 켠에서 귀양살이를 시작했던 단종은 모두가 국사책에서 배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극에서 종종 다뤄진 인물이기에 그가 왕이었음에도 얼마나 비참하고 서글프게 생을 마감한 지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청령포에는 관음송이라는 노송이 있다고 한다. 교수님 말처럼 관음이라기에 불교가 아주 무시 당하지 않았던 조선 초기인지라 부처의 뜻을 빌어 관세음보살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종이 유배오는 것을 보고 그가 오열하는 소리를 들은 소나무라하여 볼 관 자, 소리 음자 관음송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본문 76p 인용)


나는 여기서 우리나라 말의 묘미가 느껴졌다. 한자어가 워낙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동음이의어가 탄생한 것이 아닌가. 단종의 슬픔을 함께 느꼈던 소나무라는 뜻도 있겠지만, 관세음보살처럼 중생에 불과하게 된 단종임금의 넋을 위로하고 왕생의 길로 인도한 보살의 역할을 한 소나무이길 바랐던 이들의 뜻도 담겨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렴 세세하게 묘사를 해놓은들 직접 가서 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며 들었던 인터넷 강좌에서 '부석사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을 들었다. 사진도 보고 들어도 보았는데, 아름다운줄은 알겠다만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지난 겨울 내일로 여행을 다니며 영주를 여행지로 선택했다. 부석사까지 가는 길은 꽤나 복잡했지만 배흘림기둥과 하늘과 닿아있는 것을 직접 눈에 담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마찬가지로 아무렴 교수님이 섬세하게 설명을 해놓았다고 한들 직접 가서 보는 것과 같을 수야 있으랴. 조금 더 찬바람이 불기 전 강원도로 여행 계획을 세워 볼 예정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세세하게 알려준 길을 쫓는 것은  더욱 매력적인 일이 될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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