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사물 - MIT 미디어 랩에서 제시하는 미래형 컴퓨터
닐 거센펠드 지음, 이구형 지음 / 나노미디어 / 1999년 12월
평점 :
품절


생각하는 사물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이책을 집는 순간 약간의 의아심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책이 서점에서 분류되어있기를 '컴퓨터와 오락'란에 있었기 때문에 드는 더한 호기심...마지막 장에 TTT프로젝트 즉 생각하는 사물이란 이름의 152개 차세대 인터페이스 관련 연구에관한 내용이 등장한다.

여기에서의 의미는 아마도 'being digital'에 등장해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가장 바람직한 인터페이스란 무엇인가에 대한 결론과 일치하는듯싶다.그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컴퓨터, 가장 편리하게 어쩌면 유저의 의지로만 움직일수있는 사용자 환경이라는것이다.처음 이개념을 접했을때는 과연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어쩌면 과학자들이란있지도 않은 개념을 좇아 별똥별이 떨어져 맞을때를 기다리는 황당한 부류가 아닌가 하는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과학이라는 개념이주는 차가움과 지나친 합리성을 생각할때 오는 답답함이랄까..그런것들이 과연 이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려는 실마리들을 잡아가고 있는것일까 하는 의구심조차 들었다.

그러나 우선 놀란것은 저자인 닐의 사고의 경쾌함이다. 매우 인상깊었던것은 요요마와 같이 시도했던 전자 첼로 연주회였는데 이것은 흔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식의 아성에 대한 너무나 과학자적인 명쾌한 도전이 아니었나싶다. 이것만은 기계가 따라올수 없을거야.. 하는 식의 어찌보면 인간적(?)이고 한편은 좀 부족한 상상력의표출이 아닌가싶은 일들은 의외로 주변에 많은듯 싶다. 그런데 닐의 시도는 인간이 만든 가장 완벽한 음악적 도구라는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대한 획기적인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적 제약에 대한 끝없는 도전..그리고 그것을 이루고자하는 상상력의 발현.. 어쩌면 내가 하는일보다 더 디자인적이고 창조적인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흥미로왔던것은 우리의 생활환경이 디지탈시대에 맞추어 변하는대 대한 일종의 생활지침을 제시한것이었다. 여기에서는 사람과 기계에 공히 적용되는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행동규범을 정의한다. 이것은 나의 생활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전자메일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닐처럼 나도 하루에 엄청난 양의 메일을 받는다. 하루에 평균 20통 이상씩을 처리하는 나로서는 디지탈시대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이야기는 매우 적절한 예로 다가왔다.

나의 스승이신 a선생님께 제일 서운했던 점은 장문의 메일을 보내면 고작 한두줄, 그것도 몇가지 안되는 단어로 인사를 보내오신다는 것이었다.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a선생님께는 하루에 50통이 넘는 이메일이 도착하는듯 하다. 그리고 아침에 오시면 이것을 체크하시는데 모두를 읽어보고 체크하고 답장하는 시간이 오후를 넘어간다. 여기서도 해답은 어쩔수없는경우에만 답장을 하며 가능한한 짧게 하는것이라고 하고있다.

커뮤니케이션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적게 말하는것이 많이 말하는것이라한다. 그리고 가장큰 과제는 커뮤니케이션을 더쉽게 끊도록 하는것이라는것!아.. 얼마되지 않은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이토록 절실하게 느끼고 있으니 닐의 말대로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화하고 있는것인지...닐은 이책에서 여러가지 재미있는 과거와의 연장선에서의 과학적 실험을 이야기하고있다. 그러나 단순히 모방 활용하는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정신을 배울것을 강조하는듯하다. 그리고 특히 과학자와 기술자로 이론과 실습이 분리되는것은 창조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것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제일 확대되어 다가오는 생각은 컴퓨터를 통해 나를 맞추어 나가는것이 아닌 컴퓨터가 나에게 맞춰오도록 도전한다는것... 이것은 지금 엠아이티에서 불어오는 디지탈 아트에 대한 같은 연장선상의 생각이 아닐까싶다. 도구란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자 만든것인데 도구에 맞추어 표현 한계를 좁혀나갔던 기억들... 어찌보면 디지탈이라는 소재를 가진 재료의 미학... 어떻게 정리해 나가야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머리속에 앞으로 보일 그림을 그리며 사는 사람과 현재 그림에 한부분이 되어 나가는 사람과는 어쩌면 동시대상에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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