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배, 제퍼 비룡소의 그림동화 186
크리스 반 알스버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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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배 제퍼 The Wreck of Zhephyr>

■ 내용에 관하여 : 서풍(제퓌로스) 타고 날아올랐다가 추락한 이카로스의 이야기

위대한 뱃사람을 자처하는 겁 없는 아이가 폭풍우에도 불구하고 돛단배 제퍼를 타고 나갔다가 난파당한다. 바닷물에 쓸려 해변가에서 정신을 차리고 깨어나보니 자신이 몰던 배가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여차저차 배를 이륙시켜 함께 다시 날아오르지만 결국 배는 절벽 위에 떨어져 부서지고, 아이는 이후 보잘것 없는 인생을 살게 되는데...

이 이야기를 어느 노인(바로 그 무모한 아이로 추정되는)이 화자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배의 이름 제퍼(Zephyr)는 서풍의 신 제퓌로스(Zephyros)에 다름아니고 자기도취적이고 무모한 아이는 이카로스를 떠올린다. 책의 중간에 나오는 ‘사무엘 블루’는 어떤 메타포인지 궁금한데... 아직 알아보지 못했다. 누가 가르쳐주면 좋겠다. ㅎㅎ

■ 그림에 관하여 : 줌인&크롭, 마그리트보다 에드워드 호퍼

책은 글 한 페이지, 그림 한 페이지가 짝을 이루는 클래식한 구성이다. 그림이 페이지를 다 채우는 것이 아니라 테두리(여백)가 있어 액자에 들어있는 그림들을 보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내용이 비현실적이라 그런지 ‘뉴욕타임즈’에서는 “마그리트를 연상하게 하는 그림”이라고 했는데 별로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굉장히 미국적인 일상의 풍경을 스냅샷 형식으로 그려낸 에드워드 호퍼의 화풍과 더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뭔가 쓸쓸하고 고독한 정서, 철저한 3인칭 시점이 그렇다. 이 책의 그림들의 화면 구성은 굉장히 사진적이다. 관찰자가 멀리 있는 광경을 줌인으로 끌어서 찍은 후 크롭한 듯한 느낌이다. 우리 시야에는 장면들이 알스버그가 그린 그림처럼 들어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림의 사물들이 크게 확대되어 있으나 세부 묘사가 자세하지 않고 인물의 표정도 좀처럼 드러나지 않은 채 뭉개져 있는데, 이는 어떤 사진을 줌인하여 찍고 특정 부분을 크롭하면 해상도가 낮아지는 것과 같은 효과인 것으로... 나는 읽었다. 참 재미있다.

■ 2021년 9월에 발행된 책이지만, 받아보았을 때 감지되는 뭔가 클래식한 분위기에서 책이 최신작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판권란을 살펴보니 역시 1983년에 출간된 책이었고, 아마존에서 원서를 검색해보니 30주년 기념으로 리커버 판(30th Anniversary Edition)이 출간된 것을 알았다. 이걸 비룡소에서 한국어 판권을 사들였나보다. 그 전 버전을 웅진에서 나왔는데, <마법사 압둘~>이랑 <주만지>도 비룡소에서 나왔으니 이것도 “내꺼 하자~” 했겠지. ㅎㅎㅎ

■ 저자인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칼데콧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유명한 작가인데 부끄럽게도 나는 잘 몰랐었다. 이참에 집에 있는 <마법사 압둘 가사지의 정원>도 아이와 좀 더 꼼꼼히 읽어보았는데(나름 비룡소 찐팬임), 어느 한 장면에서 앤서니 브라운의 <터널>의 한 장면이 딱 겹치며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서치하다가 앤서니 브라운이 존경하는 작가로 모리스 샌닥과 크리스 반 알스버그를 꼽는다는 인터뷰를 보았다. 앤서니 브라운이 <터널>에서 <마법사 압둘 가사지의 정원>의 한 장면을 인용했다고 생각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번에 이야기해 보겠다.


<하늘을 나는 배 제퍼 The Wreck of Zhephyr>(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정회성 옮김/비룡소 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Ground Swell>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Le Grand S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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