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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서태옥 글.사진 / 초록비책공방 / 2014년 4월
평점 :
가끔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 나의 20대와 30대가 물처럼 흘러가버렸다.
바닥이 비어 있던 그릇이 어느 정도의 물을 담고 있어야 온전히
제 할일을 다하는 듯 보이는 것처럼 20대, 30대, 40대를 채워가고 있다.
가끔은 기분이 묘하고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손해를 본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이 정처없는 이상 야릇함은 젊은이의 그것과는 또 다른 혼돈이다.
그래서 불안하지만은 않다.
인생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일들을 겪었다. 죽을 듯이 아프기도 하고, 고통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드라마처럼 섣부른 복수의 칼날을 갈아보기도 하고
쉽게 회복되지 않을 듯 보이지만 오히려 더 단단해진 심장은 다음에는 이 같은일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게 된다.
그리고, 어느덧 마음에 신선한분이 들어와 앉아 있다.
이해하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찾게 되고 안쓰러워하고 쓰다듬어 상처에 스스로 치료를 한다.
"이게 나이 먹은 건가?"
"누군가에게 나이 먹어서 그래"라는 말을 들으면 묘하게 기분이 나빠진다. 나이먹은건 사실인데
그리고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조심스러워진다.
행여 나이먹은 사람의 단골메뉴인 노파심 어린 말이나 잔소리 혹은 당부의 소리를 할까봐...
그래서 되도록이면 길지 않게 내 의견만 말하고 이래라 저래라는 하지 않으려 한다.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더라도 다르니까 배척하고
공격하는것이 아니라 나와 다르니까 당연히라고 여긴다.
산티데바의 불교 경구에
"만약 네가 네 문제를 풀 수 있으면 걱정할 필요가 무엇인가?
만약 풀지 못하면 걱정해 무엇 하는가?" -카루나 케이턴.
라는 글귀가 있다. 그렇지만 인간은 누구나 돈도 안되는 걱정을 사서 하길 즐긴다.
오늘 일도 잘 모르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내가 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결혼을 못하면 어떡하지? 돈을 못 벌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살빼야 하는데?...
중년이 "인생의 정오"라는 말 너무 적절히 와닿는 표현이다.
젊음이 부러울수도 다시 되돌아가고 싶을 수도 삶에 후회가 많을 수도 있겠지만
왠지 이 정오가 더 재미있고 가치있게 느껴지는 것은
열정을 쏟아부었던 나의 젊음에 대한 나만의 보상인지도 모르겠다.
멋모르고 살아왔던 나를 떠나 이제 가치를 찾아 떠나갈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