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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언어들 - 세포에서 우주까지, 안주현의 생명과학 이야기
안주현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평점 :
안주현 작가님의 『생명의 언어들』을 읽었습니다.
따뜻한 시선과 친절함으로 생명과 관련된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영양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생명과 생명 현상은 지구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온 과정이기에,
자연스럽게 생물학이라는 칸막이를 넘어 다른 과학 분야나 공학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여러 사건들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지요.
이 책은 그러한 칸막이들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쉽고도 전문성 있게 들려줍니다.
예를 들어, 공룡의 멸종을 야기한 행성 충돌 이야기를 하며 소행성에 이름을 붙이는 법을 알려주고,
상쇄 간섭을 이용한 노이즈 캔슬링의 원리도 설명합니다.
거미줄 단백질 구조를 본뜬 고분자 섬유를 만드는 생체 모방 기술,
푸른 장미를 만들거나 세균을 이용해 합성섬유에 필요한 글루쿠르산을 생산하는 유전공학,
그리고 내성 세균 퇴치를 위한 박테리오파지 활용 기술까지 폭넓게 소개됩니다.
또한, 혈압계를 더 이상 수은으로 만들 수 없게 된 2013년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을 설명해주고,
당장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더라도 시간이 흐른 뒤 인류와 사회에 크게 기여한 연구에 주어지는
‘황금거위상(Golden Goose Award)’이라는 상도 알려줍니다.
기억에 특히 남는 장면은,
기후위기로 인해 해동된 1941년 이전 죽은 순록의 사체에서 탄저균이 나와
2016년 순록 2,000마리를 감염시켜 죽이고, 인근 마을 주민들까지 입원 치료를 받게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단풍의 색깔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에서도,
시드볼트(세계 종자 저장고)에 대한 소개에서도
차분한 말투 속에 담긴 위기의식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기후위기" 이지요.)
또한 생물을 산업, 의료, 농업, 혹은 실험에 이용하더라도
심지어 그 생물체가 생태교란종일지라도
어떻게든
그 생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방법을 찾아서 공존하려는 태도가 따뜻하게 전해졌습니다.
꼭 생명, 생물, 생명과학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이 책은 교양서로서, 학습만화 이상의 깊이를 담은 청소년 도서로서도 소중합니다.
목차를 따라 해시태그와 키워드를 살펴보며, 초·중등 교육과정의 다른 교과와 연결해 읽기에도 유용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