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당신에게
류지민 지음 / 다른상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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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흔, 계속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당신에게 by 류지민 *

* 평점 : ★★★★


언제부터인가 제목에 나이를 가르키는 단어가 들어가면 쉽게 외면하지 못한다.

아마도 그 시점이 서른 후반부터였던 듯 하다.

그 전에는 눈에 띄지 않던 단어들이었는데 지금은 눈에 쏙쏙 담긴다.

제목에서도 '마흔'이라는 단어를 내걸며 현실로 떠민다.


30대가 넘어가고 40대로 접어들면서 젊을 때와 다른 고민들이 생겨난다.

갈수록 짧아지는 퇴직, 턱없이 비싼 아이들의 교육비등의 경제적 문제, 한없이 늘어난 100세인생으로 인한 막중한 책임등 어느 하나 쉬운 문제가 없다.

중년에 하는 고민들은 모든 것들이 얽히고 설켜 경제력과 시간력까지 다 옭매여 있는 것들이며 단기간에 해결되는 문제 또한 아니니 젊었을 때의 고민은 저리 가라다.

이 책에서는 중년이 겪는 다양한 고민거리에 대해 정답은 아니지만 조금은 유연하게 대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프롤로그에서부터 강하다.

돌려말하지 않는다.

p.7) 다들 외모에 신경 쓰는 시대라 염색으로 흰머리를 감추고 젋게 입으면 예전처럼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내 몸의 노화를 내가 모를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은 속여도 나는 속일 수 없었다.


p.85) 외모에 대한 집착을 버리든 버리지 않든, 다만 내가 인생의 어떤 시기에 서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청년기를 정점으로 보지 말고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 인생에는 자신의 인생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시기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은 바로 노년기다. 중년기는 노년기를 위해 시선을 육체와 외부보다는 서서히 내면으로 돌려야 하는 시기다.

-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 그처럼 쉬우면서 어려운 말이 또 있을까.

나는 지금 어느 위치에 서 있는가.

나의 몸은 청년기를 거쳐 중년기로 꽤 깊숙하게 들어왔는데, 마음은 청춘이니, 나이가 뭐가 중요하니등등의 자기 위안의 말을 써가며 내가 서 있어야 할 위치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점검해야 한다.

조금이나마 젊어보이고 싶은 욕심에 나의 몸과 마음에 생채기를 내며 버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그렇다.

머릿속에서 자꾸 20대때를 떠올린다.

이미 나의 몸도 그때의 몸이 아닌데, 그때를 기준삼아 스스로를 괴롭힌다.

절대 그때의 체력이 되지 못하고, 그때의 몸 상태가 아니어서 그때처럼 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한데, 나를 자꾸 몰아치는 나를 발견한다.

알면서도 부인하고 싶었고 회피하고 싶었던 사실,

이제는 내 나이에서 도망치지 않기로 한다.

몸무게의 숫자를 바꾸려고 하는 운동이 아니라 내 몸을 지키려는 운동을 한다.

몸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근육이 잡히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기때보다 닳았을 나의 몸을 잘 유지하여 노년기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이 나의 위치라는 것을,

이제는 외모보다는 내면을 잘 다스려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p.97) 소중한 순간들은 '일상'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망각 속으로 사라진다.

p.105) 내가 보낸 시간은 내 시간만이 아니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였는가.

(...) 내가 보낸 시간 속에는 내 시간만이 아니라 가족들의 시간, 내가 살면서 만난 다른 사람들의 시간이 겹쳐 있었던 것이다.

- 이 책에서 그 어느 부분보다 가장 와닿았던 부분이다.

이제껏 나의 시간은 오로지 나의 시간이라고만 생각해왔다.

나의 시간이 바로 남편의 시간, 아이들의 시간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고, 나는 나만 이 시간이 힘겨운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절망과 후회와 분노를 느끼는 그 시간에 내 아이도 그런 나의 시간 속에서 불안과 죄책감, 무서움을 느끼는 시간이었을 것을 떠올린다. 얼마나 이기적이었나.

힘들다고 내 못난 감정을 밖으로 꺼내어 펼쳐놓았던 그 시간속에 있었던 아이와 남편에게도 나처럼 힘든 시간이었겠구나, 를 이제서야 알아챈다.

철없이 이기적이었던 나로 인해 내 소중한 사람들의 시간까지 나의 기분에 맞춰져 있었음을.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솟아올라온다.

이런 부족한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들이 한없이 고맙다.


p.132)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막연한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원하는 중년 이후의 라이프 스타일을 설계하고, 이를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스스로 계산해 보는 적극적인 태도다.

(...) 이런 생각의 전환, 태도의 전환이 꼭 필요하다.


p.131) 뭐든 관점을 전환하면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p.132) 자녀에 대한 지원에도 '양보할 수 없는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 놓아야 한다. 이 기준을 정해 놓지 않는다면 평생 자녀에 대한 걱정과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크게 보면 자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꼭 자녀를 위한 길도 아니다.

'필요'는 가장 큰 동기를 부여하고 사람은 동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p.185) 생활의 바쁨, 신경 쓸 거리의 많음, 시간 자체의 부족함을 의지만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힘들어진다. 힘들면 안하게 되고, 그런 자신에게 실망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래서 중년의 공부는 '삶과 함께 가는', '생활과 동시에 이뤄지는' 공부여야 한다.

p.198) 쓸모없는 것들, 그냥 있는 것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애정이 생기는 것들, 이런 애정네는 아무 잘못이 없다. 그런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는 내가 이제는 좋다.

p.226) 관점을 바꿔 보면, 관심을 잃는 것이 아니라 관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p.240) 무엇보다도 가장 공평해지는 부분은 시간이다. 외모가 뛰어나든 그렇지 않든, 돈이 많든 적든, 시간 앞에서는 모두 평등해진다.

-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어가는 현실속에서 청년기도 중년기도 돈의 가치는 중요하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중년이 되면 모든 중년들의 자본력이 안정권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한 달 벌어 한 달 살기도 빠듯한 삶들도 가득하다. 금전적으로 여유로워서 여유롭게 뒤로 한 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더이상 늘릴 방법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비워내는 여유를 택하는 것이다.

읽으면서 저자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한.


많은 부분이 공감 되고, 좋다는 찬양은 하지 않겠다.

나의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 내 의견과 다른 부분이 공감되는 부분보다 더 많아서이기도 하다.

같은 중년이라 묶일 수 없는, 여유있어 보이는 중년.

나 역시 현재 중년기에 들어서 있지만, 노후 자금 10억쯤을 말하는 저자에 전혀 공감을 할 수 없는 경제력을 가진 중년이다. 나는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합해도 거기에 1/10이 될까말까한 경제력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러기에 나는 뿌린 것을 거두는 가을의 중년이 아니라, 그 옆 노는 땅이 있으면 거기에 뭐라도 더 심어봐야 하는 중년이다. 지금 이 상태로 추수기를 맞이한다면 나의 노년은 버텨낼 수 없으니.


사실 이 책은 특정한 '마흔'의 세대들이 보기에는 너무 앞서가는 느낌이 있다.

'마흔'부터 추수를 걱정하기에는 뒤로 남은 시간들이 까마득하다.

청년기인 여름을 지나 노년기인 겨울로 가는 중간지점인 중년기의 가을,

나는 아직 가을의 문턱인 늦여름에 서 있다.

나의 중년은 다른 이들의 중년시기에 비해 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니 나는 오늘 할 수 있는 나의 일을 할 것이고, 내일은 내일 할 수 있는 할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말로 딱딱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나의 중년은 알 수 없다.

그 알 수 없는 중년을 넘어가는 나에게 이 책은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준다.


단순히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의 모든 시대를 넘어가는 이들에게 정보가 되고 공감이 될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정신없이 달려왔던 시간을 잠시 멈춰서서 이 책을 접한다면 인생의 다양한 부분을 좀 더 살뜰히 챙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청년기인 당신에게도, 중년기인 당신에게도, 노년기인 당신에게도 말이다.

허나 중요한 것은 내가 서 있을 위치만 정확히 알고 있다면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란 단어는 큰 의미가 없으니 단어 하나에 나의 삶을 묶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나는 오늘 제일 젊으니 청년일 것이고, 삶에 대한 유연성이 있으니 경험 좀 쌓은 중년일 것이니....."

오늘도 나는 자신감을 장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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