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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말은 웃어넘기지 않습니다 - 나를 지키고 상대를 움직이는 말의 기술
도쓰게키 도호쿠 지음, 노경아 옮김 / 일센치페이퍼 / 2020년 12월
평점 :
<불편한 말은 웃어넘기지 않습니다>
도쓰케키 도호쿠 지음, 조경아 옮김
처음 <불편한 말은 웃어넘기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딱 요즘 유행하는 힐링 에세이 장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좋은게 좋은 거라고 남이 기분 나쁘게 말을 하더라도 웃어 넘기는 나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쉽게 고른 책이었다. 책도 얇아 보였고, 이정도면 킬링타임용으로 몇 시간만에 다 읽지 않을까 라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그리고 표지에 있는 "나를 지키고 상대를 움직이는 말의 기술" 이라는 글과 책 뒷편 "화내지 않고 할 말 다하는 논리의 기술!" 이라는 글귀를 보고는 한참이나 잘못 생각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심지어는 약간 겁이 나기까지 했다.
서문 4페이지에,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니 기분이 상하고 반박하자니 똑부러진 답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던 적은 없는가? 이 책은 이런 이상한 말에 당황하고 고민하는 사람, 비즈니스에 논리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 올바른 사고 기술을 익히지 못한 사람에게 꼭 해주고픈 말을 담았다. 라고 쓰인 글을 보며, 힐링 에세이는 아니지만 나에게 참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일수는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얇지만 똑부러진 이 책을 읽어나갔다.
책의 내용은 의외로 낯설지 않은 기분이다. 대학생 시절 교양수업으로 선택했던 철학과의 '논리와 논술'(정확한 과목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10년이 지나버려서 ㅠ_ㅠ) 이라는 과목에서 들었던 많은 논리적 오류들이 쓰여져 있는 것이다. 평소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나 혹은 같이 이야기를 하는 상대의 감정에 치중해 이야기를 하는 편인 나는, 대학 시절 들었던 이 과목도 답답하고 속터져하며 교수님이 자꾸 논리적인 것을 핑계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으며, 같이 이야기를 하고싶지 않은 상대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사실 이 책을 읽는 처음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 얼마 전, 조두순이 복지급여로 매 달 120만원을 받는 것에 화가 나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형을 마치고 나온 사람이 적법한 절차로 복지급여를 받는게 뭔 잘못일까? 다만 그것조차 몰라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런 사람(이라고 하기도 싫지만)이 복지급여를 받는다는게 화가 나는 것이지만, 이 책의 지은이는 이런 내 말에 공감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약간의 불편함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게 책장을 넘기다보니, 내가 대학 시절에는 깨닫지 못했던 많은 내용들이 이 책에 있더라. 그 때의 내가 어렸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와닿는 혹은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하나하나 공책에 옮겨가며 쓰다보니 거의 두 장 빼곡히 채웠다. 얇아서 읽기 쉬울거라 생각했던 책을 한참이나 오래 잡고 읽게 된 것이다.
많은 필사 중 유난히 와 닿았던 몇 문장을 추리고 추려봤을 때 이 문장들이 가장 좋았다.
p.56 자유는 논쟁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다. 그러나 세상네 우리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혐오 발언을 하는 것 역시 개인의 자유가 아니며 위법일 가능성이 높다.
p.67 평소 감정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무언가 '옳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대개 아무 이론적 근거(어느정도 객관성이 증명된)가 없을 뿐만 아니라 경험조차 없다. 대부분 자신이 속한 시대나 공동체의 분위기 또는 대중매체의 주장에 편승한 생각일 때가 많다.
p.82 상대방의 무응답을 자신의 말을 수긍했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그저 본인이 그렇게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p.111 사고란 결국 행동하는 것이고 행동을 가장 쉽고 그리고 확실하게 표출하는 방법 중 하나가 '말'이다.
p.115 1+1=2라는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사실도 1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사람에겐 아무 쓸모가 없다.
p.144 그저 모든 것을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생각을 때로는 비틀어 보는 것도 좋은 사고 훈련이다. 자연스러움을 깨뜨리고 강제로 위화감을 만든다면 당연하게 보이던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민감하게 느끼는 만큼 날카롭게 반응 할 수 있다.
마냥 어리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신경쓰기에 바빴던 대학생 때와는 달리, 사회생활을 하고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가는 나에게 참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말로는 '좋은게 좋은거니까'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냥 내 안의 논리가 막힌 것에 대한 나 스스로의 합리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시 한 번 더 본다면, 처음에 느꼈던 불편했던 생각들도 다 사라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 이 책은 서평단으로 출판사에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