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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평점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셀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평소 생각지도 않던 ‘곰팡이’에 대한 책. 가끔 화분에 핀 곰팡이를 보며 ‘아, 흙 다 갈아야겠네.’라는 불쾌함, 그리고 지하에 가면 나는 쿰쿰한 곰팡이 냄새, 그리고 버섯을 보며 아주 가끔 생각하는 ‘아 맞다 버섯도 곰팡이랬지ㅋㅋ’ 딱 이정도가 내가 생각했던 곰팡이에 대한 이미지이지 않았을까.
일단 이 책은 쉬우면서 어렵고, 어려우면서도 쉽다. 내가 내용을 다 이해했는가? 라고 질문을 한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대답하겠지만, 그래서 재미가 없었냐? 라고 질문한다면 정말 재밌게 읽었다. 라고 대답할 수 있으니까. 뼛속까지 문과인 내가 이렇게 이과적인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제일 큰 이유는 아마도 중간중간 아름다운 문장들과 흥미진진한 스토리 때문 일 것이다. 곰팡이가 주인공인 SF소설을 읽는 느낌도 들었으니까.
“트러플과 숙주 나무는 연인, 아니면 남편과 아내 같아요. 실이 끊어지면 돌아갈 길이 없죠. 이들의 결합은 영원해요. 트러플은 나무의 뿌리에서 태어나 들장미로부터 보호를 받아요.” … “트러플은 땅속에, 잠자는 숲속의 미녀처럼 장미 가시의 보호를 받으면서 추적견이 와서 키스해줄 때까지 잠들어 있는 거예요.” (p.82)
우주에 관한 책을 읽을 때와도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내 몸속에 사는 많은 균들, 그 균들 속에 사는 또 다른 바이러스들.. 알고 보면 나는 또 다른 어떤 생명체의 곰팡이나 박테리아인 건 아닐까 하는 무서운 생각, 그리고 진짜 알고 보니 사실 곰팡이가 내 뇌를 지배하고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닐까 하는 내가 참 하찮은 존재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들? 우리가 무시했던 곰팡이들이지만 사실 인간보다 훨씬 똑똑할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