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에의 도피 - 혜원교양사상 8
에리히 프롬 지음 / 혜원출판사 / 1990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이제까지 자유에 대해 단 한번도 진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일상 생활에서 너무나 자주 이야기를 듣고 있기 때문이지 자유란 항상 절대적이며 보편적인 가치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영화 'Brave Heart'에서 주인공과 그 주변의 사람들이 외치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 이라는 말을 당연시여기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자유가 그렇게 절대적이며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위의 두 문장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원하는 대로 자기 나름의 삶을 살 수 있는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사실에 불과하다. 물론 우리는 외부에서 오는 억압을 더 이상 받지 않지만 이는 소극적인 자유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유는 소극적인 의미와 적극적인 의미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소극적인 자유는 외부의 제약에서 벗어나 개인의 독립성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적극적인 자유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이다. 표면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개인적 자아의 실현을 의미한다. 현대인은 아직 적극적 자유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는 무거운 짐으로 여겨지고 있고 그래서 자유로부터 도피하려고 한다.

중세의 사람들은 사회에 구속되어 있었지만 그들은 그 대신 안정된 삶과 자아를 느낄 수 있었다. 반면 사회에서 해방되어 있는 현대인은 심리적으로 고독과 불안, 그리고 공포에 사로잡혀 있어 이로부터 도피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나치를 들 수 있다. 또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자율학습이 폐지되자 처음에는 많은 학생들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학생들은 다시 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이 부활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학생들은 자유로워졌지만 비용이나 환경 등의 문제로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정작 할 수 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어디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불안과 고독에 시달린다. 이 고립과 불안에서 탈출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자율학습의 부활을 원하고 있다. 다시 자율학습을 하게 되면 비록 내 자유가 제약을 받을지라도 전체에 소속되어 있어 고립감을 탈피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비록 자신이 해방되어 있어 자유를 얻었다 하더라도 자유로워진 내가 실현하려는 목적을 이룰 수단이 없다면 나는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존재라는 사실만 절감하게 된다. 현대인은 이와 같은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권위주의나 정치적 민족주의등에 의존하여 일종의 연대감을 가지려고 한다.

프름이 말하는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세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권위와의 일체감, 무조건적인 파괴, 그리고 세상과의 완전한 단절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피는 궁극적인 해결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런 방식은 인간의 무력함을 오히려 더 강하게 느끼도록 한다. 따라서 개인 각자가 사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신념을 통해서 행할 수 있을 경우에 궁극적인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프롬의 이런 주장에서 현대인에게 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해결하기 어렵지만 꼭 해결해야 할 궁극적인 문제라는 것은 깨달았다. 단순히 피상적으로만 보이던 자유가 구체적으로 나와 현대인의 심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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