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는 무척 아름다웠어.
사진 속의 그는 어리둥절하고 겁먹은, 타락한 소년 같았다. 마치 그 자신이, 다른 누구도 아닌 조반니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이 이상으로는 갈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의 짧은 인생 여정이 흔해 빠진 칼 한 자루로 끝난다는 것을 못내 믿을 수가 없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냉혹한 전망을 온몸의 근육 하나하나가 거부하는지 벌써부터 뒷걸음질을 치는 것 같았다.
다 알고 있으면서 나를 자기 입맛에 맞게 연인이라고 부르고 친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늘 슬며시 웃는 것 같다가 또 갑자기 우울해져서 마치 폭풍처럼 나를 통째로 휩쓸리게 하고서는 또 어는 날은 내 곁에서 훌쩍 빠져나가 버린다. 마치 품에 안기기 싫어하는 고양이 같다.
나는 왜 이럴까. 뭘 해도 의욕이 안 생겨.
누굴 좋아하는 감정은 자신의 충동과 이성이 싸우는 거라고 봐.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감정...예를 들어 당장 전화를 걸고 싶다거나 만나러 가고 싶다거나 키스하고 싶다거나 하는 거. 이성이 이기는 것이 사랑이지 않을까 해.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