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알라딘 중고매장에 가면... 절판 도서가 있으면 사려고 하는 편입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이제 구할 수가 없으니까요...ㅜㅜ 어떤 책이 절판된다는 사실은 저한테 아주 오묘한 감각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마음이 아릿하게 저리면서 매혹적인 느낌?! 중고매장에서라도 구할 수 있으면 참 다행이라고 할 뿐입니다...ㅠ.ㅠ

 

 <금지된 장난>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나 고학년 때였나... 저희 G시의 시립도서관에서 읽었던 책인데요. 어릴 때의 저는, 한 글자라도 빼먹지 않고 읽으려는 거의 강박증 비슷한 집착에 사로잡혀 있는 현재의 저와는 다르게, 훑어보고 좀 재밌어 보이는 부분이 있으면 그것만 골라서 읽곤 했지요.ㅋㅋ 벌써 스무 살이 넘은 지금에와서,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어야지 하고 사왔습니다! 어릴 때 골라 읽었던 부분들은 죄다 좀 충격적인 장면이었어요. 소녀가 죽은 개를 끌어안아 들어올리고, 소년이 병아리를 일부러 죽이고, 소년이 십자가를 손에 넣으려다가 지붕에서 떨어져 죽고... 이 책에는 삽화까지 들어있는데 추락하여 숨을 거둔 소년 곁에서 울고 있는 소녀 그림에 이끌려서 책을 빌려다가 집에 가져왔더니 저희 엄마가 읽으시고는 애들이 읽기에는 다소 무겁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확실히 다 커서 읽으니까 그렇게까지 경악스럽지는 않네요.ㅋㅋ 이미 알고 있는 장면이기 때문에 덜 상처받는다는 표현이 옳겠지만... 제 기억으로는 소년과 소녀가 동물들을 꽤나 많이 죽였던 것 같은데ㅋㅋ 그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전쟁이 배경이고, 마냥 밝고 해맑아야 할 아이들이 하는 장난치고는 어둑어둑하다는 점에 있어서, 동화이기 때문에 수위를 낮춘 것이라고 해도 묵직하게 다가오는 감각이 이 작품에는 확실히 스며 있지요. 소년이 떨어져 죽은 뒤 소녀 혼자 또다시 어딘가로 깡총깡총 사라져버리는 장면은 세월이 지난 지금에 바라봐도 마음을 아련하게 하는 비애가 느껴지더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일본인이다 보니까...(오에 겐자부로) 일본문학에 특히 관심이 많은 편인데요... 그래서 순문학 쪽에서 유명하다 싶은 일본 작가들 작품은 최대한 접해보려고 하는 편이고... 미시마 유키오,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 (가와바타 야스나리랑 나츠메 소세키는 포기했습니다.) <키재기>를 쓴 히구치 이치요는 일본 화폐에 까지 등장하는 작가더군요? 뭔가 의무감이 생겨서 사 읽었습니다.ㅋㅋ 와우, 사실 기대 안 했는데 너무 즐겁게 읽었어요.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의 평을 보니 각주가 100개는 훨씬 넘는데 죄다 뒷장에 달려 있어서 일일이 넘겨가면서 읽는 데 불편했다고 하시기에... 저는 아예 각주가 나와도 뒤를 안 보고 죽 읽었습니다.ㅋㅋ 그렇게 하니까 흐름에 방해도 안 되고 좋던걸요.:) 저희 집에 있는 세계문학전집은 펭귄 클래식 출판사인데, 펭귄도 각주가 죄다 뒤에 있거든요.ㅠㅠ 처음에는 적응 안 되고 불편하고 진짜 싫었는데... 적응 되니까 그러려니 하게 되더군요.ㅋㅋ 그때의 감각을 살려서... <키재기>도 그냥 죽죽 읽었습니다.ㅋㅋ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왜 화폐에까지 등장하는 명예를 거머쥐게 된 줄 알겠다! 싶었습니다. 문장력이 굉장히 세련되고 청명하면서도 일본 특유의 옛날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고 생각했어요. 소박한 장면들도 문장력으로 예술적이게 승화시킬 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하여튼 굉장히 독특한 매력이 담긴 목소리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듯하였습니다. 일본의 색이 굉장히 짙었어요.ㅋㅋ 사실 저는 그것을 마냥 좋아하지는 않는데(복잡한 기분이 듭니다. 제가 아무리 오에 겐자부로를 경애한다지만 일본 고유의 "색채"에는 정말, 매력적이라고는 생각하지만 편안한 느낌을 갖지는 못하겠어요.ㅜㅜ역사적인 감정도 다 떠나서...왜 그럴까요.)늘 부럽게 여기고는 있기 때문에 (어느 분야에서건... 한국도 한국 특유의 색채가 좀더 짙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읽으면서 일본인들은 이런 일본 작가를 가져서 좋겠다~하는 생각은 했습니다! 미도리 상당히 귀여운 여자애던걸요.ㅋㅋ 신뇨는 좀 답답한 성격 같아서 짜증스러웠는데 마냥 미워할 수는 없게끔 청순한(?!) 구석이 있는 듯해서 맘에 들었고 쇼타로는 남자애가 참 요망한 성격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ㅋㅋ 미도리가 신뇨에게 끈 던져주는 장면, 너무 아름답고 좋았어요.:> (참고로, 이 책은 분량이 무척이나 짧기 때문에, 100페이지는 되려나, 다른 단편들과 더해서 새로 출간된 책이 있습니다만, 절판된 이 책이 제 맘에 상당히 쏙 들더군요. 책 디자인이 <키재기>분위기랑 어울립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절판 도서는 네 권이나 읽었는데... 그나마 두 권은 이미지도 없군요... 그냥 글로 제목을 밝히겠습니다... <상처를 딛고 사랑을 되찾은 나의 가족>이라는 에세이와 <동시대 게임>이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두 소설은 다행히 이미지가 있군요. 하...ㅠㅠ 오에 겐자부로의 책들은 뭐 죄다 절판인지... 모 출판사에 혹시 재출간 계획이 없는지를 여쭈었는데 안타까운 답변만이 돌아왔습니다... 확실히 잘 안 읽혀서 일까요? 오에의 책은, 참고 읽으면 다가오는 감동과 사무침의 감각이 정말로 남다른데...ㅠㅠ 우선 에세이 이야기부터 하자면, 저는 오에의 에세이는 별로 안 좋아하는 편입니다. 에세이보다는 단편,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합니다. 이유인즉, 제가 읽은 오에의 에세이에는 오에 자신의 이야기보다 오에의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어요. 제가 궁금한 것은 오에 겐자부로인데...! <상처를 딛고 사랑을 되찾은 나의 가족>도 오에와 그의 가족보다는 오에의 가족들에게 은혜를 베푼 지인들 이야기가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오에를 더 알고 싶은데! 현재,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라는 (이것도 절판 도서...) 책을 사다놓았는데 설마 이 책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겠지요?ㅠㅠ 그러기를 바랍니다.ㅎㅎ 아, 그리고 단편도 장편만큼 재밌는데 짧아서 아쉬우니까 장편이 더 좋다는 뜻입니다. 오에의 소설은 정말 재밌어요...ㅠㅠ 특히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와 <인생의 친척>, <조용한 생활>은 강력히 추천합니다! 역시 이것들 중에서도 두 권이나 절판 도서입니다만...

 <우울한 얼굴의 아이>는 <체인지링>3부작 중에 두번째 권이지요. 왜 이것만 절판이 되었는가 모르겠어요.ㅋㅋ 제 생각에는... 오에의 책 중 <우울한 얼굴의 아이>가 그나마 흥미로운 제목이라서... 사람들이 시리즈인지 뭔지 모르고 구입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체인지링>을 좀 힘들게 읽기는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100페이지부터 200페이지까지가 정말 재미가 없었어요.ㅋㅋㅋ 200페이지 이후부터는 흥미진진해지더군요... <우울한 얼굴의 아이>는, <체인지링>보다 두께가 훨씬 두꺼운데도 불구하고 더 잘 읽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재밌어요.:> 저는 오에의 <2백년의 아이들>도 아주 좋게 읽었는데요... 거기 등장하던 아라타와 갓짱(<2백년의 아이들>에서는 갓짱인데 <우울한 얼굴의 아이>에서는 갓창이더군요. 똑같은 거겠죠!)이 또 나와서 반갑고 기뻤습니다. <2백년의 아이들>에서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의 아이들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등장했던 것도 되게 맘에 들었는데... 사실, 오에의 작품은 어째 보면 모두가 연작인 것 같기는 합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의 주제를 끈질긴 집요함으로 파고들고 되새기고 이해하고 반복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주관적으로 그런 자세는 크게 될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필수불가결하다고 봅니다... 오에 겐자부로 책을 읽으면, 인물들이 연극을 하는 장면이 참 많이 나와요. <우울한 얼굴의 아이>에서도 하더군요.ㅋㅋㅋ 오그라들어서 어떻게 하나 싶기도 한데 저는 오에의 책을 읽으면 단숨에 설득당해버리는 타입이라서 장면 상상이 무리가 가지는 않더라고요! 그리고 또 하나, 고기토가 고로와 겪었던 '그것'에 대해서 강간 쪽으로 해석한 기자의 글을 읽고 분노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는 좀 찔렸습니다. 저도 <체인지링>을 읽을 때 그렇게 해석했기 때문에ㅋㅋㅋ 고기토는 피터의 죽음에 고로와 자신이 극소량이나마 관계되어 있었다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던 거지요... 오에의 <킬프 군단>을 읽으면서도 느낀 건데, 오에는 미미한 연관에까지 수치를 느낄 줄 아는 섬세하고 양심적인 감수성의 소유자인 것 같아서 놀랍습니다... 제가 오에의 정치 성향 때문에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그러한 감수성과 상상력이 있기 때문에 올곧은 발언을 서슴지 않을 수 있는 것인가 생각이 드는군요. 인간이 그러기 참 쉽지 않은데 말이에요. 가령, 저도 저의 조상이나 제가 소속된 집단의 누군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내가 그런 것은 아니잖아?!" 할 것 같은데 오에의 가치관으로 판단하자면 저 역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인간인 것입니다... 저는 오에 책을 읽으면 지브리 애니메이션 느낌도 나는 것 같던데, 오에의 작품은 참 영상화로 된 것도 얼마 없지요? 단편소설 <사육>의 영화화, 이타미 주조 감독의 <조용한 생활>을 제외하곤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왜 오에의 책을 읽으면 지브리 분위기의 만화 같다고 느껴지는 걸까요... 숲이 배경인 경우가 많아서 그러한가, 여하튼 겹쳐져 떠오르더라고요. <핀치러너 조서>는 지브리 느낌보다는 일본 SF만화 같았습니다. 사실 일본 SF만화를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ㅋㅋㅋ 그런데 일본인들은 무슨 민족성처럼 다들 애니메이션적인 감각과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핀치러너 조서>는, 솔직히 제가 SF물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도 해서 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가독성이 좋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 찡했습니다.ㅠㅠ 모리의 희생이 가슴 벅차오르는 느낌. 마지막으로 <동시대 게임>은, 이제까지 읽은 오에 작품 중에선 제가 유일하게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ㅋㅋㅋㅋㅋ 하, 이 책은 솔직히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600페이지가 넘고 챕터가 6개니까 한 챕터 당 평균 100페이지 정도로 볼 수 있겠는데, 1장과 5장 정도 빼고는... 다 날린 거나 마찬가지라고 해야 할까요, 정말 이렇게 독서한 적 처음입니다... 내용 이해 하나도 안 됐는데 그냥 글자만 보면서 휙휙 넘기는 식이었어요.ㅠㅠ 언젠가는 다시 읽어야지...ㅜㅜ 글쎄 왜 안 읽혔을까요? 저는 오에의 책에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좋아하는 편인데 <동시대 게임>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대화한다기보다는 역사 기록처럼 화자 혼자 서술하는 식이었어요. 숲의 신화에 대한 기록이니까, 정말 무슨 역사 기록물 읽는 것 같았던...ㅋㅋㅋ 그래도 화자의 가족들을 소개한 5장은 재밌었습니다.ㅜㅜ 저는 역시 오에가 창조해내는 캐릭터 때문에 애정을 느끼나봐요. 쓰유이치, 쓰유오야마, 쓰유키, 쓰유미, 쓰유토메까지. 야구에 남다른 신념을 내보였던 쓰유토메가 특히 인상 깊었네요. 가족들이 전체적으로 기괴하긴 했습니다만... 오에의 책은 그로테스크하지요. 자꾸 일본 특유의, 일본 특유의, 하는 표현도 선입견인 것 같아서 망설여지긴 하는데, 역시 일본 특유의 (ㅋㅋㅋ) 기기괴괴한 사고방식이나 상상력과 설정 등속이 오에의 작품에서도 (심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다른 일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제가 좀더 오에를 차별 두는 이유는, 그러한 그로테스크함 속에서도 오에만의 앳되다고 할까, 따스하다고 할까, 사랑스럽다! 하고 느껴지게끔 만드는 그의 시선 범위가 만져지기 때문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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