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태엽 오렌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2
앤소니 버제스 지음, 박시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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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문예출판사의 <파리대왕>을, 별로 읽고 싶지 않았는데 작품의 명성 상 하는 수 없이 접했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알라딘 연신내점에 달려가서 구입해왔지요.:> 오늘 독후감을 쓸 <시계태엽 오렌지>와 함께! 사실 <시계태엽 오렌지>도 학교 도서관에서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의무적인 기분으로 골라 든 작품이었거든요. 그랬는데, 200페이지를 조금 넘는 가벼운 분량이기도 하지만, 캐릭터의 매력과 군더더기나 머뭇거림이 없는 세련되고 깔끔한 이야기 전개 등으로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혀서 하루만에 읽어버렸네요!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파리대왕>과 더불어 사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얼른 집의 책꽂이에 소중히 꽂아두고 싶어요.

 

 주인공 알렉스와 패거리들이 사용하는 십대의 은어 번역은 다소 오그라드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ㅋㅋㅋ(이쁜 쩐이라든가, 꼼상이라든가... 아버지를 꼰대라고 하는 건 많이 들어봤어도... 어머니는 꼼상이라고 하던가요?ㅋㅋㅋ)그래도 저는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번역이었다고 생각한답니다.:> 다소 충격적인 상황 전개에 대한 당혹감 때문이라면 모를까 번역 때문에 흐름을 멈추거나 하지는 않았어요!ㅋㅋ 민음사... 나름 세계문학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번역 문제 때문에 항상 이래저래 말이 많지요,ㅋㅋㅋ <파리대왕>은 정말 평가가 최악이더군요.ㅜㅜ 무서워서 진즉에 문예출판사 버전으로 읽었습니다.ㅋㅋ 저는 민음사에서 번역된 작품들 중 아주 좋아하는 책들이 꽤 있는 편인데요. 특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는 정말 좋았고 <다섯째 아이>도 즐겁게 읽었고... <인간실격>도 민음사 판으로 접했고요. 하기야 원문을 모르는 이상, 어느 한 나라의 언어에도 그에 따라 형성되는 문학적 감칠맛에도 아둔한, 우매한 독자인 저로서는 이러니 저러니 트집잡을 건더기가 안 되기는 하지요.:> <시계태엽 오렌지>의 알렉스의 말투, 그래도 전체적으로 재밌던데요.ㅋㅋㅋ 말을 참 웃기게 하는 친구더라고요! 저는 어느 작품이든간에 등장인물이 얼마나 매혹적인가?에 가장 집착하는 터라...

 

제가 중학교 다닐 때였나 고등학교를 다닐 때였나? 사회 과목 담당 선생님께서 죄수에게 고문을 가할 때마다 특수한 음악을 틀어놓음으로써, 그 죄수가 나중에는 고문없이 음악만 들어도 기겁, 발광을 하게 만든다는 뭐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그 선생님은 <시계태엽 오렌지>를 읽으셨나?! 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문득 궁금증으로 떠오릅니다. 알렉스는 '루도비코 요법'을 통해서 폭력적인 상황을 자신이 당하게 되거나 가하게 되거나, 머릿속으로 연상을 시키기만 해도 끔찍한 메스꺼움과 고통에 시달리게 되면서 자유의지를 억압 당하지요. 실험 중 루트비히 판의 교향악까지 폭력적 영상과 더불어 접했기 때문에, 그렇게나 즐기던 '교양있는' 음악조차 누릴 수 없게 돼 버리고요... 다른 것은 몰라도 음악에까지 영향 미치도록 박사 측에서 고약한 짓거리를 저지른 데 대해 절규하던 알렉스의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는데요. 저는 시나 음악에 열광과 집착을 드러내는 작중 인물들을 보면 뭔가 사이코패스 같고, 오싹하면서도 흥미진진하더라고요! 음,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내쫓긴 아이들>이나 이사카 코타로의 <사신 치바>, 정유정의 <종의 기원>등등의 캐릭터들이 연관성 있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셋 다 정말로 좋아하는 작품들... 재밌습니다... 아무튼 알렉스는 연구대상이기는 한 것 같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결벽증도 있는 것 같고?! 묘사에 의하면 신체 건장하고 얼굴도 잘생겼고 머리도 좋은 편이고 음악적 취향으로도 알 수 있다시피ㅋㅋㅋ 나름 교양도 있는 것 같은데 그의 극악무도한 비행이란...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꿈인 사람으로서, 알렉스가 작가의 '홈'에 쳐들어가 <시계태엽 오렌지> 원고를 파괴할 때는 진심으로 가슴이 무너졌습니다.ㅜㅜ 뭐 이런 것은 범죄 축에도 들지 않게끔, 알렉스는 폭행, 절도, 강간, 살인까지 저지르는 망나니이지만요!

 

'루도비코 요법'으로 인해서 사회에 도로 풀려나게 된 이후에도 끔찍이 고통당하던 알렉스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려버리는데요... 이를 계기로 알렉스는 몹쓸 증상이 낫기는 하지만 다시 비행 청소년으로 돌아가는 듯하다가 결말 즈음에는 '철이 들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것을 보면 애 자체가 완전히 싸이코패스는 또 아니었던 것도 같고ㅋㅋㅋ 애들은 놔두면 언젠가는 다 알아서 철든다 이건가 싶기도 하고ㅋㅋㅋ 선을 위해서 국가 권력은 개인의 자유의지에 비인간적인 폭력을 휘두를 권리가 있는가 하는 문제 제기는 확실히 독자에게 많은 고민을 가지도록 하지요... 2학년 2학기 때 교양수업 시간 때 내내 토론했던 '법은 필요한가?'하는 주제와 통하는 데가 있었기 때문에... 제게는 유난히 강렬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법, 질서, 규칙, 그리고 인격을 가진 개인... 아, 이 책을 1년만 더 빨리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교양수업, 89점으로 A학점을 놓쳤거든요! <시계태엽 오렌지>를 끌어와서 논설문 리포트를 제출했더라면 그 1점을 채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명작은 괜히 명작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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