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스퀘어 을유세계문학전집 21
헨리 제임스 지음, 유명숙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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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수줍었기 때문에, 불편할 정도로 고통스럽게 수줍었기 때문이다. p.19

고통스럽게 수줍었기 때문에..,

흰 피부에 홍조 띤 그녀의 맑고 탱탱한 피부는 보기 좋았다. 그녀의 눈은 작고 온화했고, 이목구비는 좀 투박했지만 머리카락은 밤색이고 부드러웠다. 가혹하게 평하는 이들은 무덤덤하게 못생긴 여자애라고 했고, 상상력이 있는 쪽은 조용하고 숙녀다운 여자애라고 했다. 하지만 어느 쪽도 그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정도의 관심은 없었다. 그녀가 아가씨가 되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하게 되었을 때—그녀 자신이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한참 걸렸다—(...)

어렸을 때부터, 소설책 속의 여주인공의, 아름답건, 그렇지 못하건, 세세한 외모 묘사 부분이, 읽을 때마다 그렇게 설레더라구요. 외모 묘사와 음식 묘사를 제일 좋아했던 것 같아요, 늘..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나네요. 책 속에서 빨간머리 앤은 말라깽이에 머리카락이 홍당무처럼 빨간 못생긴 여자애지만, 예리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라면 앤의 초록 눈동자에서 특별한 영혼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던 묘사라든가.. 뻐꾸기 시계의 주인공 소녀 그리젤다의 회색 눈동자, 회색 옷차림, 심지어 그리젤다라는 이름에서조차 회색 느낌이 났다라는 묘사라든가.. 소공녀 세라의 잿빛 도는 녹색 눈동자와 짧고 곱슬거리는 검은머리 묘사도 떠오르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의 별처럼 반짝거리는 초록색 눈이라든가 주홍글씨의 헤스터의 요정 같은 딸 펄이, 진주보다는 빨간 루비와 닮았다는 묘사도 생각이 나요. 어릴 때에는 여자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으면 절대 책을 안 읽으려고 했어요. 어른이 된 요즘에는 오히려 남자주인공이 등장하는 책을 찾아 읽게 되던데.. 성별을 떠나 마음을 붙일 수 있는 등장인물 하나라도 있는 책을 발견한다면 완독해나가는 데에 많은 힘을 얻게 되어요.(:

그는 아주 말솜씨가 좋았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물었고, 그들 중 몇몇은 누구라고 추측했는데 아주 우스꽝스럽게 틀리곤 했다. 그는 전혀 거리낌 없이, 단정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그들을 비판했다. 캐서린은 어느 누구도 — 더구나 젊은이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었다. 소설에 나오는 젊은이가 말할 것 같은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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