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하서명작선 71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조용남 옮김 / (주)하서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그놈이 나간 후 잠옷과 가운을 걸치고 사냥 모자를 쓴 채 작문을 시작했어.

(...) 그 애가 글러브의 손가락이며 손바닥 여기저기에 온통 시를 적어 놨기 때문이지. 초록색 잉크로 말이야. 그걸 써 놓으면 수비할 때 타자가 나오는 걸 기다리는 동안 읽을 수 있다는 거야.

_저는 샐린저의 이런 설정이 너무 좋아요.. 시모어 서문에서 시모어 가의 애들이 욕실의 거울 표면에다가 비누 조각으로 시를 써 놓는 묘사가 어찌나 좋던지...

지금도 비가 오거나 하면 손이 이따금 쑤시곤 하는데, 이젠 주먹질—진짜로 센 주먹질 말이야—도 못하게 됐지만 별로 상관 안 해. 어차피 외과 의사나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갑자기 나는 외로웠어. 죽어 버렸으면 싶었지.

"야, 수도원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하면 되니?"
내가 물었어. 전에도 장난삼아 수도원에 들어가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있거든.

그리고 나에겐 얼마간 휴식이 필요했어.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기 때문이지. 정말로 아주 날카로워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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