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열린책들 세계문학 244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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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수위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짧고 가파른 오르막길이 있었다. 길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노변 가득 자란 찔레 덤불이 마차의 페인트를 긁었다. 궂은 날씨로 바닥에 널브러진 꽃들이 천천히 지나갔다. 어떤 것은 썩었고, 어떤 것은 필 가망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아름다움이 고개를 내밀었지만,

그것은 우울한 세계의 필사적인 깜박임일 뿐이었다.

모리스는 꽃송이들을 차례로 들여다보았다. 그는 꽃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그렇게 초라해진 꽃들을 보니 안타까웠다. 완벽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꽃들이 모두 비딱하게 기운 가지도 있었고, 또다른 가지는 쐐기벌레가 우글거리거나 혹들로 울퉁불퉁했다. 자연의 무관심! 그리고 무능력!

모리스는 자연이 하나라도 성공작을 낸 게 있나 하고 창밖으로 몸을 내밀었다가 한 청년의 밝은 갈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모리스>는 어제부로 다 읽었지만, 옮겨적은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우울한 세계의 필사적인 깜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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