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1 - 혁명.이데올로기 편 ㅣ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1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지금 진행되고 있는 광화문 촛불시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탁월한 인문학 책이다. 단순히 자기주장으로 선동하는 책은 아니다. 1부 혁명 편에서는 바디우, 지젝, 그레이버와 같은 학자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지금 혁명이 왜 필요하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제시한다. 바디우와 지젝이 21세기에 우리가 이뤄야할 민주주의 혁명을 빼기라고 정해감으로써 신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부정의 길이라는 사유방식에서 나왔고, 또 르네상스 시대에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에서 원하는 형상에 합당하지 않은 부분들을 깎아냄으로써 조각을 만들던 제거의 방식이라는 조각법과도 같다고 설명하는 부분이 압권이다!
또 이데올로기 편에서는 아서 퀘슬러의 <한낮의 어둠>을 중심으로 한 이데올로기 분석을 통해 종전의 혁명들이 왜 폭력적일 수밖에 없었으며,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가도 분명하게 제시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펼친 목적론을 바탕으로, 이데올로기란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어 본래의 목적을 왜곡하거나 해치는 이념 또는 사상’이라고 정의한 것은 새로울 뿐 아니라, 탁월하다. 국내외를 통틀어 이데올로기를 이렇게 명쾌하게 정리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 텍스트를 본 적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며 평소 자신의 주장은 이념이고 상대의 주장은 이데올로기라고 몰아붙이는 행태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해방감을 맞보았다.
책의 구조가 공연, 강연, 대담으로 짜여있어, 각각의 주제와 연관된 저술들 뿐 아니라 수많은 희곡, 시, 소설, 영화들에 대한 식견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이 지닌 미덕이다. 자신의 작품에 관한 김선우 시인과 김연수 작가의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지금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문학 텍스트다. 광화문 인문학, 촛불시위 철학이다. 일독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