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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플레이 ㅣ 트리플 6
조우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음과모음의 트리플시리즈는
3편의 단편소설로 만든 소설집으로 얇고 가볍다.
전작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조우리의 소설은 읽기 쉬워서 휘리릭 쉽게 책장을 넘기다가도 다시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
<언니의 일>
대뜸 "언니" 하고 걸려온 전화를 받은 은희.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잘못 건 전화를 핑계로 과거 함께 일했던 양다정과 세진.
셋은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한다.
'과거 동료였던 여자 셋의 식사'라는 간단한 이야기 속에
정작 본인은 남을 배려한다고 한 행동들이 실은 누군가의 기억 속엔 괴롭힘이 될 수도 있고, 타인을 위한 말이 타인에겐 '악플'일 수도 있다는 간단한 명제를 조우리 만의 화법으로 써 내려간다.
<팀플레이>
코리아에브리데이 인터넷신문기자 심은주는 말이 기자지 똑같은 문장을 짜집기해 복사, 붙여넣기 수준의 기사를 쓰는 기자다.
어느 날 비디오아티스트 장성수 작가의 비보를 접하면서 자신의 과거의 한 치욕적인 사건을 떠올린다. 유명한 예술가로 알려졌지만 실은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제자들의 창작물을 도용해왔고, 그의 제자였던 한때 연인이었던 지연의 부탁으로 자신이 공모전에 준비한 시나리오까지 의도치 않게 뺏기게 된 과거. 교수의 위력 앞에서 갓 20대의 어린 은주는 무기력하고 억울함만을 느낄 뿐 어떠한 대항도 하지 못한다.
"정의 같은 걸 믿나 봐요?"본문p64
과거 장성수의 말에
"생각해보니까 너무 억울하더라. 억울해서 죽겠더라."본문 p67
그때는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었던 은주는 교수의 과거를 폭로하는 기사를 쓰며 점차 불안이 사라짐을 느낀다.
소설을 읽는 내내
과거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 기억 속의 '나'와 타인의 기억 속의 '나'는 얼마만큼의 괴리가 있을까?
다정한 척, 관심 있는 척
그 수많은 '척'을 할 때마다 상대는 모두 알아차렸을까 아니면 속아 넘어갔을까.
소설 속 일상적인 대화와 문장 속에서 뒷머리가 서늘해지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