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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저, 독서광 아닙니다, 다들 안 읽기 때문이죠."

지난주에 장정일의 신간 <장정일의 공부>(랜덤하우스, 2006)에 대한 소개 페이퍼를 올리면서 인터뷰기사 한 꼭지를 옮겨놓았었는데, 내친 김에 북데일리에 실린 인터뷰 또한 옮겨놓는다. 대충 읽어보고 말 생각이었지만 이 인터뷰 기사의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저, 독서광 아닙니다, 다들 안 읽기 때문이죠."

 

 

 

 

장정일만큼 책을 읽는 건 아니지만 나도 책에 대해 아는 체를 많이 하다보니 간혹 엄청나게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오해받곤 한다. 그런 기대와는 반대로 평소에 나는 책을 너무 안 읽는다고 자책하며 사는 편이다(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투정하는 게 사실은 더 많지만). 마일리지도 쌓인 김에 이번에 <장정일의 공부>와 함께 몇 권의 책을 더 주문했는데(책은 이미 학교로 배달되었지만 아직 확인해보지 못했다) 분량상 <공부>를 제외하면 내가 빨리 완독할 수 있을 책은 <언어학과 정치>(역락, 2006) 정도이겠다.

 

 

 

 

거기에 현재 읽고 있거나 대출해놓은 책들이 10여권. 강의준비나 필요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들이 또 두서없이 그만큼이다. 지난 주말부터 가방에 들어가 있는 책은 아이리스 장의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미다스북스, 2006)와 김경주 시인의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랜덤하우스중앙, 2006)이고, 집에 와서 잠시 펼쳐본  책이 <계몽의 변증법>(문예출판사, 1995), 그리고 엊그제부터 행방을 찾고 있는 책이 비릴리오의 <정보과학의 폭탄>(울력, 2002)이다(나는 국역본과 함께 러시아어본을 갖고 있는데, 최근에 영역본도 구했다).

 

 

 

 

전업작가라면 나름대로 책읽기에 질서를 부여해서 '로쟈의 공부'라도 내놓을 준비는 돼 있지만 장정일만큼 쌓아놓은 공덕이 없기에(내가 읽은 '장정일' 가운데 베스트 네 권이다. 나는 그의 <삼국지> 등을 읽지 않았다) 그럴 경우 생계를 책임질 수 없다. 그러니 울적하다. "다 읽으면 굶기 때문이죠." 더불어 아무리 부지런히 읽는다고 해도 이젠 책들을 다 읽을 수 없다. 그러니 막막하다. "다 읽을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말하건대, "저, 독서광 아닙니다!"

북데일리(06. 11. 20) "저, 독서광 아닙니다, 다들 안 읽기 때문이죠"

지난 2월.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소설가 장정일(45)이 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초빙교수로 임용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학교 측은 “교육부 학력 규정상 장 씨를 전임교수로 임용할 수 없어 초빙교수로 채용했지만, 임기를 마치면 발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음란물 비시에 휩싸여 구속되기도 했던 ‘화제의 작가’ 장정일. “나는 문학이 직업이 아니라면 구역질이 난다”라고 스물한 살 일기장에 그렇게 적었던 그는 시인도 됐고, 소설가도 됐고 교수까지 됐다. 모두 ‘책’ 덕분이다. 밤낮으로 읽은 책 이야기. 그가 쓴 6권의 <독서일기>는 독서광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전설적인’ 책이다. 책 전문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의 진행자로 발탁 되었을 때 그의 어눌한 말솜씨에 불만을 갖던 사람들도 “그럴 만하다”며 독서력만큼은 인정했다.

학교에 ‘덜’ 다닌 대신 ‘더 많이’ 읽은 장정일. 그가 <장정일의 공부>(이하 '공부')(랜덤하우스코리아. 2006)라는 책을 펴냈다. 이번에는 읽은 책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뾰족한 일침까지 던졌다. 관심분야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책에 미쳐있는 그를 간곡한 설득 끝에 ‘어렵게’ 만났다. 정면의 시선을 던지지 못하는 그의 수줍음 사이로 마흔 다섯 해의 기나긴 책의 역사가 사라졌다 피기를 수 없이 반복했다.

- 시인, 소설가로 살다가 직장인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백수로 있는 것만 못 하죠. 작가는 24시간 365일이 자유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학생들을 위해 내 삶을 쪼개야 하니까 작가가 낫지요”

- 그 좋은 자유를 포기한 것이나 나고 자란 대구를 떠나 서울 살이를 시작한 것이나 자신에게는 큰 변화일 텐데요. 대구와 서울을 비교해 보면 어떻습니까.

“서울은 재입성이에요. 90년도에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사 왔다가 96년도에 다시 대구로 내려갔죠. 그리고 10년 만에 올라 온 거에요. 대구와 서울을 굳이 비교하자면 도시와 지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사회에서는 ‘은거’ 에 비할 수 있는 지방생활이라는 게 별 의미가 없어요. 인터넷, 신문. 아무것도 없는 ‘은거’가 불가능한 시대죠. 저는 젊은 작가들을 만나면 꼭 서울살이를 해보라고 해요.

사실, 대구에 가도 서울 생활하고 비슷하거든요. 그럴 바에는 대도시에서 부대끼며 살아보는 게 경험상 낫다는 거죠. 젊은 작가라면 특히, 대도시 생활을 겪어 봐야 해요. 촌으로 가겠다는 젊은 작가들한테는 나이 50, 60되서 가도 괜찮으니까 지금은 대도시에서 생활해 보라고 말해요. 대도시 문명과 호흡하면서 글감과 문젯거리 같은 것들을 만나봐야 해요.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외국 생활도 좋은 경험이 될 거에요. 누구든 문명에 노출 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은거의 장점도 살리지 못할 바에야 중소도시 보다는 대도시에서 살아 보는 게 경험상 좋다는 거죠”

“지금은 민주주의 아닌, 과두제”

- <독서일기>와 <공부>의 공통점이 있다면 역시, ‘책’입니다. 책읽기라는 것은 마흔 다섯이 된 지금의 자신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독서일기>가 ‘책 속에 길이 있다’고 이야기 했다면 <공부>는 ‘책 속에는 길이 없고, 책과 사이사이에 난 길을 내가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 책입니다. 사실, 책은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못해요. 만약 길이 있다면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이겠죠. 길은 스스로 만드는 거에요. 텍스트를 가지고 콘텍스트 속에 스스로 길을 만드는 겁니다. <독서일기>는 책이 먼저 독후감이 뒤에 있는 책이지만 <공부>는 반대로 관심 있는 테마를 정한 후 관련된 책을 읽은 것 입니다. 책이 먼저가 아니라 뒤에 선택 된 거죠.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책을 읽는 이유를 물으면 저는 늘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교양이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나쁜 시민이라는 뜻이에요. 사람들은 ‘공부’하면 지긋지긋하다고 하는데 너무 입시위주의 공부를 해서 그런 거고, 공부는 평생 함께 가야 할 좋은 친구입니다. <공부>는 나이 마흔 다섯 된 제가 공부라는 게 참 재미있다고 말하는 책이에요”

- '책 읽기를 통해 스스로 길을 만든다'는 말씀에서 ‘길’이 의미하는 것은 다른 텍스트로 옮겨 가는 길이 아니라 사회 안으로 들어가는 길 같습니다. '비행기의 1등석에 탈 수 있는 사람에게는 국경이 없지만 3등석 밖에 탈 수 없는 사람들에게 국경의 벽은 높다'며 현 사회를 ‘과두제’에 빗대는 등 사회를 향한 통렬한 비판도 쏟아 내셨는데요.

“지금은 민주주의 시대가 아닙니다. 이미, 과두제에 들어갔죠. 미국도 우리도 모두 마찬가지에요. 과두제란 특권층을 의미합니다. 그들이 모든 부와 권력을 나눠 갖는 시대죠. 프랑스 혁명 이후 세금 내는 사람들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졌잖아요. 지금이야 형식적으로 1인1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돈 있는 사람이 권력을 차지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선거비용을 많이 낸 사람이 당선확률이 높고, 돈 있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만들어 내고 결국 그들이 법을 만듭니다. 그러니 민주주의에 살고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죠. 그래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겁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속게 되죠. 정치권력, 자본주의에 휘둘리기 쉬운 사람, 만만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면 책을 읽어야 합니다. 단돈 몇 천원만 사기 당해도 속았다고 분해하면서 책을 안 읽는 다는 건 문제죠. 엠마뉘엘 토드, 촘스키 모두 ‘책 읽는 능력이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말을 했습니다. 책읽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고 보다 철저히 기업과 정치를 감시해야 합니다.

“여호와의 증인, 소수종파의 문제 아니다”

- 아직도 여호와의 증인을 믿고 있는지요. 본문에 보면 '학력이 중학교 졸업밖에 되지 않는 것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당시에 치러지던 고등학교의 군사훈련(교련)을 피하고자 진학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1만 명의 신도를 감옥에 보내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해온 사람은 여호와의 증인이 유일하다'고 밝히셨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이 사이비로 지탄 받아온 것. 대체복무는 여호와의 증인들에 대한 특혜시비라고 지적한 개신교에 대해서도 분노를 표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까?

“지금은 여호와의 증인이 아닙니다. 18세에 신앙을 버렸어요. 여호와의 증인 때문에 양심적 병역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고요. 어느 종교든 간에 살생, 살인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우리나라 종교는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아요. 이는 한국 종교의 현 위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신앙인이라면 ‘나는 양심에 의해 살인은 못하겠다’고 하고 ‘그러니까 양심적 병역대체를 하게 해다오’라는 문제의식을 갖는 게 당연 한 건데. 우리나라 종교는 그렇지가 않아요. 그래서 여호와의 증인이 소수종파의 문제인 것처럼 보인 겁니다. 또 불합리 한 건 종교 안에도 계급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군대나 살인문제에 대해 평신도가 고민을 하면 감옥에 가고 성직자는 면죄가 된다는 거에요. 성직자라면 평신도를 위해 발언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그 고민에서 벗어나 있어요. 성직자라고 면죄 되어서는 안 되죠”

- 40년간 문학을 한 편도 읽지 않았다는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를 향해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동문 오에겐자부로에 대한 열등감을 표출한 것은 아닌지’라는 반문을 던지셨습니다. 문학을 읽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인문, 교양 분야의 책들로 포진되어 있는 <공부>를 보면 스스로도 문학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와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은 최근 20년간 문학작품을 안 읽었다고 합니다. 다카시는 21세기 교양의 총체는 자연과학으로 넘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가라타니 고진은 문학은 늘 사회 현실과 조우했지만 어느 날 그게 “끊어졌다”고 말합니다. 일본 문학이 언젠가부터 자아나 내면도피로 방향전환을 했다는 거죠. 그래서 문학을 안 읽는다고 해요. <문학의 종언>에서 하는 얘기가 그런 겁니다. 작가들이 점점 사회와 괴리 될 때 문학도 독자와, 사회와 끊어진다는 거죠.

문학이 살아나려면 내면에서 벗어나 사회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옛날 시인, 소설가들에게 사회는 “여기 앉으세요”라며 자리를 마련해 줬습니다. 그건 문학하는 사람들에게 “당신 말을 듣고 싶다”는 뜻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아요. 그건 작가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작가도 한국사회에 대해서 발언하지 않죠. 이렇게 사회에서는 멀어지고 내면 도피나 자아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니까 ‘미래파’라는 시가 나오는 겁니다. 작가들도 내면 도피에서 벗어나서 사회 안에 들어와야 합니다. 저는 종종, 작가들은 ‘야반도주’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야반도주’는 내면 도피 문학을 말합니다. 작가는 사회에 빚이 많습니다. 그러니, 빚지고 도망가서는 안 된다는 뜻이죠”

“책은 반드시 도서관에서 읽은 후 구입”

-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다는 대목을 읽었습니다. 아무리 빌려 읽는다 해도 워낙 오래 된 책탐이니 모은 분량이 엄청나겠습니다.

“도서관에서 자주 빌려 읽습니다. 책은 꼭 도서관에서 읽어보고 사요. 신간은 도서관에 늦게 도착하기 때문에 3달 정도 늦게 사게 되지만 그래도 읽어 보고 삽니다. 이런 구매법을 권해주고 싶습니다. 도서관, 출판계 모두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소장권수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5년 전에 중학교 때부터 모았던 책을 헌책방에 모두 내다 버렸거든요. ‘나는 왜 이렇게 살까’라는 자책에서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그건 아마 모든 수집광, 마니아들이 한번쯤 겪는 관문일 거예요. 다 내다 버리고 ‘재생의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는 생각을 한 거죠.

전에 집에 쌀이 떨어졌는데 한 선배가 라면 사라고 돈 3만원을 줬어요. 그런 선배를 참 좋아 하는데 “지금 무슨 글 써?”라고 묻는 선배보다 “너 요새 먹고는 사나? 돈은 있나?”라고 묻는 선배가 정말 좋은 선배에요. 글이야 다 알아서 쓰니까. 아무튼 그 선배가 준 돈 3만원으로 쌀을 안사고 교보문고 가서 책을 사버렸죠. 그러면서 자책했어요. “나 정말 왜 이러고 살까” 결혼기념일에 아내 선물 사줄 돈으로 책 사버리고. 그러면서도 멈출 수가 없는 거예요. 귀한 책도 많았고 도서관이 안 부러울 만큼 갖고 있었는데 그런 내가 싫어서 다 갖다 버렸어요. 결국 재생의 길을 걷지 못한 거죠. 지금 다시 사 모으고 있으니까“

- 아직은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으니 저는 아직 그 수준이 되려면 먼 것 같습니다. 책 읽기 전에 손을 씻는다고 들었는데요. 다른 특별한 버릇 같은 것이 있나요. 접는다거나 줄을 친다거나 포스트잇을 붙인다거나....

“그런 시기가 마니아들에게는 꼭 한 번씩 온다니까요.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웃음) 시기야 다 다르겠죠. 책은 사면 커버부터 버려요. 책 읽는데 방해가 되거든요. 책은 이방 저 방에 두고 오가며 읽어요. 한 가지 테마를 정해 놓고 10권 정도를 동시에 읽는 편입니다. 그래야 시너지가 생기거든요. 관심 있는 싶은 주제는 그렇게 접근해요. 접거나 줄치지는 않아요. 읽으면서 파악하려고 노력해야지 줄을 치거나 포스트잇을 붙이면 거기에 묶이죠. 두 번, 세 번 다시 읽더라도 그건 좋은 독서법이 아니에요”

- 독서광들이 정말 어려워하는 질문이지만, 빼놓고 싶지 않은 질문입니다. 자신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책이 있다면.

“책 많이 읽은 사람들은 그 답을 뽑아 낼 수가 없어요. 그래도 말하라면 카프카에요. 젊은 시절 무척 좋아했죠. 최근에 읽은 책 중에는 엠마뉘엘 토드의 <제국의 몰락>을 권해주고 싶고....또....아! KBS 박성래 기자가 쓴 <레오 스트라우스>(김영사. 2005)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에요. 제가 한겨레21에 그 책 서평을 쓰면서 “이 책을 읽거나 레오 스트라우스에 대해 아는 것은 독도를 얻는 것과 똑 같다”고 했어요. 레오 스트라우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합니다. 그가 쓴 <마키아벨리>(구운몽. 2006)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 소설 집필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부>를 바탕으로 2003년 대선 이후의 한국 풍속을 다루는 이야기를 쓸 예정입니다”

- 시인으로 데뷔해 교수의 자리에 오기까지 글쟁이로, 독서광으로 20년을 보내셨습니다. 꿈을 이룬 지난 시간 동안 행복했나요.

저는 독서광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너무 안 읽으니까 그런 말을 듣는 것뿐이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 달에 10권 읽는 건 기본 아닌가요. 저는 조금 더 읽었을 뿐이에요. 모두가 그렇게 읽었다면 제가 독서광이 될 이유가 없었겠죠. 행복요? 음....행복했죠. 지금도 행복하고. 정규교육을 못 받은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그걸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했어요. 명문대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땄다면 세상을 뀄다는 자신감에 아마 책을 안 읽었을 거예요. 조금 배웠기에 많이 읽어야 했고, 덕분에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언제나, 행복했습니다”(김민영 기자)

06. 11. 20.

P.S. 결론은 이렇다. "기본을 갖추자!"

P.S.2. 생각이 난 김에 장정일의 시 '삼중당문고'도 다시 읽어보록 한다. '정규교육'을 못 받은 그에게 삼중당문고는 그의 '학교'였고 '교사'였으며 또한 '친구'였으리라.

삼중당문고

열 다섯 살,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 문고
150원 했던 삼중당 문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문고
특히 수학시간마다 꺼내 읽은 아슬한 삼중당 문고
위장병에 걸려 1년간 휴학할 때 암포젤 엠을 먹으며
읽은 삼중당 문고
개미가 사과껍질에 들러붙듯 천천히 핥아먹은 삼중당문고
간행목록표에 붉은 연필로 읽은 것과 잃지 않은 것을
표시했던 삼중당 문고
경제개발 몇 개년 식으로 읽어 간 삼중당 문고
급우들이 신기해 하는 것을 으쓱거리며 읽었던 삼중당문고
표지에 현대미술 작품을 많이 사용한 삼중당 문고
깨알같이 작은 활자의 삼중당 문고
검은 중학교 교복 호주머니에 꼭 들어맞던 삼중당 문고
쉬는 시간 10분마다 속독으로 읽어내려 간 삼중당 문고
방학중에 쌓아 놓고 읽었던 삼중당 문고
일주일에 세 번 여호와의 증인 집회에 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고 교장실에 불리어가,
퇴학시키겠다던 엄포를 듣고 와서 펼친 삼중당 문고
교련문제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을 때 곁에 있던 삼중당 문고
건달이 되어 밤늦게 술에 취해 들어와 쓰다듬던 삼중당문고
용돈을 가지고 대구에 갈 때마다 무더기로 사 온 삼중당 문고
책장에 빼곡히 꽂힌 삼중당 문고
싸움질을 하고 피에 묻은 칼을 씻고 나서 뛰는 가슴으로
읽은 삼중당 문고
처음 파출소에 갔다왔을 때, 모두 불태우겠다고 어머니가
마당에 팽개친 삼중당 문고
흙 묻은 채로 등산배낭에 처넣어 친구집에 숨겨둔 삼중당 문고
소년원에 수감되어 다 읽지 못한 채 두고 온 때문에
안타까왔던 삼중당 문고
어머니께 차입해 달래서 읽은 삼중당 문고
고참들의 눈치보며 읽은 삼중당 문고
빳다맞은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읽은 삼중당 문고
소년원 문을 나서며 옆구리에 수북이 끼고 나온 삼중당문고
머리칼이 길어질 때까지 골방에 틀어박혀 읽은 삼중당 문고
삼성전자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문흥서림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레코드점 차려놓고 사장이 되어 읽은 삼중당 문고
고등학교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고시공부 때려치우고 읽은 삼중당 문고
시공부를 하면서 읽은 삼중당 문고
데뷔하고 읽은 삼중당 문고
시영물물교환센터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박기영형과 2인 시집을 내고 읽은 삼중당 문고
계대 불문과 용숙이와 연애하며 잊지 않은 삼중당 문고
쫄랑쫄랑 그녀의 강의실로 쫓아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여관 가서 읽은 삼중당 문고
아침에 여관에서 나와 짜장면집 식탁 위에 올라 앉던 삼중당 문고
앞산 공원 무궁화 휴게실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파란만장한 삼중당 문고
너무 오래되어 곰팡내를 풍기는 삼중당 문고
어느덧 이 작은 책은 이스트를 넣은 빵같이 커다랗게 부풀어 알 수 없는
것이 되었네
집채만해진 삼중당 문고
공룡같이 기괴한 삼중당 문고
우주같이 신비로운 삼중당 문고
그러나 나 죽으면
시커먼 뱃대기 속에 든 바람 모두 빠져나가고
졸아드는 풍선같이 작아져
삼중당 문고만한 관 속에 들어가
붉은 흙 뒤집어쓰고 평안한 무덤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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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우리의 성기를 인정하고, 기억하고, 말하기
버자이너 모놀로그
이브 엔슬러 지음, 류숙렬 옮김 / 북하우스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성교육 지침서 『기저귀부터 데이트까지(From Diapers to Dating)』를 쓴 데브라 해프너가 이같은 성교육 지침서를 쓰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오래 전 일인데 생후 18개월 된 딸을 데리고 여성화가 조지아 오키프(Geogia O'Keeffe)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갤러리를 둘러보던 중의 일이었다.

오키프의 작품을 보고 있던 그녀의 딸이 갑자기 오키프 대표작 중 하나를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딸의 목소리는 갤러리 안의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그녀의 딸은 “엄마, 저것 봐. 벌바(vulva)야!” 라고 외쳤다. “Vulva”가 뭔지 모르는 분들은 영어 사전을 구입하고서도 별로 궁금한 것이 없었던 분들일 게다. 통계 조사된 바는, 물론 없겠지만 통계를 내보면 섹스(SEX)를 제외하고 영어사전 검색 순위 10위 안에 틀림없이 들어갈 만한 단어가 바로 이 말이다. 아직도 이 말의 뜻을 모르는 분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찾아보시기 바란다.

미국의 유명 화가이자 여성인 조지아 오키프의 ‘꽃잎’ 그림들은 본의든 아니든 종종 앞서의 에피소드와 같이 여성의 성기를 묘사한 것으로 간주되곤 한다. 오키프 자신은 자신의 작품이 그와 같은 성적인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그리 신경 쓰지 않았을 뿐더러 그렇게 보이기를 원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데브라 헤프너의 딸의 눈에 비친 것처럼 그녀가 그린 작품들은 간혹 여성의 성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vulva”는 해부학적으로는 여성의 외음부(外陰部)를 의미한다. 이브 엔슬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The Vagina Monologues)』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한 “vagina”는 질(膣), 즉 음문(陰門)을 의미하지만, 이 책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Vagina”는 여성의 복잡한 성기구조 가운데 일부를 차지하는 질이나 음부 자체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어린 소녀가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보지”란 말을 했을 때(“vagina”나 “vulva”는 실감이 안 나므로), 그 어머니가 한 여성으로 느꼈을 당혹감에 대해 상상해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남자 아이들의 돌 사진 중에는 성기를 드러낸 사진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데 반해 여자 아이들의 돌 사진에서 그런 사진은 거의 발견할 수 없다. 물론 최근에는 남자 아이들의 경우에도 가려주어야 할 것으로 여기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이 책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적인 폭력을 경험했던 저자 이브 엔슬러가 연령과 국적을 불문하고, 뉴욕으로부터 보스니아의 난민촌에 이르기 까지 각계각층의 여성 20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만약 이브 엔슬러가 사회학자였다거나 인류학자였다면 책의 내용이나 형식도 달라졌겠지만, 이브 엔슬러는 극작가였다.

그러니까 이 책은 몇 년 전부터 국내의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연극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그 연극의 원대본인 셈이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서문을 통해 나는 영어로 여성의 성기를 표현하는 단어가 우리말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어떤 하나의 사물 혹은 부위에 대해 표현하는 단어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네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친밀한 대상이란 뜻이지만, ‘보지’도 과연 그런가? 스타이넘은 “그런데도 나는 여성의 성기에 대해 정확한 표현을 들어보지 못했고, 긍지를 느낄 수도 없었다.”고 말한다.

이브 엔슬러가 이른바  “보지의 독백”이라고 옮길 만한 파격적인 제목의 책을 쓴 까닭이 거기에 있다. 성별(性別)을 불문하고 어떤 한 인간이 자신의 신체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는 일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열등감이 어떤 한 개인이 지극히 개인적인 까닭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한 성(性)으로 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지니도록 사회적으로 강제되는 것이라면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사회의 문제이다. 페미니즘이 말하는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의 뜻도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브 엔슬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가장 정치적인 텍스트이다.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그것은 비밀이 됩니다. 비밀은 부끄러운 것이 되고 두려움과 잘못된 신화가 되기 쉽습니다. 나는 언젠가 그것이 부끄럽지도 않고 또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기를 바라기 때문에 입 밖에 내어 말하기로 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자신과 분리해서 사고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손을 바라보면서 이것이 “나의 손”이라고 느끼는 것, 내 “몸과 마음이 분열”되어 있으며 대상화하여 바라보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 분열이 문화적, 사회적으로 강제되고, 은폐될 때, ‘여성’으로 분류되는 인간뿐만 아니라 그것을 강제하는 ‘남성’사회도 더 크게 느끼지 못할 뿐 왜곡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끝으로 남성의 성기도 공공연히 이야기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상황인데 어째서 여성들의 성기만이 연극으로 올려지고 이야기되어야 하느냐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또 그와 반대로 여성의 성기를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며 - 그것이 허락될 만큼 충분히 가까운 사이가 아닌 - 주변의 여성에게 함부로 입에 올리는 경우를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전자의 경우, 그것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상황 자체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면 함께 싸우면 될 일이고,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보지’(말하면서도 영 쑥스러운 나 자신을 느끼지만)를 죄의식 없이 느끼도록 하는 정신적/육체적 해방과 동시에 정치적/문화적 해방을 위한 투쟁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엔 좀더 복잡해서 스스로 남성 페미니스트를 자임하는 척하면서 구태여 원치 않는 상대에게 과도한 언어노출을 시도하지는 않는 것이 좋겠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성을 이야기하는 것과 사회적인 차원에서 성을 이야기하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중층적인 심층구조(deep structure)란 것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우리가 이제는 우리의 성기를 인정하고, 기억하고, 말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들 자신의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란 것은 확실하다.  독백을 극복하는 건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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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kimji > 49, 클리오님 (혹은 아직 돌이 안 된 첫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_ 그림책편




사실, 
책만한 장난감이 또 어디 있겠어요!

아이가 지금 책을 책으로 인식할까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단, 좋아하는 놀잇감이라는 건 확실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무엇, 중에 하나라는 사실도요. (사실,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이 탐구의 대상이고 놀잇감이고 뭐 그러지 않겠어요? )
아이 주변에 책을 가까이에 두어야 하고, 잘 정리해놓는 것이 아니라 마구 펼쳐놔야 아이가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희 부부는 책이 아이가 가지고 노는 가장 위험한 장난감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서리가 뾰족하고, 날카로워서 언제든지 아이가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종이 날은 쉽게 베이게 되고요. 동그랗게 모서리를 처리한 책도 책등의 경우는 각이 져 있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책을 줄 때 뾰족한 모서리는 바닥에 내리쳐서 뭉그러트리고요, 손이 벨 염려가 있는 종이는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주면 된다지요) 그렇다면 헝겁책만 가능하다는 말인가? 생각해보면 또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헝겁책은 모서리 위험이 없다지만, 헝겁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물고빨고 하는데, 과연 염색료는 안전한가,에 대해서 말이죠. 하하, 이렇게 생각하면 밑도 끝도 없지요. 세상에 안전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가정을 가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지인의 말에 고개 끄덕였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아무튼, 님.
그래서 저는 아이가 앉을 수 있는 상태, 그러니까 적어도 4,5개월 즈음에야 책을 쥐어주었습니다. 그 전에는 그저 멀찍이서 보여주는 것만 했고요. 손놀림, 팔놀림이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에서 책을 쥐어주었다가 책을 얼굴이나 제 다리에 놓친다거나, 혹은 저 혼자 중심 잡고 앉아 있는 것이 서툰 상태에서 책을 잡고서 넘어질 경우에 생기는 위험을 생각해보면 아찔했거든요. 그래서 혼자 앉아 있는 일이 안정적이 되기 전에는 그저 보는 것,으로만 인식을 시켰어요. 아이를 기대어 앉혀놓고 저는 그 앞에서 책장을 넘기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사실, 최근에 들어서야 아이가 책을 만지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그저 '보는 것'으로만 인식을 시켜서그런지 책을 보여줘도 덤벼들지 않아서, 오히려 만지게 하기 위해서 몇 번의 연습이 필요했다지요. 지금은 그래서 처음부터 보여주었던 책을 펼치면 의젓하게 앉아서 바라보고요, 만지게 했던 책을 꺼내면 제가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밉니다. 그러니까 아이도 만질 수 있고/없고의 개념이 생기게 되었고요.

일단, 지금 제가 아이에게 잘 보여주었던, 잘 보이고 있던 책을 소개할게요.
그러나, 제가 체계적인 순서대로, 잘 보여주고 있다, 라고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육아,라는 것이 엄마의 취향, 엄마의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는 거 아시지요? 책을 보여주는 일도 마찬가지로 엄마의 취향, 엄마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진답니다. 저 역시 제 스타일을 따른 책 선정이 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시작할게요.

 

    <감각 쑥쑥 그림책 - 전6권>
   우리아기 최초의 그림책! 입니다. 130*125mm의 사이즈. <초점>, <색깔>, <모양>, <얼굴>, <아기물건>, <우리 집>으로 총 여섯 권. 부모를 위한 얇은 가이드북(이라 하기에는 뭣하고, 안내유인물 정도?의 분량)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요.  <초점>은 흑백으로 구성되어 있고, <초점>, <색깔>, <모양>은 병풍처럼 펼친책 편집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누워 있는 곳 주변에 주욱 둘러놔주기도 했고요, 시각자극을 위한 그림책을 보여주기 전까지 내내 보여주었던 책이에요. 이 여섯권 세트면 처음 시작하는 책으로 아주 무난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 다음 제가 보여주었던 책은,

   <고미 타로 아기 놀이책 2단계 -전 3권>
   <
고미 타로 아기 놀이책 - 전3권>

   고미 타로의 아기 놀이책이었어요. 사실, 이 책을 구입할 때 알라딘에서 할인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미리 구입을 해놓자, 하고서 구입했고 백일 즈음 되었을때부터 그냥 펼쳐놓았더랬어요. 가끔 빠르게 책장을 넘겨주어서 시각자극을 주었지만, 판형이 작아서 그런지 다른 책에 비해서 관심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책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 건 최근입니다. 아이가 구멍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책에 있는 구멍(여섯 권 모두 책에 구멍이 나 있습니다)에 손가락을 넣는 재미가 붙었기 때문이죠. 만약 이 책을 구입하고 싶으시다면 저처럼 두 세트를 한꺼번에 사지 마시고, 첫단계부터 보여줘서 아이의 반응을 보고서 2단계로 나아가도 될 듯 싶어요. 그리고 물론, 이 세트는 모두 낱권 판매가 가능하니까 한권씩 구입해도 상관없겠지요?!
1단계 : <
모두 안녕?>, <잡아 봐!>, <요술 손가락>
2단계 : <
뭘 하는 거지?>, <어떻게 잡지?>, <어디로 들어가지?
제 아이는 <모두 안녕?>과 <요술 손가락>, <뭘 하는 거지?>를 좋아해요. <요술 손가락>은 각 장의 바탕색깔이 색색이어서 아이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효과적입니다. 손가락을 넣어 읽어주는 재미도 제일이고요. <뭘 하는 거지?>는 구멍에 제 입술을 집어넣어;; 아이가 손가락을 향하게 하는 놀이를 하고는 있습니다. <모두 안녕?>은 목소리를 바꿔가면서 인사하기를 보여주는 바람에 아이가 흥겹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나머지 세 권은 바탕색깔이 검정색이거나 구멍이 작고 많다거나 하는 이유로 아이가 아직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요. 난이도가 조금 높다고 할까요. 아이의 개월수가 조금 더 지나면 가능할 것 같아서 지금은 아예 세 권을 꺼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5개월 즈음부터 보여준 건,

  

    뜬금없지만, 낱말카드 에요. 아이의 생애 첫 어린이날기념선물이기도 했는데. 아무튼,
   글자 부분이 아닌 그림 부분을 1초 정도의 간격으로 정확한 발음으로 읽어주면서 넘깁니다. 1회에 150여 장의 카드를, 하루 2회 정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어요. 아이는 아주 집중해서 잘 봅니다(어떤 때는 더 보여달라고 떼를 써서 한 회 더 반복해서 보여주기도 하지요). 단, 장난감으로 쥐어주지는 않아요. 관심도가 떨어져서 안 보게 될까봐요. 아무튼, 지금은 이렇게 보여주기,용으로 쓰이고 나중에는 한글떼기용으로도 쓰일 수 있겠죠.


 

   <삼성지능업 한글 낱말 카드 사물>
   <
삼성지능업 한글 낱말 카드 자연>

 

아이에게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그림책은 아래와 같습니다.

 
   <
갈색 곰아, 갈색 곰아, 무엇을 보고 있니? >
   <
판다야, 판다야, 무엇을 보고 있니?>
   에릭 칼의 그림책입니다. 아, 환상적인 그림책이어요! ^^
   그림은 양 페이지에 걸쳐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고, 무엇보다도 색깔과 색감이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짱이었어요. 아이의 시각자극을 위한 책으로 보여주었는데, 아이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저도 참 좋아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보일 경우, 일단 <갈색곰아- > 부터 시도해보시길요. <판다야- >는 <갈색곰아->에 비해서 조금 복잡한 색깔과 색감이어서 굳이굳이 따지자면 <갈색곰아->를 더 좋아하거든요. 페이지를 넘길때 운율을 살리면서 내용을 읽어줄 수 있고, 혹은 등장하는 동물 하나하나의 특징을 의성어나 의태어로 표현하면서 읽어주는 방법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과 비슷한 구성이기도 한

  후쿠다 토시오의 <나야 냐- > 시리즈가 있습니다. 저는 현재 1번과 2번인 강아지와 돌고래 편을 가지고 있어요.
(가장 오른쪽에 링크 걸어놓은 건 시리즈 전부 총 4권을 현재 알라딘에서 이벤트 판매로 하고 있어서요. 아 아쉽습니다;; 저처럼 먼저 산 사람들은; 어쩌라고;;;)
<
내 뒤에 누굴까? 1>, <내 뒤에 누굴까? 2>, 
<
내 뒤에 누굴까? 세트 -전 4권 (퍼즐놀이 세트 + 키재기 자 + 캐릭터 벽보)>

단, 저는 아이에게 에릭 칼이나 로이스 엘럿 의 책을 먼저 보여주어서 그런지 처음 이 책을 보여주었을 때 힘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에릭 칼이나 로이스 엘럿의 그림책이 원색에 가깝다면 이 <나야 나- >시리즈는 파스텔톤(그러나 전혀 파스텔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에 가까워서 아이의 시선을 끌기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몇 번 슬쩍슬쩍 보여주고 아이가 관심없으면 다시 집어넣어놓고, 다시 또 슬쩍슬쩍 보여주고 하는 방법을 반복했더니만 이제는 이 책도 아주 관심있게 잘 본답니다. 강아지보다는 돌고래편을 더 좋아하는듯요!

앞서 말한 로이스 엘럿,의 책을 꼭 말씀드려야 하겠지요!

  
   <
알록달록 동물원>
   <
알록달록 물고기>
   <
날개를 기다리며>

   위 세 권은 제가 구입한 순서대로에요. 그리고 이 순서대로 권하고 싶기도 하고요. 제목 그대로 <- 동물원>은 동물들을, <- 물고기>는 물고기들을, <날개를 기다리며>는 꽃과 나비에 관한 그림책입니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 ^^
<알록달록 동물원>은 한장한장을 넘길때마다 동물들의 얼굴이 튀어나오는데요, 각 페이지마다 구멍이 크게 뚫려 있고, 바탕색깔은 모두 달라서 동물 얼굴을 기하학적으로 묘사한 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선명한 색깔과 도형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에 좋을 책이고요.
<알록달록 물고기>는 숫자연습을 병행 할 수 있지만(저는 물론 그 목적으로 구입한 건 아니고요),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고리 모양과 더더욱 다양하고 아름다운 물고기의 색깔 때문이라도 이 책은 훌륭하다고 생각이 되어요. 한 페이지마다 물고기가 한 마리씩 늘어나고 있고, 그 물고기들의 눈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요즘 구멍에 심취한 아이가 물고기의 눈에 손가락을 넣는 재미까지 있어서 참 좋아라 하는 책입니다.
<날개를 기다리며>는 아주 큰 판형입니다. 305*260mm. 꼴라주 형식으로 그려진 꽃들과 나비에 대한 묘사는 정말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나비가 알에서 애벌레, 고치, 나비로 발전하는 단계에 따라서 꽃밭에 대한 묘사를 하고 있는데 각 페이지의 모양과 크기가 다르고, 나비와 꽃에 대한 다양한 형식의 화면 구성이 아이를 흥분하게 하더군요. 제 아이는 이 책을 펼치면 페이지 속으로 들어가려고 해서;; 지금은 시각자극을 위한 책이지만 조금 더 지나면 자연에 관한 책으로도 읽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루이스 앨럿의 책은 권하고 싶습니다. 단, 다른 외국작가의 책들처럼 원서로 되어 있는 것도 있고, CD가 첨부된 것, 보드북인지 페이퍼북인지 종류가 다양하니까 잘 판단하셔야 할 부분이기도 하겠고요.

그리고 모든 엄마들의 이구동성, '우리 아이가 너무 좋아해요!' 의 주인공-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 입니다.


   <달님 안녕>, <싹싹싹>, <손이 나왔네>
  모든 엄마들의 하는 말. 처음엔 이런책을 좋아한다고들 해서 의아했다. 그런데 정말 좋아하더라. 인데요, 저도 반신반의하면서 이 책을 보여줬어요. 그랬더니, 제 아이는 별로- 시큰둥이더라고요. 아, 역시 내 아이는 달라! 괜히 그런 기분마저 들기도 했어요.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뿌듯함- 뭐 그런 것도 느꼈고요. ^^그런데요, 님. 어느날 문득 제 아이가 이 책을 보면 활짝 웃더란 말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페이지 속에 있는 노란 달이나 아가, 토끼를 가리키면서 신나 하는 겁니다. 하하, 제 아이라고 특별할 게 뭐 있겠습니까! 단, 아이들마다의 취향이 다르기때문에 분명 별로라는 반응을 보이는 아가들도 있답니다. 그리고 제 아이처럼 좀 늦게 반응을 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저는 다른 엄마들과는 달리 다른 책들을 먼저 보여주고 이 책을 나중에 보여준 편이어서 아이가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 것이 아닌가 싶네요. 하야시 아키코의 책은 무척 많지만, 저는 이 세 권을 구입했고 아주 만족합니다. 달님 안녕,을 볼 때 달님을 가린 구름을 아이가 손으로 치우려고 할 때의 감동을, 님도 느껴보시길요^^

   <화물열차>
   아주 단순하고 간략한 책입니다. 한 문장씩 읽어주고 칙칙폭폭,이라는 의성어를 발음해요. 아이가 이 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책을 보여주는 동안에는 꼼짝없이 아주 잘 집중해서 봅니다. 단순, 간략, 명료한 그림책.

  <낱말 소리 그림책>
   한 페이지에 동물이나 사물의 그림이 유화풍으로 그려져 있고, 첨부된 CD에는 그 동물이나 사물의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가 좋아하기는 합니다만, 아쉽게도 CD로 들려주는 소리의 시간이 고르지 못해서 다소 산만해질 염려가 있기는 합니다. 아이에게 소리를 인식시켜주시려는 목적이 있다면, 이 책 권할만 합니다.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의 책은 무척 많습니다. 유아,를 위한 책도 많고요. 그런데 가장 유명한 <프레드릭>을 제일 먼저 고르게 되었어요. 내용이 아주 아름다운데, 아쉬운 건 시각적으로 그리 화려하지 않아 아직 돌 이전에는 힘든 책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거물거물 잠이 올때 슬쩍슬쩍 펴보여주면서 귓속말하듯이 읽어주기에는 아주 딱!인 책입니다. 현재 저는 그렇게 이 책을 보여주고 있고요.


   <갯벌이 좋아요>
   <프레드릭>이나 이 <갯벌이 좋아요>는 현재 돌도 안 된 아이에게 보이는 책이 아닙니다. 내용적으로 접근해야 좋은 책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조금 미리미리, 제가 좋은 책 위주로 보여주고 있어서. 이 책은 병풍책 역할을 위해 보여주고 있는 책입니다. 책 중간에 두 페이지를 연결해서 병풍처럼 펼치는 부분이 있어요. 바닷속 풍경이 환상적으로 펼쳐지거든요. 그 장면을 위해서 구입한 책이랍니다.

 

  <새색시>와 <다녀오겠습니다>
   <새색시>의 그림에 홀딱 반했던지라(이 책은 결혼 전에 구입했던) 아이와 함께 보기 위해서는 <다녀오겠습니다>도 구입을 했습니다. 이런 그림을 뭐라 해야하나. 세밀화라고 해야하나요? 하나하나 사질적으로, 디테일하게 처리된 그림 앞에서 저 혼자 좋아라 하는 그림책입니다^^; 음, 그래서 그런지 아이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다녀오겠습니다>는 돌 이전의 아이에게도 권할만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림이 선명하고 명료하거든요. 왼쪽에 짤막한 어구 두어개. 오른쪽에 그림. 이런 형식으로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밥 먹고 옷입고 인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그림입니다. 표지의 그림이 모두 마치고 인사하는 마지막 장면이기도 하고요.

아이가 직접 책을 넘길 수 있게 되었을 때, 책을 하나의 장난감처럼 생각하기 위해서 보여준 책은

 <소풍놀이 가방>, <병원놀이 가방> 입니다.
  사실 페이지수는 네 장에 그림도 세련되지 못한 그림인데, 각 페이지에 사물 하나씩 퍼즐처럼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초기 퍼즐놀이의 형식인데. 오마나, 아이가 열광을 할 줄이야! 똑똑 떨어지는 퍼즐조각에는 다른 재질로 구성되어 있어 촉감자극을 주기도 합니다. 아이가 책 자체를 가방으로 들고놀기도 가능하고, 각 퍼즐 조각을 손에 쥐고 노는 걸 좋아라 해서 장난감 상자 속에 넣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장난감 상자에 넣는 책 중에 또 하나는,

 
   <
Let's go to the Supermarket> 헝겁책입니다.
   헝겁책의 기본적 형태를 충실히 따르고 있고, 각각의 페이지에는 끈으로 연결딘 사물들이 있습니다. 통조림 안에는 생선이, 과자봉지 안에는 포테이토칩이, 빵봉지 안에는 바게트가 들어있어요. 거울놀이를 할 수 있는 은박, 빠스락소리가 나는 부분, 천을 덧대어 부분적으로 펼칠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중앙에는 조그만 아가가 달려있기도 합니다. 원색의 색깔, 촉각 자극을 주어서 장난감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해냅니다.
ㅡ 현재 알라딘에서 이 책은 품절로 나오네요. 그런데 같은 곳에서 만들어진 <
Brush Your Teeth>, <What's in the fridge?>는 절판이 아니네요. 이 뿐만 아니라 헝겁책은 두어권 정도 있으면 아이가 즐겁게 놀지 않을까 싶어요.


   <메이지의 즐거운 크리스마스> 와 <메이지가 수영장에 가요>
   아주 단순한 플랩북입니다. 한글, 영어 이중언어로 되어 있고 페이지마다 아이가 잡을 수 있는 작은 플랩들이 있어서 재미있게 놀 수 있어요. 단, 저의 아이처럼 힘이 세면 부북- 하고 뜯기도 하지요^^ 메이지 시리즈는 무척 많아서 고민을 하게 하는데요, 직접 서점에서 본 후에 구입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고요, 혹, 그럴 상황이 못된다면 일단 <- 크리스마스>만 권합니다. 저 <수영장- >은 아직 8개월된 제 아이가 소화하기는 조금 어려운 듯요. 안그래도 지금 <
메이지의 반짝반짝 쭈글쭈글 셈 놀이 촉감책>을 구입할 예정인데, 이 책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그리고, 요즘 아이가 열광! 하고 있는 팝업북! 바로


   <깜짝깜짝! 색깔들 과 <1부터 10까지>입니다.
   이 책, 아주아주 훌륭합니다^^ 처음에는 보여주는 것만 하다가 차츰 아이가 직접 손으로 열 수 있게 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알아서 방향에 맞게 팝업창을 열어 그 속에 숨겨진 그림을 본답니다. (다행히 제 아이가 아직은 얌전해서 찢지 않아서 계속 볼 수 있습니다만) 작고 소박한 팝업북 같지만, 그래서 지금 또래의 아이에게 즐거움과 흥미를 일으키는데 아주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책소개를 보면 팝업내용, 구성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고요. 동영상으로 미리보기까지 가능하니까 참고하시길요.

 

   <모여라 꿈동산>이라는 책입니다. 보시다시피 책을 펼치면 동그랗게 구멍이 나 있어요. 그 구멍에 얼굴을 넣어 가면놀이가 가능한 책입니다. 이런 형식으로 된 책은 이 책 외에도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이 앞에서 이 책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놀면 아이는 깔깔깔 뒤집어 집니다^^
   가면놀이용 책,도 한 권쯤 있는 것도 좋을 듯 싶어요.

 

   
  엄마들의 열광 스탠다드 도서, <
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 (보드북)>입니다. 저는 선물을 받았는데요, 제가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서인지, 아이가 별 반응을 안 보여줘서 아주 안타까워 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일단 한 달여간 안 보여주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가 별 반응을 안 보일때는 시간을 두고서 다시 보여주면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는 걸 이제는 벌써 '경험!'으로 안다는 것이죠^^ 그림은 아주 귀엽고, 제목 그대로 12 띠 동물들이 눈을 가리고 있다가 '까꿍!' 외치면서 등장하는 형식의 그림책 입니다. 새 버전의 까꿍놀이책이 나온 걸로 알고 있어요.

 

   <전래자장가 자미 잠이>와 <동요 그림책>은 강추! 입니다.
   전래자장가의 구수한 맛에 길들여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 아, 그런데 어떤 엄마들은 이 전래자장가가 '무섭다'라고 느끼는 엄마들도 있더라구요. 그런 개인차,가 있다는 거 일단 알아두시고요. 이 전래자장가가 익숙해지면 CD를 틀지 않아도 입에서 저절로 웅얼웅얼- 가락이 나온다는 거! 강추에요!

그리고 <동요 그림책>은 동요듣기와 그림책보기가 다 가능한 책인데요. 각 노래마다 그림들이 다 다르게, 다른 작가들의 다른 화풍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그림들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아주 좋다는 것. 총 30곡이 수록되어 있어요. 한 번은 노래가 나오고, 그 다음은 노래없이 연주만 나와 따라부르기가 좋게 되어 있습니다. 귀에 익은 동요들, 익히 알고 있는 동요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음치엄마들의 걱정을 붙들어주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요풍의 동요,가 아니라는 것에 가장 큰 박수를요! 그림, 노래가사, 악보, 간간히 그 노래에 맞는 율동설명까지 수록되어 있답니다.

 

   <우리 엄마>
   내용이 단순해서 이 정도의 앤서니 브라운 책은 아이에게 보여줄만 한 책이더라고요. 반복되는 꽃무늬패턴을 아이가 좋아하기도 하고요. 최근에 출판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구입할까어쩔까 하고 고민하는 나날들이기도 하지요.


   <즐거운 비>
  서세옥 화백의 수묵화를 담은 그림책인데, 화려한 색깔과 색감에 길들여지기 쉬울 듯 싶어, 그림책을 안 보여주는 날에는 이 책만 보여주곤 합니다. 저 혼자 너무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다는^^ (이건 제가 포토리뷰를 해놨으니 참고하시길요)

 

 
    <구름빵>
   이 책도 아주 훌륭합니다. 너무 좋아요. 아이가 내용을 알 수 있을 때 보여주면 더 좋겠단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자주 보여주지는 않아요. 현재 아이가 이 책을 본다는 건 그저 그림만, 시각자극만 얻는다는 것인데, 그렇게 길들여져서 내용과 함께 봐야 할 때 흥미를 잃을까봐 말이지요.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꼭 좋아하게 될 책임에는 분명한 책!


미안하지만, 아직은 보기만 하거라,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리딩 CD 1장 포함)>과
   <
오즈의 마법사 (리딩 CD 1장 포함)>
   알라딘에서 두 권을 세트 판매 했던 적이 있어서, 질렀던 책입니다. 이 현란하고 아름다운 팝업북을 생후 12개월도 안 된 아이의 손에 넘겨줄 순 없습니다ㅠ.ㅠ 뭐랄까, 엄마들의 만족을 위한 책이랄까요;; 그냥 지금은 아주 멀찍이서 보여주기만 하는 책인데요^^: 한 일년만 더 있으면 아이의 손에 넘겨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은 그저 저 혼자 몰래 펼쳐보는 책으로 만족을;; 그런데요, 그저 보게만 해도 아이가 아주 큰 흥미를 보인다는 것.

 



   이렇게 주욱, 제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책을 열거하다보니, 뭐 별거 없네요^^ 그림책을 좋아해서 결혼 전부터 많이 사놨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낳고보니, 제가 좋아한 그림책들은 그림보다는 내용 위주의 책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아이에게 보여주기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아이가 보여주는 대로 얌전히(얌전한 아이는 절대 칭찬이 아니라고 하더라만요) 잘 보아주어서, 책 보여주는 걸 좋아하고, 책과 노는 것을 좋아라 해서 저도 많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책을 적절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저도 공부를 많이 하고, 또한 나름대로 욕심도 부리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저 역시도 첫아이를 키우는 초보엄마인지라 좌충우돌, 실수도 많아 늘 조심스럽고 또한 긴장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예전 다른 님과도 말했듯이 책이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을 늘 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하고요. 책에 함몰되는 게 아니라, 세계의 여러 관계 중에서 그저 하나의 관계로 형성되기를 바라거든요.


   제 아버지는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던 분이셨어요. 책이 아니면 신문이나 어린 제가 쓴 일기장이나 젊은 딸아이가 읽는 패션잡지라도 들고 계셨던 분이었죠. 그리고 그런 모습은 지금도 여전하시고요. 저의 독서습관은 바로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얻게 된 셈이고요.
   생각해보면요, 좋은 책을 골라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앞에서 책읽는 부모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실천사항이라는 것입니다. 그 덕에 제 책은 이미 벌써 아이가 구겨놓고 찢어놓은 페이지가 가득입니다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앞에서 책을 읽는 엄마(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것. 님도 저도 절대로 잊지 말기로 해요!

 

ㅡ 이렇게 해서 님에게 띄우는 장문의 편지를 접습니다. 사실, 이 두 개의 페이퍼 (장난감편/ 그림책편)는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사항이 되겠죠. 앞으로 계속 추가되어야 할 사항이니까 말이에요.
첫아이를 둔 초보 엄마로 사는 일은, 때론 참 고단합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힘들기때문에, 나 혼자 힘든 게 아니라는 자격지심, 그런데도 요즘 엄마들은 모두들 어쩌면 그렇게 다들 똑똑하고 부지런한지 늘 나만 뒤떨어지고 나만 부족한 엄마가 되는 것 같은 스트레스도 적잖고요. 뿐인가요,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일상을 보내면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의 자존을 상실한, 그래서 마치 자아를 잃은 개인으로 폄하되기도 일쑤구요. 그런 고민을 털어놓을라치면 먹고살기도 힘든데 배부른 투정이라고 귀담아 듣지 않으려고도 하고요. 그래서 커뮤니티를 찾아 다닐라치면 내가 원하는 대화의 장이라기 보다는 험담, 혹은 자랑하기로 양분된 게시판이 힘겹기도 하고요. 내 맘에 꼭 드는 무엇,은 세상에 단 하나도 없으니 말입니다. ^^

그래도 엄마들은 오늘도 웃습니다. 또한 엄마란 존재는 아플 자격도, 아플 권리도 없다니까 엄마들은 오늘도 건강해야 하고요. 님. 우리, 잘 해내겠지요?
힘 내자는 말입지요! ^^

 

님에게 편지를 쓰는 과정이 제 일상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는 점. 저 역시 심심한 감사함을 전해요! ^^
가을이 성큼 다가올 것 같습니다. 예찬이와 맞이하는 새로운 계절, 그 첫번째 가을을 신나게 만끽하시길, 기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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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매지 > 굴레 안에서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동안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절판의 아픔을 겪어서 독자들과 만날 수 없었던 작품들이 대거 재출간되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아직도 묻혀져있는 절판된 좋은 작품들이 많으니 미야베 미유키의 <인생을 훔친 여자(혹은 화차)>도 그런 작품 가운데 하나다. 사실 나는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를 알게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그녀의 작품이라곤 <이유>만 읽어봤다. 하지만 그 책 한 권만으로 그녀는 나를 사로잡았고 절판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보게끔 만들었다.

  내가 전에 읽었던 <이유>에서는 부동산 경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이 책에서는 개인파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한참 시끄러운 문제로 떠오르는 이슈라 시간차가 좀 나는 작품임에도 그렇게 거리감이 들지는 않았다. 신용카드의 남발, 사채, 돌려막기 등. 우리가 한 번쯤은 매체를 통해 접해본 내용들이 바로 이 책의 소재이다.

  사건의 발단은 휴직 중인 경찰 혼마에게 아내의 먼 친척 가즈야가 찾아와 사라진 약혼자인 세키네 쇼코를 찾아달라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혼마는 세키네 쇼코를 찾으면서 그녀가 사실은 다른 사람의 삶을 훔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혼마는 가즈야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만 그는 화를 내며 손을 뗀다. 하지만 혼마는 뭔가 알 수 없는 이유때문에 차마 손을 떼지 못하고 계속 그녀의 뒤를 쫓는다. 그녀의 삶, 그녀가 다른 사람의 삶을 빼앗아 살 수 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 그리고 빼앗긴 삶을 살았던 여자의 삶. 서로 다른 이름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둘이지만 그들은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에 갖혀 끝없이 끝없이 고통에 휩싸여 있을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지겹고 괴로운 삶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의 인생이라도 훔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동정이 가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는 혼마가 세키네 쇼코의 삶을 살고 있는 여자의 뒤를 쫓는 것이다. 원래 세키네 쇼코의 삶이 어땠는지, 그녀가 어떤 여자였는지에 대해서 조사하고, 그녀의 삶을 빼앗아 살고 있는 신조 교코의 삶을 추적하고, 그녀가 어떤 여자였는지 조사한다. 단지 '행복해지고 싶었던' 두 여자의 삶. 이야기는 아직 할 이야기가 너무도 많이 남은 채로, 아니 어쩌면 이야기다운 이야기가 시작될 법한 지점에서 끝이 난다. 때문에 독자들은 더 궁금해할 수 있고, 작가는 독자에게 좀 더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너무 그 문제만을 파고들어 해설서가 된 것이 아니라 그런 문제 속에서 살고 있는 개개인이 '인간'에 대한 조망이 있었기에 잘 쓰여진 소설로 손색이 없는 느낌이었다. 평범한 개개인의 삶이기때문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소재들을 다루고 있기때문에, 더 섬뜩하고 더 무서운 이야기가 된 것 같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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