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뿌리는 방향을 바꾸었더니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태양을 등지고 물을 뿌리자 뒤에서 비추는 빛이 물방울에 반사해서 무지개가 떴다. 평소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빛의 색들이 여러개의 조건들이 겹쳤을 때만 파장이 맞아서 모습을 드러낸다.
유리코는 노랑머리 소녀와 흰색 셔츠의 청년을 떠올렸다.
아버지와 둘이서 무지개를 봤는지도 모른다.
태양을 등지고 삶을 버리려 했을 때 무지개는 나타난다. 그리고살아갈 힘을 기르고 다시 태양을 향해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면무지개는 그 등을 밀고는 덧없이 빛 속으로 녹아든다.
녹아서 ….
갑자기 눈물이 맺히고 시야가 흔들렸다.
하지만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만 같다.
그때에는 밝게 웃고 싶다.
아버지와 히로유키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물을 잠그고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부드러운 바람에 뒤를 돌아보았다.
마당에 남은 발자국 위로 아름다운 무지개가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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