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가 참 어렵고도 쉬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 시를 쓴 시인의 느낌 만큼 따라가지 못해서 어렵고 이해되지 않아도 시인의 입장에서 그러리라 짐작하는 아량을 베풀면 쉬운 것이다. 하지만 이 시집 '거미'를 읽으면서 구태여 아량을 베풀지 않아도 되는 참으로 쉽고도 재미있는(?) 시들이란 생각을 하였다. 가난 속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 부모 형제의 모습을 서글프면서도 해학적으로 묘사한 그의 솜씨는 시의 맛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총체적인 느낌을 던져 주었다. 간간히 섞인 사투리는 우울한 분위기를 반전 시키고 체험에서 나온 일상의 묘사는 보다 사실적으로 전해진다. 특히 단 두줄의 글로 마무리한 '콩나물'이란 글은 웃음과 함께 순하기만 하던 우리 돌베기 둘째가 커갈수록 점점 성질부리기 시작하는 요즘 딱 어울리는 글이다. ' 너만 성질있냐? 나도 대가리부터 밀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