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 - 뉴 블랙 호러 앤솔러지
N. K. 제미신 외 지음, 조던 필 엮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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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우드는 마법의 땅이 될 운명이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만나는 장소였다. 강 두 개가 이곳에서 만났다. 큰 철로 네 개가 만나 인디애나폴리스를 미국의 교차로로 만들었고, 노우드는 그 종착지였다. 나는 메리 선생님의 집으로 가는 길에 깡통 차기를 했다. 5번 흑인 학교에 다녔고, 이곳 러블리 레인 교회에 출석했으며, 우리 놀이터에서 이웃 아이들과 놀았다. 그 중심에는 오래된 나무가 자라는 커다란 숲이 있었다. 도시 자체가 과수원으로 에워싸여 있었고 집집마다 있는 마당이 그 과수원의 일부였다. 우리보다 앞서 이 땅에 살던 델라웨어 원주민이 가꾼 그 과수원은 먼 옛날부터 거기에 있었다고 한다. 원주민이 쫓겨났듯이 언젠가는 우리도 쫓아내려 할 거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그 과수원에 의지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노우드에 있었다. 가족, 친구, 먹거리. 누군가 필요한 것이 집에 없으면 공동체의 한 사람이 제공했다. 모두 기꺼이 자기 것을 나눴다.

 모리스 브로더스, 「노우드의 소란」


 《씨너스: 죄인들》이라는 영화에서 시카고에 살다 고향 미시시피 델타로 돌아온 스모크와 스택은 흑인들끼리 자유롭게 모여 사는 마을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 실린 단편 중「노우드의 소란」의 배경인 노우드를 보았을 때 바로 쌍둥이가 깨진 환상을 담아 씁쓸하게 말했던 그곳들 중 하나임을 알았다. 영화에선 살인자인 쌍둥이가 받아 들여지지 않은 배타적인 낙원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 소설을 통해 짐 크로 법이 여전히 서슬퍼런 미국에서는 남부의 클락스데일이건, 중서부의 노우드건 KKK가 지척에 있고 흑인들이 말 한마디 잘못하는 것만으로도 린치당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에선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북군 군인들과 해방 노예들이 이룬 노우드에도 후두 주술사인 애니의 마법처럼 조상들이 가져온 진짜 마법이 존재한다…


 이 앤솔러지에는 「노우드의 소란」처럼 인종차별로 인한 폭력이 더욱 노골적이던 시대에 역사적인 비극을 마법으로 막아내는 이야기가 여러 편 있다. 하지만 무고한 주인공들이 죽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당하는 모욕과 위협, 혐오에 대한 공포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초자연적인 힘에 오히려 보호받아야 할 정도로 악의적인 현실, 즉 백인 사회의 생생한 묘사는 분노를 불러오는 공포를 알려준다. 


 사회의 억압이 외부의 위협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인 흑인들의 내면을 어떻게 뒤틀어 놓는지, 그럼으로써 어떻게 이웃과 가족, 자기 자신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들도 있다. 「건방진 눈빛」이 그렇다. 「탐미주의자」처럼 유전자 조작 인간이 '예술'로서 감상과 거래의 대상이 된 사회에서 인종이라는 요소는 어떻게 여겨질지 생각하게 만드는 SF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여자 주술사」처럼 아프리카 민담의 형식으로 환상과 리얼리즘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세상에서 용감한 여자아이의 성장담을 익살스럽게 그려낸 이야기도, 「라시렌」처럼 애상적으로 그려낸 이야기도, 「에칭 나무 옆에서 새가 노래하다」처럼 섬뜩하고도 어딘가 달콤한 레즈비언 로맨스처럼 그려낸 이야기도 있다. 또한 「어두운 집」처럼 나이지리아 이보족의 신앙과 가족 공동체의 모습을 정면으로 그린 이야기도 있다. 


 그 밖에도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무섭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블랙 호러' 장르에 대한 우리의 은밀한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도, 미처 기대하지 못한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나는 '백인성'이라는 개념이 직접 언급되는 「근원의 이야기」도 반가웠다. 드라마 《아틀란타》의 에피소드 'The Big Payback'과 함께 봐도 좋을 것 같다. 

교도소에서 사는 것조차도 동생은 누릴 수 없는 삶이었다. 나는 그 애를 위해, 나를 위해 살고 싶어졌다. 그래도 달아날 수는 없었다. 그저 밤하늘이 비추는 동생을 보고 싶을 따름이었다. 동생이, 파란빛을 발하며 부패하는 천사 같은 동생이 점점 다가오더니 불현듯 내게 달려들어 목을 꽉 쥐었다.…동생의 눈에서 생명이, 나에 대한 애정이, 인간적인 동정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서 호소할 수 있기를 바라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 각도에서는 동생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정중앙에 난 구멍만 보일 뿐이었다. 기절 직전, 나는 달빛이 비추면 치명상마저 아름다워 보일 수 있음에 감탄했다. -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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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e-book 으로 다시 내주세요. 정말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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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장 백사당 세트 - 전2권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3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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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밌긴 한데 이렇게 끝나는 건가 ㅠㅠ 끝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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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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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조 겐야 시리즈 중에 제일 재미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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