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 - 세기의 핵담판 쿠바 미사일 위기의 13일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
마이클 돕스 지음, 박수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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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베트남 전쟁에 대하여 다루었던 '적과의 대화'(원더박스 출판사)였습니다. 전쟁의 원인에 대해서 당사자들이 만나 고민한다는 상황이 매우 흥미로웠고, 표면적인 전쟁에서 다루지 못하였던 부분을 회고하기 때문에 짧은 분량이었지만 굉장히 밀도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이벤트를 신청하고 온라인 서점에서 책 소개를 보는 동안까지 하더라도 저는 이 책 또한 분량이 얇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배송되어 온 책을 확인해보니, 두께가 굉장히 두껍고 내용 또한 정말 긴박하게 전개되었습니다. 때문에 위의 책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지만,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읽는 시간은 두께에 비하면 크게 소요되지 않았습니다. 논문이나 학술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 당시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재구성하여 풀어내는 책이었기 때문에 읽어내리는 속도는 빨라졌습니다. 그렇지만 담고 있는 내용 자체는 절대 쉬운 내용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리뷰에서는 크게 언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실 관점을 바꾸어 보면,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의 내용을 읽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사건의 전개 과정과 결과만을 분석한 책이 아니라, 이 사건과 관련된 당시 미,소 정부의 수반 그리고 이에 참여했던 군인 등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담으려고 노력하였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당시에 나왔던 풍자화 중 흐루쇼프와 케네디가 마주보고 앉아 팔씨름을 하고 있는 작품으로 대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은, 이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리고 이렇게 한 두 다리 거치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작전에 임하는 군인들의 생각, 긴박하게 돌아가는 세계정세를 생생하게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쉬운 점은, 두께가 두께이다보니 가격이 저렴한 편이 아닙니다. 때문에 책을 읽으시려는 분들은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E북이나, 혹은 도서관 등을 먼저 찾아보시고 구매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러나 가격 때문에 읽기를 주저하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읽고나면 작가의 전작인 '1945'나 이후에 나온다는 '1991' 책을 기다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현대사, 전쟁사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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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5 - 1931-1935 만주침공과 새로운 무장투쟁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5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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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작하겠습니다.

 

지난번에 받아서 읽어보았던 4권에 이어 운이 좋게도 5권을 받아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서평을 쓸 수 있게 되었네요. '35년' 5권은 1931년부터 1935년까지를 다루고 있고, 이 시기 일본은 본격적으로 대륙(만주 등지)으로 진출할 야망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 저항하는 우리 민족의 모습이 5권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1장에서는 1930년대 식민지 정책의 변화, 제2장에서는 1930년대 사회주의 계열의 운동, 제3장에서는 1930년대 민족주의 계열의 운동, 제4장에서는 1930년대 만주 지역에서의 무장 항쟁, 제5장에서는 1930년대 중국 관내에서의 항쟁, 마지막 6장에서는 여성 독립투사와 아나키스트들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제1장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6대 총독 우가키 가즈시게입니다. 그는 총독으로 약 5년 정도 재임하였으나 스스로 많은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등 1930년대 초반 많은 산업과 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하지만 식민지배를 당하는 조선인들에게는 그의 걱정은 매우 배부른 걱정이었을 것입니다. 농공병진(農工竝進), 내선융화(内鮮融和) 등의 정책을 펼친 그는 1930년대 후반 이후 급격히 군국주의화되는 일본의 영향 및 그들의 모순을 식민지 조선에 전가할 수 있도록 만든 책임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장에서는 1930년대의 서울(당시 경성)의 모습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장의 내용을 통하여서도 식민지배를 하던 지배층이 말하는 '근대화'는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었고, 그들의 지배로 고통받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활의 발전 없이 근근히 살아갈 뿐이었습니다. 눈에 띠는 부분은 일제강점기의 가수 윤심덕과 애인 김우진과 투신 자살한 사건인데, 전공 수업시간에 매우 간략하게 접한 내용이었는데 그 줄거리를 알게되어 흥미로웠습니다.

 

제2장에서는 1930년대 이후 사회주의 운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1930년대부터 사회주의 계열은 적색노조, 적색농조 등을 전개하려고 노력하나, 일본 정권이 사회주의 운동을 '비합법적'이라고 규정하고, 강경하게 진압하는 공권력과 맞닿게 됩니다. 때문에 그들은 많은 피해를 입게되나, 식민 지배로 인한 경제적 모순을 조선 사람들이 지게 되자, 이러한 행동에 반발하는 사회주의 운동의 모습에 많은 농민들이 공감하게 됩니다. 이념을 떠나 비상식적인 그들에 저항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였기 때문입니다. 계속된 탄압에서도 조직을 재건하고, 파업을 주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2장 마지막에서는 해산물 매입과 관련하여 일본인들이 탄압하자 그에 맞섰던 제주 해녀들의 저항이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수많은 해녀들이 체포되자, 주동자임을 자처하여 석방되지 못한 3명의 해녀들(김옥련, 부춘화, 부덕량)의 행동이 인상깊었습니다.

 

제3장에서는 1930년대 이후 민족주의 운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민족주의 계열의 운동은 당시 일제가 실시했던 정책과 어느정도 공통적인 부분이 있어 그들에 의해서 친일적인 성향을 띄기도 하고, 사회주의 계열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나, 분명히 민족운동적인 성향도 분명히 가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문인들의 활동 역시 다루고 있는데, 많은 사례들을 접하면서 개인적으로 신간회 부회장을 지낸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을 한 번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당시의 저명한 민족지였던 동아일보 그리고 조선일보가 경쟁하고 성장하며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나, 중일전쟁 이후 논지가 친일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민족정신이 퇴색되는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제4장에서는 만주 지역에서의 무장항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만나게 되는 조선혁명군, 한국독립군 등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만화라는 매체 특성이 매우 잘 반영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이 부분을 공부할 때에는 주로 전투의 명칭 그리고 전투의 시기 정도를 외우고 바로 넘어가는데, 전투의 과정과 결과를 시각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각 전투들이 가지는 의의를 생생히 표현한 점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부분도 있었다면, 일본군이 거듭된 패배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독립군 부대와 협력할 수 있는 민간인들의 학살, 마을 방화 등 잔인한 모습이 묘사되며 가슴이 아프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이 장에서는 '민생단' 사건을 주의깊게 살펴보았는데, 간략하게만 알고 있었지 민생단이 독립운동을 주춤하게 만들었는지는 잘 몰랐기 때문에 '민생단'이라는 이름이 불러온 파급효과가 당시 독립군들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악영향을 주었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제5장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봉창 의사, 윤봉길 의사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의사님들의 영웅적인 의거가 가지는 가치는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 부분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텍스트로 접하든, 그림으로 접하든 간에 그 숭고한 결의는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장제스가 표현한 대로 중국인 수백만명이 해내지 못한 것을 조선 청년 한 명이 해냈다는 표현이 아주 적절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의사님들의 업적과 함께 김구의 가치관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해방 이후 그는 이승만과 대립하게 되지만, 일제강점기 시기에는 이승만 탄핵을 거의 끝까지 반대했던 인물이기기도 합니다. 그렇게 행동하였던 의의는 어쩌면 임시정부의 분열을 막고자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해석 역시 굉장히 설득력있게 다가왔스니다. 암살에서 묘사된 김구의 모습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제6장에서는 남자현 등의 여성운동가, 그리고 신채호와 이회영 등 아나키스트들의 활동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김활란 등 친일 행적을 벌인 인물이 있는 반면에, 이 장 처음에서 소개하는 남자현처럼 독립 운동에 투신한 인물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보조적인 업무가 아니라 직접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 참여하고, 일본인들의 기념행사에 들어가 고관대작을 암살하기 위하여 분장을 하는 등(불심검문에 걸려 실패하긴 하지만, 노구를 이끌고 그렇게 하였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근래 들어서 여성 독립 운동가에 대한 재조명이 많이 이루어졌었는데, 이제는 굳이 성별을 명기할 필요 없이 많은 사례를 찾아내고, 고른 비율로 언급하면 독립운동에는 남녀노소가 상관없이 모두가 한 마음이었다는 그 중요한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장의 마지막에는 만주로 이주하여 이상촌 건설에 힘쓴 우당 선생의 최후가 묘사되어 있습니다. 만주로 돌아가는 그를 밀고한 것이 가족이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는데, 그만큼 독립운동이 고달픈 길이고, 후손의 입장으로서 감사해야함을 상기시켜주는 안타까운 장면이었습니다.

 

※ 이 이하 부분은 지난 번 4권 서평에서 작성했던 부분인데, 덧붙이면서 마무리합니다.

작가는 ‘35을 집필하면서 그 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하는 것이 하나의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저 또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가득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처럼 35년 시리즈 역시 재미와 지식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책의 서장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민족의 독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바로 원자폭탄 등 연합군의 활동이지만, 우리 민족이 일본의 압제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의 억압과 비상식적인 행태에 저항하고, 독립이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목표를 향해 묵묵히 달려나가는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들의 활동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느껴야하는지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읽고, 교과서나 개설서에서 일제강점기를 살펴보신다면 더욱 얻는 것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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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4 - 1926-1930 학생 대중아 궐기하자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4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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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박시백 작가의 ‘35이라는 책의 존재를 근래까지 알지 못했습니다. 몇 주 전 우연히 들린 서점에서 1~3권이 세트로 전시되어 있는 것을 통해 신간이 출간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작가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만화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새로운 시리즈의 출간이 매우 반가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부흥에서 서평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신청하여 운이 좋게 당첨되어 책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35’ 4권은 일제강점기 중 1926년부터 1930년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1920년대 후반인 이 시기에는 1920년대의 굵직한 민족 운동이 많이 일어나고, 우리가 한국사에서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단체들이 조직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4권에서 크게 다루고 있는 독립운동의 사례는 바로 조선공산당(1), 민족유일당운동(2), 신간회(3), 학생운동(4), 사회운동(5), 의열투쟁(6)입니다.

 

 

1장은 조선공산당의 활동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책을 접하고 처음에는 당황하였던 것이, 화요파, 북풍파 등 당시 공산주의 운동의 파벌들을 쭉 소개하는데, 만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일반적인 텍스트보다 내용이 전개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흐름을 이해하는 데 조금 어려웠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당시 파벌들을 설명하기 위한 도표나 삽화가 있었으면 이해하기에 더욱 좋았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딱딱한 개설서의 서술보다는 훨씬 이해하기에 쉽게 때문에 이는 여러 번 더 읽어보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설서에서 상하이파, 이르쿠츠크파, 화요파 등등 정보의 나열보다는 훨씬 이해가 쉬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장에서, 사료로만 접했던 당시에 코민테른이 제시한 ‘12월 테제(1928)’ 그리고 이를 접한 공산주의 세력들의 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장은 민족유일당운동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3(참의부, 정의부, 신민부) 그리고 민족유일당의 결성 노력입니다. 우리는 이 부분을 공부할 때 단순히 3부가 통합 운동의 결과 북만주의 혁신의회, 남만주의 국민부로 분화되었다고 단순하게 암기하고 넘어가지만, 그 배경에는 유일당운동의 방법을 놓고 대립되는 의견이 있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때문에 역사교육을 전공한 저도 이전에 막연하게만 이해하고 있던 것을 쉽게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었고, 이 부분을 설명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장은 신간회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제강점기에 아쉽게 마무리된 독립운동 사례 중 다섯 손가락 안에 신간회가 꼽힌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주의 그리고 민족주의 진영에서 대립보다 조금 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했다면, 그들이 1930년대에 독립 운동에서 발휘할 수 있는 그 잠재력이 매우 컸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당시에 신간회의 해소를 반대하던 안재홍의 해소론 비판 의견이 매우 적절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역사에 만약에는 없으니 이를 아쉬워하기 보다는 신간회 이후에도 계속해서 독립 운동의 소망을 놓지 않으려는 당대 사람들에 더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4장은 학생운동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인 6·10 만세 운동, 광주 학생 항일운동을 당시의 모습을 살려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일반적으로 광주 학생 항일 운동의 발단을 조선인 여학생 희롱으로 소개를 하는데, 아주 어쩌면, 희롱이 아닐 수 있다는 일본이 학생들의 주장 역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직접 책에서 찾아보시면 더 이해가 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두 운동은 결과적으로 당시에 변화하는 사회 모습을 잘 반영한, 젊은 학생들의 패기있는 독립운동으로 남았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일본군 앞에서 공격당할 것을 알면서도 당당히 독립을 외치는 모습에서, 과연 오늘날의 학생들은(나아가 오늘날의 우리들은) 당시에 한반도를 점령하고 삼엄하게 무장한 그들의 폭력 앞에서 쉽게 독립을 외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장은 사회운동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일본 자본이 한반도를 잠식하면서 당대 사람들은 일본의 자본주의 경제의 하부에서 부담을 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하여 저항하고, 탄압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부분을 시정하는 성과도 쟁취하였습니다. 안타까웠던 점은, 기업가들뿐만 아니라 일본 경찰(그리고 정부 당국)은 당연히 사람이라면 정당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열악한 노동 조건 및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당시 사회운동은 일제에 대한 저항뿐만 아니라 비상식에 대한 저항이라는 성격 또한 가졌다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계속되는 탄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저항을 이어나가려고 한 당시 노동자 그리고 농민들에게 그것은 삶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간절했을 것입니다.

 

 

6장은 의열투쟁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장르에 관계없이 영화로 잘만 만들어진다면 그들의 깊은 고뇌 혹은 영화처럼일본군과 싸워나가는 명장면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리즈가 주제별로 다루는 것이 아닌 정말 시간의 흐름 따라 사건들을 다루다보니 다른 의열투쟁 독립운동가를 다루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이는 나중에 지금 보지 못한 다른 권들을 읽어보면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본 장에서는 나석주, 이수흥, 조명하 등의 인물의 행적과 박용만, 김좌진의 죽음을 다루었는데, 단순히 업적만 외우고 넘어가는 그들의 최후까지 생생히 묘사했다는 점에서 더욱 다른 권들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작가는 ‘35을 집필하면서 그 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하는 것이 하나의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저 또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가득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처럼 35년 시리즈 역시 재미와 지식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책의 서장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민족의 독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바로 원자폭탄 등 연합군의 활동이지만, 우리 민족이 일본의 압제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의 억압과 비상식적인 행태에 저항하고, 독립이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목표를 향해 묵묵히 달려나가는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들의 활동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느껴야하는지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읽고, 교과서나 개설서에서 일제강점기를 살펴보신다면 더욱 얻는 것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부록에 있는 연표와 사료, 등장인물들의 행적은 굉장히 세세하고 유용합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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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대화 - 1997년 하노이, 미국과 베트남의 3박 4일
히가시 다이사쿠 지음, 서각수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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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하게 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책의 분량은 25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분량입니다. 일종의 '대화록'이기 때문에 안에 있는 언어들의 무게가 과중한 편은 아닙니다(학술 서적이 아니라는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이 '무게'는 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의 이야기의 경우이고, 다른 측면에서 조망한다면 충분히 의미를 가지고 깊게 다루어져야 할 주제입니다.

 

책의 출간 의도는 명확합니다. 미국과 당시 북베트남이 치루었떤 베트남 전쟁의 당사자들이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눈 것을 문자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출간이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진전되고 있는 우리 남한 그리고 북한 간의 평화 무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책의 앞부분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책을 집어들고 끝까지 읽는데에는 3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완독하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학술 서적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고, 한 편의 드라마를 보신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이 책은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 고등학생 수준의 지식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읽힐 수 있는 책입니다. 베트남 전쟁의 대략적인 전개 과정만 알고 있어도 이 책을 읽어내리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이 책은 베트남 전쟁의 배경-과정-결과를 학술적으로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전쟁에서 무엇을 배웠어야 하는가, 양국 간의 입장은 어떠했었나를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내용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읽어보시려는 분들을 위해서 자세한 내용은 소개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점은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로, 미국과 당시 베트남은 전쟁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이 확연히 달랐다는 점입니다. 'Missed Opportunities?(기회를 놓쳤는가?)'는 이 전쟁의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혹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양국은 서로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었고, 그로 인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베트남 전쟁에 이후 양국의 미래를 전망하는 당사자들의 입장은 분명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오늘날 남북한에게 큰 시사점을 줍니다. 책 속에 이러한 구절이 있습니다. "물론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베트남 인민의 승리인 것은 틀림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추구했던 많은 미국인의 승리이기도 합니다."(본문 208쪽) 사람 사이의 일을 선-악 이분법적인 방식으로 재단할 수 없는 것처럼, 전쟁의 승-패 역시 단순히 무력의 차이로 단정지을 수 없는 수많은 결과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도 지금의 남북 분단이 단순히 "한반도에 자리잡은 국가가 두 개로 분리되었다"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듯이, 양국이 죽일 듯이 달려들었던 당시를 넘어 전쟁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보려고 했던 시도 자체가 서로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오랜만에 읽는 역사 관련 서적이면서도, 역사를 처음 공부할 때 가졌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떨림을 안겨주는 책이었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 그리고 객관적으로 당시 상황을 전달하나 독자에게 던져주는 의미까지. 단순히 사실 암기의 역사가 아니라 당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듣고싶으신 분들은 책을 일독하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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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문화와 상상력
백문식 지음 / 그레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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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에 접하고 머리말을 읽을 때까지만해도, 어떤 형식으로 이 책의 내용이 전개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책을 펼치고 읽어나가기 시작하자, 이 책의 구성방식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저자의 약력을 보시면 교사 출신으로서 우리말에 대해 연구하시는 분으로,  책에서 다루는 단어들의 어원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국어가 전공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러한 구성이 처음부터 익숙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나가며 작성자가 각 단어들에 대한 지식과 그에 대한 느낌 등을 얼마나 생생하게 담으려고 하였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의 구성을 보면 1장(전통음식과 식생활), 2장(한복의 멋과 생활), 3장(한옥과 건축술), 4장(건강한 생활의 지혜), 5장(창의력이 빚어낸 과학 기술), 6장(한글과 예절,인성교육), 7장(한국인의 근성과 문화 유전자), 8장(문화예술과 산업기술)으로 되어있는데, 항목들 하나 하나가 우리의 삶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주제입니다.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한국의 역사가 아닌 '한국' 그 자체에 대해서 알고 있는것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친절한 말투 그리고 한국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서술은 내용이 부드럽게 읽힐 수 있도록 만드나(어려운 단어에 대한 해설 또한 세세하여 읽어나가는데 지장은 전혀 없습니다. 난이도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내용이 허투루 쓰였다는 것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아쉬운 점은 삽화가 전혀 없어 사람에 따라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찌보면 내용을 풀어내는데 집중하였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읽으시는 분들이 판단하셨으면 합니다.  국어 그리고 한국문화 전반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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