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 화해와 배신, 강압과 화합이 만든 결정적 순간들
함규진 지음 / 제3의공간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바로 책이 다루고 있는 소재였습니다. 조약이라는 특수한 주제를 가지고 책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전혀 상상을 하지 못해서 호기심이 생겼는데, 운이 좋았는지 서평 이벤트에 응모하여 당첨될 수 있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받아본 책은 굉장히 알찬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세계사 지식이 전무하다면 독해가 조금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약을 체결하는 데 있어서 저자가 전후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하기는 하나, 만약 역사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 책을 읽게 된다면 적응이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말하면, 역사에 관심이 많고 세계사 과목을 공부한 고등학생의 수준 이상만 되더라도 이 책을 무리없이, 재밌게 독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으로 세계사 공부에 입문하는 것은 조금 어렵다는 의미였습니다.


조약이라는 개념 자체가 근대 이후에 형성된 것이다 보니, 전통 사회의 조약은 책 내에서 비중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전통 사회의 조약으로 제시된 조약들은 세계사 공부에 있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로 선정되어 있어 그 영양가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책 내용이 시작되는 첫 조약인 히타이트-이집트 조약은 두 국가 사이의 자신들이 이겼다는 내용을 집어넣는 영악함을 제외한다면 인류가 화해를 모색한 것은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들이 개발된 근래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등장한 이후로 계속되어 온 중요한 사건임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내용 서술이 많은 조약들 중에서는 토르데시야스 조약(p.079), 미터 조약(p.165)을, 추가 읽을거리로 제시된 조약들 중에서는 조약법에 관한 빈 협약(p.108), 우주조약(p.294)의 내용들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조약 하나 하나를 다룬 글들이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굳이 순서대로 전통 사회의 조약부터 차례로 독해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가시는 대로 독해하셔도 상관이 없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 책은 보조도서로 사용한다면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됩니다. 옷감의 실을 만드는 역할보다는 옷감의 실을 종횡으로 엮을 수 있는 독해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통 사회의 조약뿐만 아니라, 근현대의 조약들을 주제를 망라하여 서술하고 있어 읽다보면 "이런 조약도 맺어졌구나" 하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민석홍 선생의 '서양사개론'을 읽고 있어, 여러 조약들을 책에서 페이지를 넘기며 만나면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조약을 소재로 한 도서는 미시사적 측면에서 저술된 것인지,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거시사적 측면에서 저술된 것인지도 계속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어떠한 목적을 갖고 맺어졌기 때문에 방대한 역사 속에서는 작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조약 하나하나가 끼친 영향은 인류 역사 속에서 절대 작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시면서 여러분들은 이 점을 생각하시면서 독해해 나가신다면 좋은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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