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자어사전 - 한자어 속뜻 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이재운 외 엮음 / 노마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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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신랑이 무지와 무식의 차이점을 궁금해하길래 한자 뜻까지 짚어가며 매우 잘난척하면서 설명해줬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인터넷에 찾아보니 하나는 정말 엉뚱하게 알고 있어서 '그동안 뜻도 정확하게 모르면서 잘도 사용하고 있었구나' 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릴 때 서예를 배우면서 한자를 또래보다 빨리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立春大吉을 入春大吉로 써서 문에 붙여놓고는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교를 다니던 사촌 언니의 지적에 앞으로는 실수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신문도 열심히 읽었다. 내가 어릴 때는 신문에 한글이랑 한자가 섞여있어서 한자를 많이 알기 위해서는 신문을 많이 읽어주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다.

평소에 사전을 좋아해서 한글사전이랑 영어사전은 기본이요, 일어사전과 중국어 사전, 의학사전 그리고 옥편도 크기별로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미련스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사전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될지는 상상도 못하고 나중에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는데...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한자어 사전은 옥편처럼 부수나 획수를 일일이 세아리는 번거로움 없이 한자 단어들이 기역, 니은, 디귿... 피읖, 히읗 순서로 나열되어 있고 한자어의 본 뜻,  자구 해석, 바뀐 뜻, 보기 글 차례로 설명이 잘 되어있다. 2장에서는 알쏭달쏭 주제별 한자어가 1200가지 이상 있으며 부록에는 한자가 만들어진 재미있는 원리랑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한자가 수록되어 있다. 무작정 외우는 공부가 아닌 한동안 옆에 두고 틈틈이 읽어만 준다면 학창시절 이후 많이 잊어버리고 실생활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한자어를 알아가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1991년에 소설 토정비결로 만난 이재운 작가님을 우리말을 더욱 찰지고 풍부하게 해주는 한자어 사전으로 2020년에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작가님! 사전이 그것도 한자어 사전이 이렇게 재미나다니 반칙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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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드래곤 클럽 I LOVE 그림책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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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의 피를 타고난 그레타는 엄마에게 대장장이 일을 배우고 있다. 사람들이 아끼고 사연을 간직하게 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 위험한 일이지만 기술이 사라지는 걸 바라지 않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시장에서 재스민이라는 티 드래곤(아주 희귀하고 돌보기 어려운 존재지만 아주 멋진 차를 생산한다. 뿔에 난 이파리를 조금씩 따서 특별한 차를 만든다)을 구해주면서 헤세키엘(인간이나 고블린과는 다른 존재로 수명이 그들의 두 배가 넘는다)을 알게 되면서 티 드래곤 기르는 법을 배우게 되고 인삼 티 드래곤의 주인이 된다.

미네트(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어서 어렸을 때 예언자가 되는 훈련을 받다가 정신이 너무 가득 차서 폭발해버리면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기억도 잊어버림)는 어느 날 동네에 불쑥 나타났는데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어 보이고 캐모마일 티 드래곤이 미네트를 좋아해서 정원에 있는 티 하우스에서 지내고 있다.

기억은 그저 네 안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야, 미네트. 너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사물 안에도 존재하는 거야. 54쪽

작가님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드래곤이라는 귀엽고 작은 동물의 머리에 난 잎을 따서 차를 우려낸다니...  거기다 더 놀라운 것이 있는데 티 드래곤 찻잎 안에는 티 드래곤과 주인이 공유한 기억과 경험이 저장되어 있어서 차를 마시게 되는 누군가는 기억의 일부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두 종류의 다른 드래곤이 서로 친밀한 관계일 경우 이들에게서 나온 찻잎들을 섞어서 함께 우리면 그들이 주인과 나눈 경험들이 합쳐질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재스민 티 드래곤, 루이보스 티 드래곤, 캐모마일 티 드래곤, 인삼 티 드래곤이 등장하는데 아주 희귀하고 잘못 문지르면 깨물어서 돌보기 어려운 녀석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사랑스러운 티 드래곤들이어서 진짜로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길 정도였다. 티 드래곤 클럽은 만화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아이스너 상을 받고 티 드래곤 축제라는 후속작도 출간되었으며 관련 캐릭터 상품까지 인기가 있는 걸 보면 비단 나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아기자기하고 파스텔 톤의 따뜻한 그림체 위에 판타지적 요소가 담겨 있는 티 드래곤 클럽은 내가 좋아하고 애정 하는 만물상 작가님의 양말 도깨비랑 비슷한 분위기를 담고 있어서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 되었다. 책장에 꽂아 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읽어 보고 싶은 책이다. 그때마다 초콜릿을 하나 입에 넣은 것처럼 달콤하고 달달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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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28가지 스캔들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3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이영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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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28가지 스캔들이라는 매력적인 문구에 이끌려 미스터리 세계사를 펼치게 되었다. 학창시절에 세계사를 배우면서 얻은 지식을 제외하고는 그동안은 책을 통해 역사를 배우는 즐거움은 누리지 못했던 것 같다. 텔레비전에 방송되는 신비한 티브이 서프라이즈로 미스터리한 일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그때도 내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이 거짓이나 가짜라는 걸 알게 되면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책에서 다루지는 내용들 또한 내가 역사적 진실로 알고 있었던 사실들이 모순된 허위 정보들과 역사가들의 편향된 견해, 권력이나 부를 가진 이들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들의 입맛대로 변형되어버렸다. 그렇게 변형된 사건들이 악의적인 도용이나 실수가 섞여 들어가면 이제 그 이야기는 수 세기 동안 세밀하게 반복되고 전해지면서 완전한 역사적 진실로 굳어지게 된다.

미스터리 세계사 목차를 살펴보면 허위와 날조의 역사, 가짜 항해와 꾸며진 모험담들, 추악한 살인사건들의 진상, 건축과 종교를 둘러싼 미스터리, 분쟁과 재앙을 둘러싼 미스터리 총 5부로 이루어져 있다.

백년전쟁에 참가하여 프랑스 군대를 이끌고 잉글랜드에 맞서 수많은 승리를 거두었던 잔 다르크가 프랑스인들이 지어낸 국민 영웅이었다니... 거기다 그녀는 마녀 혐의로 체포되어 화형 당하지도 않았단다. 또한 드라큘라 백작 부인으로 불렸던 바토리 에르제베트는 그녀에게 진 빚을 갚고 싶었던 마음이 전혀 없었던 헝가리의 국왕 마티아스 2세와 그녀의 사촌이었던 재상 기요르기 투르조가 꾸민 음모였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영화, 책, 연극에 이르기까지 모티브를 제공하면서 더욱더 진실처럼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게 된다.

이번에 읽은 미스터리 세계사는 가물가물한 세계사의 일들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실을 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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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2 : 인간의 기억력은 형편없다 -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정재승 기획, 정재은.이고은 글, 김현민 그림 / 아울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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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에세이 장르를 좋아하는 독서 취향과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호기심이 매우 많이 부족한 편이다. 어떤 일이 생겨도 '왜'라는 호기심보다는 일어날만하니까 아니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의심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인지라 평소에 과학 책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핫 한 인물인 정재승 박사님이 기획한 책이라서 눈길이 갔다. 거기에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라는 글귀가 보여서 나같이 과학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특이하게도 직접 본적도 없는 산타나 외계인의 존재를 아직도 믿고 있는데 외계인의 눈으로 바라본 지구인들에 대한 보고서라는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은 흥미롭고 유쾌하다. 거기에 더해 인간의 기억력은 형편없다는 외계인의 주장을 여러 가지 재미난 일화와 만화의 형식의 빌려서 풀어내고 있다. 만화에서 보인 외계인 캐릭터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잘 맞고, 가벼운 듯하지만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는 과학적 지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과학 책이다.

이 책에서 지구인들의 기억력은 매우 부실하다, 지구인의 기억을 믿지 말 것, 지구인들에게 냄새는 중요한 정보이다, 지구인의 뇌를 이기는 메모 기억법, 지구인의 기억을 조작하는 방법, 지구인들에게 꿈이란 주제들이 지구인들에게는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것들이라 평소에는 의문을 품지 않았던 일이었다. 특이할 것 하나 없는 일들이 외계인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그들과 공존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잠깐 했다.

78쪽에 나오는 지구인의 기억력 훈련법은 방학을 맞이한 중학생 아들이 이 책을 먼저 읽고 어렵다면서 나에게 해보라고 권했는데 아들 한번 이겨보겠다고 누가 더 잘하나 경쟁하듯이 게임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정재승의 인간탐구 보고서 1권 인간은 외모에 집착한다도 꼭 읽어보고 싶다. 앞으로 나올 3권의 주제인 제멋대로 휘두르는 지구인들의 감정을 조심하라도 기대되는 소재라서 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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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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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1985년에 방과 후로 데뷔했으니 작품 활동을 한지도 35년이 되었다. 지금까지 두해를 제외하고는 1년에 2개 이상의 작품을 꾸준히 출간했다고 하니 그의 작품 수가 어마어마하다. 뒤늦게 일본 소설 그중에서도 추리소설에 빠지게 된 후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열성적인 독자가 되었음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읽은 작가님의 책을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반 정도는 읽은 것 같은데 아직도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 더 많다니...

읽어본 책 중에서는 인생 책으로 꼽을만한 책도 여러 권 있기도 하고 그냥 평균 정도 하는 수준의 글들도 많았다. 또한 실망스러운 책도 몇 권 있기도 했다. 최근에 읽은 단편집은 솔직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시시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작가님의 신간이 아닌 예전에 <레몬>이라는 제목이 <분신>이라는 개정판으로 나왔다. 근데 작가님 책 중에서 들어본 적이 없었던 책이어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다.

레몬을 즐겨먹는 두 여학생이 있다. 삿포로에 있는 여자 대학에 입학한 우지이에 마리코랑 도쿄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동아리 밴드의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고바야시 후타바는 나이도 사는 곳도 다르다. 공통점이라면 한 명은 5년 전에 엄마를 화재로 잃었고 또 다른 한 명은 뺑소니 사고로 최근에 엄마를 잃었으며 평소에 엄마를 전혀 닮지 않은 얼굴로 고민이 있었다는 건데... 그러다가 엄마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사건을 파헤치다 보니 맞닥뜨리게 된 진실은 나를 닮은 정도가 아닌 분신 같은 존재가 이 세상에  있단다.

솔직히 다른 사람이 나한테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누구랑 많이 닮았어요"하는 소리만 들어도 썩 기분이 좋지 않은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쌍둥이도 아닌 나랑 완전 판박이가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정말이지 기분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할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사랑하는 엄마가 죽게 되었다면 더 절망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번 분신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600쪽에 달하는 책을 단숨에 읽어버려서 아쉬울 정도였다. 다음에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박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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