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 이따금 우울하고 불안한 당신을 위한 마음의 구급상자
이두형 지음 / 심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따금 우울하고 불안한 당신을 위한 마음의 구급상자'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는 코로나로 인해 몸과 마음 둘 다 힘든 요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읽어본 책이다.

대학교 들어가면서 인간관계나 학교생활이 고등학교랑 많이 달라지면서 뒤늦은 사춘기를 겪게 되었다. 그때 내 마음을 위로해 주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 책들이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쓴 책이었던 것 같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이 '나는 다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뿐이다'였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때마다 책의 제목을 되뇌면서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 지금은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많이 낮아지고 사람들의 의식도 많이 변했지만 내가 대학교 다닐 때 심리학을 전공 중인 친구랑 소망 중의 하나가 정신과 가서 상담 한번 받아보는 거였다.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오랜만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과 걱정, 결정 장애 그리고 강박 등등의 감정을 조곤조곤 짚어주면서 마지막에는 친구의 따뜻한 위로가 담긴 듯한 짤막한 문장들로 마무리하는 작가님의 글이 마음에 들어서 브런치까지 구독하게 되었다. 작가님의 글들이 하루아침에 그 모든 문제점들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천천히 조금씩 내 마음에 스며들어서 나를 위로하고 쓰담쓰담해 줄 것만 같다.

먼지랑 청소 그리고 옷 세탁에 대한 오랜 강박증을 생각지도 못했던 건조기가 해결해 준 것처럼... 예전에는 하루라도 먼지를 닦지 않으면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두고 어쩌다 마음 내킬 때 해도 내 마음이 아무렇지 않게 되어서 너무 편하다. 청소에 대한 강박증을 내려놓고 싶어도 마음처럼 잘되지 않았던 일들이 우연히 고쳐지게 되었듯이 이 책이랑 작가님의 글들을 꾸준히 접하게 되었을 때 내 마음에 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설레고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갱년기 직접 겪어봤어? - 얼굴은 화끈화끈, 가슴은 두근두근, 감정은 들쑥날쑥
이현숙 지음 / 비타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는 키가 커서 제일 뒷자리에 앉았다. 주위에 있는 친구들도 모두 생리를 하고 있었다. 초경을 빨리 시작해서 부끄럽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숨기고 있었는데 나랑 키가 비슷한 친구들의 사정도 다 비슷비슷해서 안심이 되었다.

말랐지만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자연분만까지 해서 두 아이를 낳았던 나는 건강 체질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30대 중반에 이유도 없이 시름시름  아팠다. 목이 잘 부어서 약을 먹으면 위염이 생기는 악순환이었다. 평소에 너무 잘 먹어서 위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커피나 면을 즐기지 않는 식습관 때문에 그동안 탈 없이 잘 지내온 것 같았다. 온갖 병원을 전전하다가 친정엄마의 권유로 걷기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를 임신했을 때 제대로 먹지 못해서 약하게 태어났는데 그동안은 밥심으로 버틴 것 같으나 지금부터라도 관리를 잘 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공원 5바퀴를 돌아도 별 탈이 없지만 처음에 1바퀴 돌고는 방광염이 와서 나름 충격을 받았다. 평소에 걷는 걸 너무 싫어하긴 했지만 내 체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은 자괴감이 들어서...

40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 친한 지인들을 만나면 갱년기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라서 그런지 체력이 많이 떨어졌는데 작년이랑 또 다르다는 둥 아무리 피곤해도 밤에 잠이 안 와서 다음날 생활의 리듬이 엉망이라는 하소연들... 수면제를 먹는 사람도 있고 버티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각자 나름의 고충은 있는 것 같았다.

갱년기 치료 전문 한의사인 이현숙 원장이 낸 갱년기 직접 겪어 봤어?라는 책은 100세 시대, 평균 폐경 나이 49세! 인생 후반부 건강은 갱년기에 달렸다는 부제를 달고 자신이 직접 겪은 갱년기 증상과 상담하면서 만난 여성들의 사례들 그리고 갱년기 증상별 관리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평소에 내가 관심이 있었던 석류즙과 호르몬 치료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한의원에서 처방하거나 진단한 이야기를 하면 콧방귀 뀌면서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병원에서 딱히 병명을 찾지 못하는 경우에는 한의원을 찾아서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아파서 병원을 가든 한의원을 가든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운동을 하라는 거였다. 갱년기 증상에도 운동을 하는 게 몸이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데 코로나로 인해 운동하는 것도 예전 같지가 않아서 슬프다.

여성이면 누구나 겪게 되는 폐경이지만 갱년기 증상은 천차만별인 것 같다. 폐경 이후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건강한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에 신경 써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 1
찰리 N. 홈버그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대에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처음으로 판타지 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관심이 없었던 판타지 장르였지만 해리포터를 통해서 그 재미를 알게 되었고 나만의 상상으로 그려지는 머릿속의 세상들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는 신기하기도 했다. 원작을 읽었으면 영화로 보지 않는 편이고, 영화를 먼저 봤으면 원작을 찾아서 보는 편이 아니라서 해리포터는 책으로 반지의 제왕은 영화로만 만났다.

디즈니플러스에서 영화화가 결정된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의 1펀인 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은 해리포터, 업루티드, 백 번째 여왕에 이은 네 번째 판타지 소설이다. 해리포터 이후 소년보다는 마법 소녀들의 성장과 로맨스를 다루는 이야기들이 더 흥미를 끄는 것 같다.

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도 태기스 프래프 마법학교를 졸업한 시어니 트윌이 금속 마법사가 되고 싶었지만 종이 마법 견습생이 되면서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시어니 트윌의 스승이 된 종이 마법사 에머리 세인은 은둔한 마법사이지만 알고 보니 가난한 집안 형편에 태기스 프래프 마법학교에 입학할 수 없게 된 시어니 트윌에게 익명으로 장학금을 후원했던 후원자였다니...  시작부터 키다리 아저씨 느낌이 솔솔 나는 이야기 전개에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었다. 에머리 세인의 장학금이 없었다면 마법학교 대신에 요리학교를 그것도 일 년 가까이 남의 집 가사도우미로 일해서 돈을 벌어야만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종이 마법에 배정되어서 불만이 많았던 시어니 트윌은 후원자에서 스승이 된 에머리 세인에게 마음을 열고 뛰어난 기억력을 바탕으로 열심히 종이 마법을 배우게 된다. 우리가 흔히 하는 종이접기일 뿐이지만 한번 배운 종이접기 순서를 잊지 않고 완벽하게 접어서 살아 숨 쉬게 하는 시어니 트윌은 우수한 종이 마법 견습생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알레르기 때문에 키우던 개를 데려올 수 없었던 시어니 트윌을 위해서 밤새도록 종이를 접어서 진짜 같은 종이 개를 선물한 에머리 세인에게 또 한 번 감동! 그러던 어느 날 신체 마법사 리라가 에머리 세인의 심장을 훔쳐 가면서 시어니 트윌의 모험은 시작된다.

시어니 트윌이 정식 마법사가 되고 에머리 세인과의 사랑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너무 궁금하고 기대가 되어서 시어니 트윌과 거울 마법, 시어니 트윌과 대마법사 그리고 외전까지 시리즈 전권 모두 읽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사랑스러운 판타지 소설이다. 종이접기 하고 싶다, 책 속의 종이 마법처럼 접기만 하면 움직이고 생명력을 가진 것으로 변하는 마법 세상은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색의 인문학 - 미셸 파스투로가 들려주는 색의 비하인드 스토리
미셸 파스투로 지음, 고봉만 옮김, 도미니크 시모네 대담 / 미술문화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때 미술 학원을 다닐 적에 나는 12색 크레파스로 색칠을 했는데 48색 크레파스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부러워했던 것 같다. 노랑색을 좋아하던 나는 특히 개나리색, 레몬색, 연노랑 등을 선호했는데 친구들이 유아 같다고 한마디씩 했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로 인해 봄이 왔지만 올해 벚꽃 구경은 물 건너 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분홍색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차에서나마 벚꽃이 주는 화사함을 맘껏 즐겨서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인간은 왜 분홍 분홍, 초록 초록, 알록달록한 색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계절마다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항상 우리 주위에 존재하고 있는 색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역사가이자 인류학자인 미셀 파스투로가 들려주는 컬러의 비하인드스토리인 색의 인문학을 읽게 되었다. 종교가 색에 대해서는 어떻게 취하였는지, 철학과 과학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정치는 어떻게 자기에게 유리하게 사용했는지를 이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파랑은 서양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고,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색이다. 빨강은 영어에서 색을 의미하는 단어인 컬러 color의 어원이기도 하며 불과 피, 사랑과 지옥의 색이다. 하양은 순수와 순결을 주장하는 색이고, 초록은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색이다. 노랑은 온갖 오명을 다 뒤집어쓴 책이고, 검정은 애도와 우아함의 색으로 고등학생 아들이 가장 선호하는 색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검정색을 선택하는 아들이 이해가 안 되어서 하루는 물어봤더니 검정색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아서라는 아주 단순하면서 그 나이 또래의 정서에 걸맞은 대답이 돌아와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였다. 레인 그레이, 캔디 핑크 등은 중간색으로 주로 과일이나 꽃과 연관되어 있다.

티브이 광고를 보다가 호랑이가 뛰어나올 것 같은 선명함과 생생한 화질에 깜짝 놀라서 기술의 발전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컴퓨터로 수백만, 수천만의 색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지만 작가는 "우리는 예전보다 더 다채로운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요?'라는 물음을 던진다. 색은 지각될 때만 존재하는 것인데 스마트폰에 빠져서 변하지 않는 색의 본질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어릴 적 크레파스를 선물 받고 좋아하던 아이는 사라져버린 것 같아서 씁쓸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판본 작은 아씨들 2 (186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초호화 벨벳 에디션) - 영화 원작 소설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공민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에서 1995년에 개봉한 작은 아씨들 영화를 좋아한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배우들인 수잔 서랜든, 위노라 라이더, 클레어 데인즈 그리고 크리스찬 베일이 출연했으며 빨간 머리 앤 다음으로 내가  사랑하는 소녀들의 성장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엠마 왓슨이 출연한 작은 아씨들이 올해 다시 개봉하면서 더 스토리 출판사에서 186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로 작은 아씨들 1ㆍ2가 출간되었다.

작은 아씨들 2를 받고 나니 소장에 욕심이 생겨서 작은 아씨들 1도 구매하게 되었다. 1판 1쇄 초판본은 중형차 한 대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는데 똑같은 표지의 벨벳 소재의 책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1868년 초판본을 펴낸 로버츠브라더스 출판사에서 발간되었을 때의 삽화는 올컷의 막냇동생 메이가 그린 것인데 그림들이 프로 삽화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서 이후의 판본들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삽화를 넣었는데 이 책은 1896년 오리지널 일러스트를 삽입했다.

올컷이 어린이 잡지에 기고했던 짧은 글을 확장해서 쓴 작은 아씨들은 바로 올컷의 진짜 가족들 애나, 루이자, 리지, 메이 네 자매를 모델로 했다. 아버지가 남북전쟁에 참전한 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네 자매 메그, 조, 베스, 에이미와 어머니의 이야기인데 작은 아씨들 2는 작은 아씨들 1에서 3년이 지난 시점으로 메그의 결혼식 준비, 베스의 병, 조의 글쓰기, 에이미의 그림에 대한 열정 등이 그려진다.

소설과 달리 올컷의 실제 삶은 수은 중독으로 인한 육체적인 고통과 아버지에게 받은 차별 그리고 자신이 진심으로 쓰고 싶었던 새로운 시대의 독립적인 여성상과는 동떨어진 아버지의 강요로 소녀 소설을 쓰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우리가 너무나 사랑하는 고전 소설이 되었지만...

어릴 적 로리와 에이미가 결혼하는 장면에서는 조가 아니라서 실망하고 충격을 받았는데 올컷의 삶을 알게 된 이후로는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조가 나이 든 교수와 결혼하는 걸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책이라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 또는 작가의 마음을 알고 나서 읽게 되니 느낌이 완전히 다르게 오기도 하지만 작은 아씨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항상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