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인문학 - 미셸 파스투로가 들려주는 색의 비하인드 스토리
미셸 파스투로 지음, 고봉만 옮김, 도미니크 시모네 대담 / 미술문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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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미술 학원을 다닐 적에 나는 12색 크레파스로 색칠을 했는데 48색 크레파스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부러워했던 것 같다. 노랑색을 좋아하던 나는 특히 개나리색, 레몬색, 연노랑 등을 선호했는데 친구들이 유아 같다고 한마디씩 했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로 인해 봄이 왔지만 올해 벚꽃 구경은 물 건너 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분홍색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차에서나마 벚꽃이 주는 화사함을 맘껏 즐겨서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인간은 왜 분홍 분홍, 초록 초록, 알록달록한 색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계절마다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항상 우리 주위에 존재하고 있는 색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역사가이자 인류학자인 미셀 파스투로가 들려주는 컬러의 비하인드스토리인 색의 인문학을 읽게 되었다. 종교가 색에 대해서는 어떻게 취하였는지, 철학과 과학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정치는 어떻게 자기에게 유리하게 사용했는지를 이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파랑은 서양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고,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색이다. 빨강은 영어에서 색을 의미하는 단어인 컬러 color의 어원이기도 하며 불과 피, 사랑과 지옥의 색이다. 하양은 순수와 순결을 주장하는 색이고, 초록은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색이다. 노랑은 온갖 오명을 다 뒤집어쓴 책이고, 검정은 애도와 우아함의 색으로 고등학생 아들이 가장 선호하는 색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검정색을 선택하는 아들이 이해가 안 되어서 하루는 물어봤더니 검정색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아서라는 아주 단순하면서 그 나이 또래의 정서에 걸맞은 대답이 돌아와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였다. 레인 그레이, 캔디 핑크 등은 중간색으로 주로 과일이나 꽃과 연관되어 있다.

티브이 광고를 보다가 호랑이가 뛰어나올 것 같은 선명함과 생생한 화질에 깜짝 놀라서 기술의 발전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컴퓨터로 수백만, 수천만의 색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지만 작가는 "우리는 예전보다 더 다채로운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요?'라는 물음을 던진다. 색은 지각될 때만 존재하는 것인데 스마트폰에 빠져서 변하지 않는 색의 본질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어릴 적 크레파스를 선물 받고 좋아하던 아이는 사라져버린 것 같아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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