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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잔, 안주는 이걸로 하시죠 - <고독한 미식가> 원작자의 제멋대로 반주 가이드
쿠스미 마사유키 지음, 박정임 옮김 / 살림 / 2019년 10월
평점 :
고독한 미식가를 만화책으로 접해 본 적은 없지만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가 일본 드라마로 아주 잠깐 본 적은 있다. 실제 일본의 음식과 가게를 소개하고, 음식도 다양하며 주인공 캐릭터도 서민적이었던 것 같다.
주말을 제외하면 점심은 거의 혼밥이다. 정신없었던 아침식사시간을 보내고 식구들 챙기다 보면 여유롭게 밥 먹기 힘든 다가오는 저녁식사시간 사이에 있는 점심 식사시간은 외롭다고 느끼는 시간이 아닌 행복하고 풍요로운 시간이다.
그런 나도 혼술은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마트 가서 장을 보다가 회를 발견하면 침이 꼴깍 넘어갈 정도로 군침이 돌아서 이성을 잃어버리고 무작정 회를 구매하곤 한다. 집에 와서 소주 서너 잔에 회를 먹고 나니 인생사 모든 일들이 별거 아닌 것 같고 알딸딸한 기분에 누워서 배를 두드리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인 구스미 마사유키의 <일단 한 잔, 안주는 이걸로 하시죠>를 읽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혼자 웃었다. 책 곳곳에 있는 삽화는 맛있는 술안주랑 어울리는 다양한 술을 마시고 꽐라가 되어 행복해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성별만 바뀐 내가 아닌가 하는 착각도 들었다.
회에는 소주, 치킨에는 맥주라는 누구나 다 아는 조합으로 혼술 중인 나에게 일본 작가의 책이라서 당연히 일본의 음식과 술이 나와서 처음 들어보는 잘 모르는 것도 많았다. 볶음밥, 돈가스, 가다랑어, 닭꼬치, 어묵, 양배추 볶음, 피자, 우동, 참치 토스트는 한 끼 식사나 반찬으로 생각했던 메뉴였는데 술안주라니 작가의 기발한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니혼슈, 준마이슈, 홋피, 하이볼, 사오싱주, 코크하이 등등 처음 들어보는 술이 나와서 신기하기도 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1부 고독하게 먹고 마시기, 2부 오늘 밤도 혼자, 술집에서, 3부 마무리는 이걸로 이루어진 책은 목차가 술집 안주 메뉴판처럼 되어 있어서 빵 터졌다. 나는 2부가 가장 재미있었는데 야구 아재는 완전히 공감하면서 읽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기뻐서 한 잔, 지는 날에는 속상해서 한 잔^^ 나는 야구 아줌마^^ 잠자는 시간을 아끼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제목만 들어도 호기심이 발동하는 부분이었는데 읽는 동안 이상하게 따뜻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 사케를 먹어본 적이 없는데 이번 겨울에는 온천까지는 아니지만 샤워 후 따뜻한 사케에 어묵 아니 집 앞의 수제 꼬치랑 한잔하고 나면 이런저런 걱정이 다 달아날 것 같다. 추운 겨울도 나름의 운치가 있어서 좋구나~~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