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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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사카 고타로 작가는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책으로 처음 만났다. 일본 작가의 책보다는 한국 작가의 책을 선호하던 때라서 잘 모르는 작가님이었지만 주위에 이사카 고타로 작가님의 팬이 많아서 추천받은 책들을 여러 권 소장 중이었는데 그중에 칠드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읽은 이사카 고타로의 두 번째 책이 칠드런의 후속작 서브머린이 되어버리는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서브머린을 완독한 지금 칠드런부터 먼저 읽었더라면 민폐 덩어리 진나이를 오매불망 기다렸을 것 같다. 매력덩어리 진나이에 푹 빠져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는데 진나이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칠드런이 있어서 행복하다.

직장 내 민폐 덩어리인 진나이,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기사리즈 안나 두 사람 사이에 껴서 한숨만 푹푹 내쉬며 천장을 올려다보는 우리의 주인공 무토! 가정법원 조사관인 그는 지금 열다섯 살인 오야마다 슌을 시험 관찰 중이다. 오야마다 순은 고등학교 등교를 거부하고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붙잡고 있는 소년인데 남을 협박한 적이 있는 협박자들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다가 사람들의 관심이 커져서 자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주기적으로 무토 조사관을 만나며 말뿐이 아닌 실행하려는 의지가 있는 인터넷에 떠도는 살인예고 정보를 알려주게 된다.

한편 열아홉 살인 다나오카 유마는 무면허 난폭 운전을 하다가 조깅 중이던 중년 남성을 숨지게 한 소년이지만 소년법에 따라 검찰 송치 사건이 아니라 갱생을 위한 교육에 주안점을 두고 가정법원 조사관인 무토가 소년을 담당하면서 이런저런 조사를 하게 된다.

중ㆍ고등 학생 아들을 두고 있는 엄마로서 여러 작가님들이 다룬 소년법 소설을 읽어 왔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미성년들이 저지른 범죄의 처벌 수위와 나이의 기준을... 피해자, 가해자 어느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쪽은 억울할 것 같고 저쪽도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것 같고... 최근에 둘째 아들 중학교에서 선배가 가위로 후배를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가해자 학생이 자신은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꺼릴 길 것 없이 당당하게 행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순간의 실수이든 고의적인 범행이든 미성년이라서 성인의 법을 적용하지 않고 갱생의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겠지만 막상 내가 피해자가 되어서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지 하는 생각에 너무 억울하고 불공평하다면서 소년법을 원망할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소년법 적용 나이를 낮추는 건 필요할 것 같다.

이사카 고타로가 서브머린에서 다룬 이야기들은 소년법을 본격적으로 심각하게 다루기보다는 여러 등장인물들을 만나면서 따뜻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서브머린 후속작을 작가님에게 요청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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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잔, 안주는 이걸로 하시죠 - <고독한 미식가> 원작자의 제멋대로 반주 가이드
쿠스미 마사유키 지음, 박정임 옮김 / 살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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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를 만화책으로 접해 본 적은 없지만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가 일본 드라마로 아주 잠깐 본 적은 있다. 실제 일본의 음식과 가게를 소개하고, 음식도 다양하며 주인공 캐릭터도 서민적이었던 것 같다.

주말을 제외하면 점심은 거의 혼밥이다. 정신없었던 아침식사시간을 보내고 식구들 챙기다 보면 여유롭게 밥 먹기 힘든 다가오는 저녁식사시간 사이에 있는 점심 식사시간은 외롭다고 느끼는 시간이 아닌 행복하고 풍요로운 시간이다.

그런 나도 혼술은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마트 가서 장을 보다가 회를 발견하면 침이 꼴깍 넘어갈 정도로 군침이 돌아서 이성을 잃어버리고 무작정 회를 구매하곤 한다. 집에 와서 소주 서너 잔에 회를 먹고 나니 인생사 모든 일들이 별거 아닌 것 같고 알딸딸한 기분에 누워서 배를 두드리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인 구스미 마사유키의 <일단 한 잔, 안주는 이걸로 하시죠>를 읽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혼자 웃었다. 책 곳곳에 있는 삽화는 맛있는 술안주랑 어울리는 다양한 술을 마시고 꽐라가 되어 행복해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성별만 바뀐 내가 아닌가 하는 착각도 들었다.

회에는 소주, 치킨에는 맥주라는 누구나 다 아는 조합으로 혼술 중인 나에게 일본 작가의 책이라서 당연히 일본의 음식과 술이 나와서 처음 들어보는 잘 모르는 것도 많았다.  볶음밥, 돈가스, 가다랑어, 닭꼬치, 어묵, 양배추 볶음, 피자, 우동, 참치 토스트는 한 끼 식사나 반찬으로 생각했던 메뉴였는데 술안주라니 작가의 기발한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니혼슈, 준마이슈, 홋피, 하이볼, 사오싱주, 코크하이 등등 처음 들어보는 술이 나와서 신기하기도 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1부 고독하게 먹고 마시기, 2부 오늘 밤도 혼자, 술집에서, 3부 마무리는 이걸로 이루어진 책은 목차가 술집 안주 메뉴판처럼 되어 있어서 빵 터졌다. 나는 2부가 가장 재미있었는데 야구 아재는 완전히 공감하면서 읽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기뻐서 한 잔, 지는 날에는 속상해서 한 잔^^ 나는 야구 아줌마^^ 잠자는 시간을 아끼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제목만 들어도 호기심이 발동하는 부분이었는데 읽는 동안 이상하게 따뜻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 사케를 먹어본 적이 없는데 이번 겨울에는 온천까지는 아니지만 샤워 후 따뜻한 사케에 어묵 아니 집 앞의 수제 꼬치랑 한잔하고 나면 이런저런 걱정이 다 달아날 것 같다. 추운 겨울도 나름의 운치가 있어서 좋구나~~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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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자작 감행 - 밥도 술도 혼자가 최고!
쇼지 사다오 지음, 정영희 옮김 / 시공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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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나의 학창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혼밥, 혼술이 특별한 일들이 아닌 요즘이다. 대학교 때  혼자 영화를 보고 혼밥을 무슨 도전처럼 시도한 적이 있었다.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를 뛰어넘고 싶었으며,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이 여럿이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말이 무엇일까를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혼밥자작감행은 일본 작가의 책이지만 재미있다. 소설도 아니고 작가 본인의 특이하고 범상치 않은 혼밥 경험담을 이야기할 뿐인데 다음 페이지가 기다려지고 어떤 음식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나랑 비슷한 게 있으면 나도 그렇다고 막 손들고 싶어질 정도였다. 먹는데 관심이 많거나 식탐이 있는 사람이라면 완전히 공감하면서 피식피식 웃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첫째 낳자마자  지나가는 간호사 붙들고 한밤중에 "밥 좀 주세요." 했었던 산모였으며, 감자탕 집에 밥이 없어서 볶음밥을 먹지 못해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었던 나...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닌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책으로 읽는 남 음식 먹는 이야기가 웬만한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했다.

작가가 1987년에 연재했던 <저것도 먹고 싶다. 이것도 먹고 싶다.>에서 발췌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는데 30년이 지난 내용인데도 전혀 괴리감이 없다. 또한 곳곳에 그려진 삽화는 구식이라 촌스럽지만 옛날 신문에서 보던 만화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친근하면서도 코믹스럽고 정감이 간다. 하나라도 빠뜨리면 큰일 날것처럼 꼼꼼하게 보고 넘어갔다. 거기에 흐뭇한 웃음은 덤이다.

'자작 참 좋구나.' 9쪽

여럿이 마셔도 자작하는 나... "뭘 기다려 내가 따라 먹으면 되지~~"

'식사는 역시 백반집이 최고지.' 14쪽

오늘도 백반집에서 열무비빔밥을 먹었는데 다음에는 재첩 국을 먹어야겠다.

"굴튀김, 정말 좋아합니다!" 104쪽

저도요!! 저도!!!!

혼술, 혼밥이 개인주의이긴 하지만 친구가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맞추지 않고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혼밥자작감행을 읽으면서 들었다. 앞으로 혼밥, 혼술 더 많이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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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허니맨 - 양봉남을 찾아서
박현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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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도 좋아하고 미스터리 소설도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로맨스랑 미스터리가 합쳐진 책이라면?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에 읽기 시작한 서칭 포 허니맨... 일명 양봉남(양복남을 양봉남으로 잘못 들어서 나중에 일들이 꼬이고 꼬이게 된다)을 찾아서~~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작가 소개 글로 돌아가곤 했다. 처음 들어보는 박현주 작가님... 글을 재미나고 감칠 맛나게 쓰셔서 예전에 무슨 작품을 내셨지 하는 호기심과 관심이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박현진 영화감독이 추천의 글도 쓰셨는데 나중에 두 분이 의기투합해서 영화로 만들어져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하담과 일러스트 작가인 로미, 회사원 차경은 오래된 친구인데 존댓말을 쓰는 게 신기했다. 세 명이 어떻게 만나서 인연이 되었는지는 책에 나와 있지 않아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일러스트 작가인 로미가 3년 전 제주도에서 전시회를 할 때 팬으로 딱 2번 본 양봉남을 찾기 위해서 세 명은 제주도로 향한다. 그러면서 하담은 대학교 때 헤어진 전 남자친구 재웅과 재회하게 되고, 로미는 3년 전 사고로 부인을 잃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양봉일을 하는 경운을 알게 된다. 차경은 하와이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나 도움을 받게 된 수언을 다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에서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데... 로미가 가진 엉뚱하면서도 독특한 4차원적인 캐릭터가 그녀가 만들어가는 인연들까지 미스터리하게 만들었다. 차경의 당당하고 쿨한 캐릭터는 세 명 중에서 내가  제일 끌리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수언과 만들어가는 로맨스가 기다려지지고 설레고 결말이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했다.

최근에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를 읽었는데 벌들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책 또한 양봉남을 찾아서라는 콘셉트에 맞게 챕터 시작 때마다 나오는 웹툰은 귀엽고 벌들의 습성을 재미나게 알 수 있도록 해주었다. 새로운 장이 시작할 때마다 예전에 읽은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처럼 궁금증을 일으키는 미스터리 한 내용들이 나와서 집중하고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하고 조화롭게 거기다 여행하면 제일 가고 싶고 나에게 추억도 많은 제주도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써 내려가서 그런지 책 읽는 시간 내내 행복했다.

여기 이름은 봉 비방인데..... 15쪽

아!!! 얼마 만에 들어보는 '봉비방'이란 말인가! 올해로 신랑이랑 만난 지 20주년이 되는데 우리가 처음 만난 가게 이름이 봉 비방이었는데^^

하지만 우리의 어두운 길은 가끔 알아채지 못한 타인의 다정함으로 밝혀지는지 모른다. 154쪽

나도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는 언니 둘이랑 제주도로 여행 가고 싶게 만든 책이었다.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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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신들의 모험, 사랑 그리고 전쟁 아르볼 N클래식
이수현 지음, 정인 그림 / 아르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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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요즘 영화 보는 게 귀찮다. 근데 신랑은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나를 막 끌고 다닌다. 전~혀 내 취향이 아닌 스타워즈, 어벤져스, 엑스맨 등등... 스타워즈 보는 동안 제다이가 빨리 나타나서 착한 편을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거의 마지막에 등장하길래 "왜 이제야 나타나? 빨리 좀 나와서 도와주지!" 했는데... 어이없어하는 신랑의 표정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학창시절 그리스 로마신화는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 때문에 이름이 헷갈리고 두통이 와서 완독은 하지 못했지만 여기저기 주워 들어서 그런지 그리스 로마신화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신화는 어려울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는지 북유럽 신화는 지학사 아르볼에서 나온 이수현 작가님이 각색한 책이 처음이다. 걱정과 달리 청소년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중간중간 삽화도 있으며 이름이 헷갈리면 찾아볼 수 있게 용어설명도 뒤쪽에 수록되어 있었다. 신들의 탐욕, 모험, 사랑과 싸움 그리고 최후 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는 신들의 모험이 제일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북유럽 신화를 이 나이에 처음 읽고 깜짝 놀랐다. 왕좌의 게임, 반지의 제왕, 니벨룽겐의 반지, 토르 그리고 어벤져스 시리즈가 북유럽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니! 내가 끌려다니며 봤던 영화들과 오딘, 토르, 로키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북유럽 신화에서 나온 거라니...

최근에 북유럽 국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세 나라에 관한 책을 읽었다. 북유럽 사람이 쓴 진짜 북유럽 이야기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치고받고 싸우고, 나라를 맞바꾸고, 또다시 싸우고 화해했다. 오늘날은 다행히 풍부한 바이킹 유산, 북유럽 신화로 단결하고 있지만...

신화의 특성상 여러 판본이 존재하는 만큼 글을 쓰는 작가에 따라서 신화를 해석하고 선택하는 게 달라지기 마련인데 이수현 작가님은 다수설이 아닌 소수설을 채택하셨다는데... 북유럽 신화를 처음 접해봤지만 너무 재미나게 읽어서 이 책을 기점으로 다른 각색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쉽고 흥미롭고 재미나게 씌어서 신화를 어렵게만 생각하지 않고  신들의 모험을 즐기면서 읽는다는 즐거움이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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