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
캐서린 리드 지음,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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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여행을 갔다가 엘사 인형을 선물로 사 왔다. 딸이 없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선물을 여행이라는 핑계로 사 온 건지 아니면 진짜 이뻐서 사 온 건지... 우리 식구들 모두는 인형 선물에 당황스러워 순간할 말을 잃어버렸다. 심지어 나는 겨울 왕국 영화도 보지 않았는데... 이럴 거면 내가 좋아하는 빨간 머리 앤 인형을 사 올 것이지 하면서 투덜거렸던 기억이 난다.

나이가 먹어도 좋아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빨간 머리 앤이다. 우연한 기회로 빨간 머리 앤 오디오 북을 듣기 시작하면서 책도 다시 잡았다. 지금은 2권을 읽고 있는 중인데 오랜만에 천천히 전권을 읽어 볼 계획이다.

빨간 머리 앤을 읽고 있다 보면 해외여행에 대한 로망이 별로 없는 편인 나도 소설의 배경이 된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살았던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초록 지붕 집을 가보고 싶다는 욕구가 불쑥불쑥 찾아온다. 그럴 때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아쉬움을 달래곤 했는데 이번 터치아트 출판사에서 나온 "빨강 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을 통해서 상상으로만 그렸던 프린스에드워드 섬을 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어서 빨강 머리 앤을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독자로써 책을 통하여 멋진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았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을 사랑한 작가 몽고메리 그리고 앤을 통해서 내 주위에 있는 환경도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되었다. 고향인 도시를 떠나 경주에 살고 있는데 처음에는 심심하기만 한 주위 환경이 무료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집 근처에 있는 황성공원을 빨강 머리 앤만큼은 아니지만-산책길에 이름을 붙인다든지 찬사를 늘어놓을 재주가 없어서- 사랑하고 자주 찾는다. 계절마다 변하는 나무와 꽃들의 모습과 청설모, 다람쥐, 후투티를 볼 수 있는 곳! 며칠이라도 경주를 떠나면 황성공원에 가서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지면서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소중함도 깨닫게 된다. 나도 이런 마음이 드는데 프린스에드워드 섬을 떠나 새어머니 밑에서 힘들게 생활하면서 떠나온 곳의 그리운 마음을 일기에 썼던 몽고메리의 불행했던 몇 달의 시간들에 정말 많이 안타까웠다. 앤 또한 매슈 아저씨를 만나 초록지붕집에 오는 길에 만난 아름다운 풍경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던 마음들이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서 더 이해하게 되었다.

빨강 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을 통해서 그동안 빨강 머리 앤을 좋아하고 사랑했지만 작가의 삶에 대해서는 솔직히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앤과 닮은듯하지만 전혀 다른 것 같은 몽고메리 작가의 삶에 대해서 알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고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 중의 하나인 프린스에드워드 섬을 멋진 사진들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언젠가 프린스에드워드 섬을 방문할 날이 온다면 그때 이 책을 꼭 옆에 끼고서 앤과 몽고메리의 발자취를 따라서 돌아다니고 싶은 바램이 있다.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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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야 할 빨간 머리 앤 내 삶에 힘이 되는 Practical Classics 1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깨깨 그림, 이길태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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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접하고 빨간 머리 앤의 매력에 빠져서 앤이 길버트랑 결혼한 이야기까지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앤에 관련된 문구류나 노트, 파우치 등등은 조금의 망설임 없이 살 정도로 앤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 1908년생인 빨간 머리 앤의 탄생 100주년 원단도 충동적으로 사서 한 땀 한 땀 손바느질해서 쿠션을 만들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도 앤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지만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다시 책을 읽을 기회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다른 일을 하면서도 짬짬이 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빨간 머리 앤 오디오북을 접할 기회가 생겼는데 몇십 년 만에 듣는 앤의 이야기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집안일을 하면서 오디오북을 듣고 있는데 아들 둘은 "뭐냐면서?" 질겁을 했지만 차 이동 중에 신랑이랑 같이 들을 때는 옆에서 같이 깔깔거리며 들어주니 어찌나 신나고 더 뿌듯하던지...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매슈 아저씨의 사망 원인도 다 기억하고 있다니...

그러다가 만나게 된 사람과 나무사이 출판사에서 나온 "삶의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야 할 빨간 머리 앤"은 노란 우비 옷을 입은 단발의 빨간 머리 앤과 앙증맞은 중절모자를 쓴 북극곰 꼬미가 깨깨 작가의 그림으로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온 책이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빨간 머리 앤의 이야기와 그림들 사이사이에 앤과 꼬미가 들려주는 말들 중에서

'온종일 책에 빠져 지내고 싶은 날'은 그동안 바쁘다고 책을 멀리하고 지냈던 몇 달간의 나를 반성하게 해주었으며,

한동안 이런저런 일들로 바닥을 쳤던 자존감 때문에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때는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가까운 누군가에게도 말 못 할 정도였다. '세상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자아를 발견하고 싶은 날'은 꼭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조잘조잘 긍정의 아이콘 빨간 머리 앤과 원작자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 그리고 깨깨 작가님의 손에서 태어난 단발의 빨간 머리 앤과 북극곰 꼬미로 많은 위로를 받았던 시간이었다.

어릴 때 만났던 빨간 머리 앤은 앤과 길버트의 이야기에 설레면서 그런 사랑을 꿈꾸기도 하고, 다이애나와의 우정에 나도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세월이 어느 정도 흘러서 다시 만난 빨간 머리 앤은 나에게 위로와 자신감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간이 되었다. 매슈의 죽음을 읽을 때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 또한 나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많이 변했다는 걸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하던 소녀가 어른이 되어 상상도 못할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사람과 나무 사이 출판사에 너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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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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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70세 사망법안, 가결>의 관심 가는 책을 연달아 펴낸 가키야 미우 작가... 작가님의 첫 책을 호스피스 병동의 둔감한 여의사 루미코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는 <후회병동>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솔직히 이번 작품 후회병동보다는 작가님의 전작 두 권이 소재적인 면에서 더 호기심이 일어서 먼저 읽어보고 싶었지만 또 내가 좋아하는 병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가키야 미우 작가님은 최근에 읽은 나쓰카와 소스케의 신의 카르테랑은 어떻게 다르게 풀어낼지도 궁금했다.

어느 날 화단에서 환자의 몸에 대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후회로 가득한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하는 청진기를 발견하게 되는 루미코... dream, family, marriage, friend 그리고 에필로그를 통해서 네 명의 주인공과 루미코가 후회하는 일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서 그때의 선택과는 다르게 살아보는 환자들의 삶들을 읽으면서 가장 많은 생각이 든 것은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들은 무엇이며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어디일까... 하는 것이었다. 내가 비록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과거에 자신이 했던 선택들과는 다른 선택지를 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곤 하니까...

가키야 미우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과거의 일들을 후회하기보다는 지금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면서 앞으로는 미래에 후회할 일들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더불어 나도 루미코처럼 더 늦기 전에 아빠랑 화해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생기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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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1cm -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에 관하여
김은주 지음, 양현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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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놓친 것 안에서만 행복을 발견한다면 행복은 영원히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고, 가진 것 안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면 행복은 언제나 우리 것이 된다. 행복은 손 밖이 아닌, 이미 우리 손안에 있다. 62쪽

여행지의 새로운 것들에 대한 설렘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익숙해서 편안한 것들에 대한 갈망과 그리움으로 바뀌듯,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여행지에서 가졌던 설렘과 기쁨, 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밀려오는 익숙함과 편안함을 한 사람과의 사랑의 과정에서 차례로 느끼게 된다. 80쪽

어리고 젊을 때는 하고 싶은 거나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혼자서라도 공연을 보러 가거나 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그러던 중 다른 사람들이랑 시간이 안 맞아서 옛날 생각만 하고 몇 년 전에 정말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혼자서 보고 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즐겁거나 공연 후의 설렘으로 흥분되지가 않았다. 무대가 나빴던 것도 가수의 노래 실력이 별로였던 것도 아니고 공연 분위기가 이상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찬찬히 시간을 들여 생각해보니 젊을 때처럼 새로운 것을 보고 흥분하고 신나해 하는 마음보다는 편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무언가를 같이 하는 게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더 즐거운 시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가수를 보았다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설레는 시간을 지나서 이제는 무엇을 하는 것보다는 누구랑 같이 하느냐가 중요한 게 된 것 같다. 방콕을 하더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한다면 그것도 좋은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아이들이 학교생활로 바빠지면서 최근에 신랑이랑 둘이서 1박 2일로 부산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의 여행도 좋았지만 집으로 돌아왔을 때의 익숙함을 더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김은주 작가님은 일 센티 플러스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이번에 양현정 작가님의 백곰양 곰군의 사랑스러운 그림이 더해지면서 재미있었던 시리즈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에 실망하기도 하는데 이번 너와 나의 1cm는 나의 이런저런 연애시절 에피소드도 생각나고 떠올라서 마음 편하고 즐거운 책 읽기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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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시나리오 2 - 오퍼레이션 페닌술라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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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 김진명이 2004년에 출간 한 제3의 시나리오(1권 작전명 카오스, 2권 캠프 데이비드를 도청하라)가  의문의 피살자, 오퍼레이션 페닌술라로 개정되어 15년 만에 재출간되었다.

김진명 작가의 그 유명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읽지 않았던 내가(너무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통에 읽기도 전에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할까나) 15년이나 지난 책에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한 정상의 역사적인 순간들과 북미회담을 보면서 김진명 작가의 책을 한 번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기회가 계속 닿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제3의 시나리오는 시간이 많이 지난 작품이지만 이 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서 처음 만나는 작가를 편견 없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어릴 적 미국은 우리나라를 전쟁에서 구해준 좋은 나라,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규제를 하지 않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항상 의아했는데 그런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사고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어른이 되면서 알게 되었다. 

한 소설가의 죽음을 둘러싼 거대한 세계 정치를 다룬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속에 숨겨진 여러 나라의 속사정 또는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들을 보면서 이것이 허구인지 사실인지 소설인지 신문기사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2권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흡인력이 좋아서 아쉬울 정도로 빨리 책 읽기가 끝나버린 탓에 김진명 작가님의 다음 책을 찾아서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해결되지 않는 남북 관계의 숙제가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뭔가 후련하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 줄 이야기가 간절하다.

2004년에 출간되었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2019년을 살아가고 있는 내가 읽었을 때 괴리감도 없었고 지난 세계의 커다란 사건들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김진명 작가님의 첫 책으로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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