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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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공격적인 질문이었다. 진짜로 하고 싶은 것. 그 질문을 받았을 때 고통스럽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은 나도 모른다, 라고 말하는 게 두려워 억지로 그 질문을 피하다가 여기까지 와버린 건데, 혹은 한때 품었던 꿈이 멀어져 간 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더 달려버린 것을......83쪽
이 구절을 읽고 있는데 참으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그런 질문을 받으면 별로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들 중 하나이다, 지금 현재까지는... 진짜로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거나 사고 싶은 것도 별로 없다.  뭘 배우는 게 남들보다 느리기도 하고 싫증도 잘 내서 스트레스까지 받으면서 배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신랑한테 우스갯소리로 가끔씩 "나는 맛있는 거 먹고 책만 읽을 수 있으면 좋아" 라고 말하곤 하니까...책을 읽고 있는 동안  다시 한번 든 생각은 지금 나에게 뿌리내리고 있는 가치관들이나 세계관이 엄마의 삶을 통해서 보고 배운 그러면서 완전히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보다는 외할머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빠랑 결혼한 엄마는 어릴 때 나에게 이런 말을 곧잘 하곤 했다. "나는 네가 좋아하는 남자라면 문둥이 바보라도 결혼시키겠다" 평강공주 아버지의 세뇌처럼 나는 조건보다는 그 사람 하나만 보고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내 머릿속에 엄청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건 내가 결혼을 결심하고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제대로 된 직장생활도 해보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결혼한 걸 보면 말이다. 문둥이 바보도 아닌 신랑을 반대한 엄마에게 맞서면서까지... 내 꿈은 아이가 학교에 왔을 때 꼭 집에 있는 엄마가 되는 게 꿈이었을 정도로 좋게 말하면 소박하고 나쁘게 말하면 야망도 뭣도 없는...
DM그룹 입사를 꿈꾸며 DM그룹 디아망 아카데미 인턴으로 9개월째 일하고 있는 88년생 김지혜의 일상은 내가 전혀 겪어보지 못한 삶이다. 그래서 더 궁금하기도 하고 대리만족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의 반대를 무릅쓰고 십 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더니 서른 일곱이라는 나이에 결국은 원하던 직장에 신입으로 들어간 신랑의 마음도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솔직히 나는 내가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건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모두와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고 무언가를 외쳐야 한다는 대의에 희미하게 동의했을 뿐이다. 그러나 내가 든 촛불은 아무런 힘도 없었고 수도권 근방에 위치한 대학을 상징하는 우리의 깃발은 서울의 유명한 대학들이 자랑스럽게 내건 깃발에 비해 너무도 초라하고 부끄러웠다. 90쪽
40대가 되어서 바라본 20대는 정말 돌아가고 싶은 나이기는 하지만 이 구절을 읽고 있는 동안은 혼란스러웠던 나의 대학생활이 생각나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대학만 들어가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고 말씀하신 어른들의 말들과는 달리 대학생활이 어찌 보면 더 큰 시작일 수도 있는 시간인데 모든 에너지와 힘을 다 쓰고 고갈된 채로 대학교 생활을 한 것 같다.
내가 우주 속의 먼지일지언정 그 먼지도 어딘가에 착륙하는 순간 빛을 발하는 무지개가 될 수도 있다고 가끔씩 생각해본다. 그렇게 하면, 굳이 내가 특별하다고, 다르다고 힘주어 소리치지 않아도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 그 생각을 얻기까지 꽤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조금 시시한 반전이 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애초에 그건 언제나 사실이었다는 거다. 233쪽
30대 초반부터 20대의 젊음을 부러워하며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나 되었나 하며 투덜투덜했는데 나이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보니 40대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 없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라서 한심하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을지언정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 또한 나부터가 제일 먼저이지 않을까. 아무리 남들이 인정해줄지언정 나 자신부터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끝도 없는 불만과 불만족에 힘들어지는 것 본인이니까... 
서른이 아닌 마흔의 나이인 내가 서른의 반격을 읽은 느낌이 서른에 읽은 다른분들이랑은 또 어떻게 다를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생각이 많아져서 서평 쓰기 힘들었던 책이지만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 내려간... 작가의 전작인 아몬드도 꼭 읽고 싶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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