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곽재식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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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 연휴 동안  이 책 한 권밖에 읽지 못했다. 몇 권이나 읽겠다고 생각한 내가 순진했었나...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이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예전의 나라면 손이 안 갔을 책 중의 하나이다. 결혼 전에는 공포영화나 추리소설을 찾아서 볼 정도로 좋아했는데, 임신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나서부터는 자연히 멀어지게 된 분야였다. 아이들이랑 어린이 프로그램을 같이 보다 보니 내 취향도 점점 유아스러워진 건지... 그러다 서평 활동을 시작하면서 호러는 아직 도전해보지 않았지만 범죄물이나 공포물의 책들도 무서워서 중간에 포기하는 일 없이 의외로 잘 읽고 있는 중이다. 작가 위주로 편식하던 나의 책 읽기에 변화가 오고 있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아는 이야기 중에 가장 무서운 이야기, 남이 돈 번 이야기 중에 기막힌 이야기, 누구 바람난 이야기 중에 최대한 길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 , 셋 중에 하나 골라서 이야기해주세요. 11쪽
면접시험에서 받은 질문치고는 참으로 황당한 내용이지만 책을 읽는 입장에서는 세 가지가 다 궁금한 이야기였다.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남이 돈 번 이야기 중에 기막힌 이야기, 누구 바람난 이야기도 곧 들을 수 있으려나 하고 내심 기대했지만 책 제목을 봤을 때는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문제편, 해답편, 풀이편으로 구성된 책은 문제편을 읽는 동안은 시댁에서 정신없는 와중에 짬짬이 읽다 보니 진도도 잘 안 나가고 책이 재밌다는 걸 느끼지도 못했다. 이인선이라는 등장인물을 남자로 알고 있다가 뜬금없이 그녀로 나오길래 처음에는 인쇄가 잘못되었나 하고 생각하다가 얼마나 정신없이 읽었으면 여자인 줄도 모르고 읽었나 하고 자책도 했지만... 다른 분들 리뷰를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누가 봐도 찌들고 걱정이 많은 얼굴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상사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지 눈치만 살피며 마음 고생해온 비굴함이 얼굴 바탕에 남아 있었는데, 그나마 직장을 잃고 실직해서 헤매는 동안 자신감을 잃어 겁먹은 모습과 생계를 잇는 데 하루하루 걱정한 괴로움까지 검버섯처럼 얼굴을 한 꺼풀 덮고 있었다. 268쪽
이인선이 바라본 한규동의 모습처럼 이인선에 대한 묘사도 초반에 자세히 있었다면 그런 혼란도 없었을 텐데...
제목과 달리 오싹하고 무서운 이야기의 내용이 아닌 독특한 미스터리 형식의 책으로 해답편부터는 가독성이 좋아서 후딱 끝내버렸다. 작가의 말을 보니 원래 내려고 했던 출판사에서는 시리즈로 열 편 정도 내려고 기획했다는데 소설 사업을 접어서 그나마 다른 출판사에서 이 책도 겨우 낸 것 같은데 이 책이라도 세상의 빛을 보고 나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초반의 지루함과 달리 재미나게 읽은 색다른 내용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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