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를 보여주마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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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몽실북클럽에서 완선작가의 <코뿔소를 보여주마> 라는 책을 서평도서로 모집할 때 머뭇거렸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라서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가 아니라, 솔직히 말하자면 불편한 진실에서 회피하고 싶었다. <변호인> 이라는 영화를 볼 때도 고문장면이 나오면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서 옆에 있는 신랑이 괜찮다고 말하면 스크린으로 눈을 돌리고 끝까지 영화를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읽고 싶어진 이유는 조완선 작가의 전작들중에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로 장르 문학과 본격 문학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을 읽고 나서였다. 사실 추리소설은 좋아하지만 우리 나라 작가들의 작품보다는 외국의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충격적인 반전이 있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어서 계속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하나의 모험이었다. 앞으로 내가 다시 한국추리소설을 읽을 수 있을런지, 조완선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한 사람의 독자가 되느냐 마냐의 갈림길 같은 비장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느 날 공안부 검사 출신의 현직 변호사 장기국이 실종되면서 경찰 두식, 검사 준혁, 범죄심리학 교수 수연이 단순한 실종이 아닌 걸 예감하고 사건에 뛰어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 사람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일들이 점점 현재의 사건과 맞물리면서 돌아간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다 또 신문기자 출신의 시사평론가가 실종되고, 사리사욕에 눈이 먼 기자가 냄새를 맡고 달려들면서 이야기는 최고점을 향해 간다.

이 책에는 코뿔소가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의 열쇠를 지니고 있는 3명도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코뿔소랑 사건의 결정적인  열쇠를 지니고 있는 3명의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설을 끌고 나간다는 것을 나는 온몸으로 느끼면서 책을 읽었다.


코뿔소는 태어나자마자 뿔이 자라기 시작한다. 

코뿔소의 뿔은 죽기 전까지 자라는 걸 멈추지 않는다. 

싸우다가 부러져도 다시 돋아나 평생을 자란다. 

코뿔소 새끼는 어미의 뿔을 보고 가야 할 곳을 찾는다. 

코뿔소는 새끼든 어미든 뿔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간다.


결정적으로 본문에 나오는 이 글을 읽고 나서는 확실하게 코뿔소를 3명의 인물과 동일시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내 해석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결론내는 것이 책장을 덮은 후의 나를 이해시키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다.


 <코뿔소를 보여주마> 라는 책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적폐청산> 이라는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소설인 것 같다. 그렇다고 살인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이전의 지도자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계시지만, 적폐청산이란 대통령이나 주위 몇몇 사람들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들의 동의와 수궁에서 비롯한 화합의 마음이 한 곳으로 모여들었을 때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완선의 <코뿔소를 보여주마> 라는 소설은 종종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나에게 호통치는 글들로 가득했다. 과거의 잘못된 일들에 똑바로 눈을 뜨고 정면으로 바라보라, 진실에서 도망가지 말라, 먼저 돌아가신 그들의 죽음을 외면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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