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
이진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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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작가님이랑 처음 만난 책 "어른인 척"
두 번째 책을 만나기 전에 걱정도 했었다. 첫 번째 책처럼 좋았던 기억만 있고 내용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으면 어떡하지ㅠㅠ 이럴 때는 책 읽기에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때 작가님 책을 한 번만 읽고 도서관에 반납해서 그런가 보다는 탓을 해보기도 하면서... 그래서 보통 나랑 감성이 맞는 작가님의 에세이를 만나면 두 번 세 번 읽기 위해서 꼭 소장하는 편인데 작가님의 두 번째 책인 "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가 딱 그런 책이었다.

문전성시
돌이켜보면 걱정이 하나도 없을 때가 없었던 것 같다.
크기와 정도의 차이일 뿐.
걱정 하나가 해결되면 다음 걱정이 밀려온다.
내가 유명 맛 집도 아니고 웬 걱정들이 이렇게 줄을 서는 것일까? 18쪽


올 초에 엄마가 아파서 걱정하다가 한숨 돌리고 나니까 여름에 둘째가 아파서 병원 왔다 갔다 그리고 엄마가 또 아프시고... 돈 걱정, 아이들 공부 걱정이 끊이지 않지만 나에게는 항상 건강이 우선순위이다.


가끔은 돈이 너무 중요하다 생각해서 마음이 가난해지는 나를 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와 내가 돈이 많은 사람보다는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224쪽


사람들은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짐을 가장 무겁게 느끼는 것처럼 '내 걱정이 제일 힘들다, 내 인생이 제일 고달프다'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그냥 그런 것 같다, 걱정이 끊이질 않는 것... 그래서 평범하고 보통의 매일이 계속 이어지는 게 최고의 행복인 것 같다.

집순이
사실 나는 집에 혼자 있는 게 정말로 행복하다.
다를 그런 나를 불쌍하다는 듯 볼 때도 있지만.
나는 이게 정말로 좋은데.....
또 한 가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굳이 외국 해변까지 나가서 하루 종일 잠을 자는 이유에 대해서다.
집에서 쉬면 되지 힘들게 짐을 싸고 비행기를 타고 돈을 쓴다.
아무리 좋은 휴양지도 다녀오면 피곤하지 않나?
집에 오면 또 쉬어야 회복이 되는 그걸, 왜 하는 걸까?
어는 집순이의 개인적인 생각..... 25쪽


허걱했다. 작가님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간 줄 알았다^^ 소심하고 배려심이 넘치시는 작가님은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으시는 것 같다. 그래도 자상한 남편분을 만나서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를 많이 극복하고 소심한 성격도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게 보여서 글을 읽는 내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에게서 나를 이해받고 싶어 했는데, 모든 원인을 나에게서만 찾으려고 하는 버릇부터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26쪽


굳이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호응을 해주는 시간들이. 190쪽


작가님 말씀처럼 나도 그런 시간들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진이 빠지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만나러 갈 바에는 "발 닦고 잠이나 자련다" 주의로 살고 있다. 좁은 인간관계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고 요즘은 온라인상에서 알게 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소통하는 게 즐겁고 신난다.


왜 그렇게 혼자 밥 먹는 것이 두려웠을까. 왜 그렇게 무리에 끼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을까. 190쪽


그저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 감정을 풀어내기 위해 그렇게 생긴 인간관계는 절대로 오래가지 못한다. 191쪽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주말부부로 인해 2주 만에 만나는 신랑이다. 책 취향은 다를지언정 도서관이랑 서점 가는 걸 좋아해서 다른 지역에 가면 제일 먼저 알라딘부터 찾아보는 우리. 이사할 때마다 책 때문에 걱정하면서도 우리의 업보라며 이고 지고 움직이는 우리. 걷는 걸 좋아해서 웬만하면 걸어 다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우리. 나는 지금의 주말부부도 연애하는 것 같아서 좋긴 한데 처음에는 싱글의 삶을 즐기던 신랑이 요즘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그럼 아들 둘 데리고 갈래?" 하니 대답이 없네ㅠㅠ 

잘 나가는 친구를 보며
조금의 비교도 없이
내 일처럼 기뻐하고
웃어주는 게 어렵지. 220쪽


남들의 슬픈 일에 같이 슬퍼해주는 건 쉽지만 좋은 일에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기뻐하는 건 더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나.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작가님의 글을 만나서 책 읽는 시간이 행복했고 인간관계에 지칠 때 가끔 꺼내보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책이다. 2018년이 가기 전에 나랑 맞는 작가님을 만나서 반가웠고 첫 번째 책도 다시 읽어보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는지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글도 좋았지만 그림까지 딱 취향이어서 눈까지 즐거운 순간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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