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 어렵지. 오죽하면 천륜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혼자서 온갖 짐을 다 지진 말아요. 하늘도 가끔 실수를 하실 테니까."
_<더 글로리> 중에서
극 중 에덴빌라 할머니(손숙)가 문동은(송혜교)에게 하는 말이다.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 엄마(박지아)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식의 안전이나 미래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딸에게 폭력을 가했던 가해자를 도와 더 큰 가해자가 되고 만다.
동은은 해로운 엄마로부터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거듭 입다가, 결국 엄마를 자신의 삶으로부터 끊어내기로 결정한다.
즉 심한 알코올의존증을 앓고 있던 엄마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을 시킨다(사실 이건 엄마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못된 엄마라도 핏줄과의 고의적 단절은 쉽지 않았을 터,
엄마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나서 문동은은 서럽게 울어낸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가장 가슴이 아프고 공감되었는데, 나도 그와 비슷한 부류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에서처럼 극단적으로 나쁜 엄마는 아니었다.
가끔은 엄마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물론 엄마의 사랑방식은 그리 건강하지 못했다.
엄마는 평소에 강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살아왔기에, 의도치 않은 부분에서 쉽게 화를 냈고 엄마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나를 곧잘 이용했다.
또 일이 잘 풀리면 모든 게 엄마 덕분이었고, 또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게 남 탓이었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아빠와 누나는 일찌감치 엄마와 관계를 끊어냈다.
그래서 나는 엄마와 함께 산 40여 년간의 세월 동안 20년 정도는 혼자서 엄마를 감당해야 했다.
가끔 아빠와 누나를 만나면 아빠와 누나는 너만 두고 나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사과는 사과일 뿐, 내 절망적인 현실은 바뀐 것이 없었다.
자신을 향한 조금의 부정적인 이야기를 일절 거부했던 엄마를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했고,
점점 내가 삶은 그저 숨이 붙어 있어서 사는 것일 뿐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고민 끝에 올해 초 엄마와의 관계를 끊어내기로 결심했다.
정말 오랫동안 고민했고, 정말 많은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으며, 큰 결단을 내릴 동기를 찾아왔다.
엄마와 같이 사는 건 서로에게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엄마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고, 엄마 또한 알코올의존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결국 나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엄마를 끊어냈다.
그리고 현재까지 5개월 정도 혼자 살고 있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이고 올라오는 죄책감에 한숨을 내쉴 때가 많다.
가끔 '난 쓰레기인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아무리 독하게 마음을 먹었어도 한때 내 세계의 전부였던 '엄마'라는 존재가 내 안에 너무 크게 자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죄책감이 아무리 큰들, 그 전으로 돌아갈 자신은 없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했다.
사실 도발적인 제목보다 더 눈에 들어왔던 것은 부제였다.
"내 발목을 잡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죄책감과 수치심에 맞서는 심리학"
현재 내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친구(이 친구도 썩 건강한 가족에게 자라지 못했다)에게 이런 책이 있다고 얘기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