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라의 립스틱
다무라 도시코 지음, 이상복.최정원.최은경 옮김 / 어문학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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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 책을 찾은 것은 포락지형에 독특한 이성관을 가진 여성이 등장한다는 점에서였다. 2000년대 초반인가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한국의 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여성의 모습이 아주 오래 전 일본 여성 작가에게서 이미 나와있었다는 점이 흥미를 끌어서 찾아본 것이다.

그러나 미이라의 립스틱이라는 작품이 더 흥미로웠다. 결혼생활을 수년 지속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 두 사람이 중시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에서 오는 갈등. 디카프리오 주연의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떠오르는. 그 갈등을 아내의 입장에서 잘 표현했다. 그리고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애초에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이나보니 결코 모든 것을 공유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 관계임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두 선이 가깝게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만날 수는 없는 평행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작품을 읽고 아내의 큰 결정을 존중하기로 내 마음을 바꿨다는 것에서, 이미 작가가 오래 전에 쓴 이야기는 그 역할을 하고도 남은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작품은 그녀의 생활이다. 평범한 결혼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결혼을 하냐 마냐를 고민하는 이유가 자세히 쓰여있다고도 할 수 있다. 부부가 맺어지고, 아이를 낳은 후의 변화. 우리 부부는 다를 것이라는 그 생각은 모두가 갖고 결혼을 한다. 그러나 우리 역시 그 굴레를 이해하게 되면서 결국 피할 수 없는 그 상태에 다다른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의 당혹감.

82년생 김지영의 원류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나는 페미니즘의 프레임으로만 이 소설을 이해하고 싶지는 않다. 다무라 도시코는, 자기 내면의 끊임 없는 성찰을 통해 사상을 발전시킨 사람이다. 그가 여자였고, 또 그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런 글이 나온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순수한 사랑을 추구하고 기록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별표 다섯 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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